가스로 인해 흐릿한 수리봉 능선의 조망
전남 장흥군 용산면 소재 부용산(609m)은 부처가 솟을 산이라 하여 불용산(佛聳山), 약초가 많다하여 약다산(藥多山), 돌이 많아 석다산(石多山)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어진 산입니다. 부용산은 1894년 갑오농민전쟁시 전봉준장군과 쌍봉을 이루는 이방언 장군을 따르는 장흥사람들이 최후 격전지인 장흥석대들 전투에서 패한 뒤 이곳 부용산으로 들어와 끝까지 항거하다 일본군과 관군의 포위에 의해 전멸 당한 피맺힌 한을 간직하고 있는 산입니다. 부용산의 골짜기마다 샘이 솟는 석간의 감로수는 만병에 효험이 있다고 해 찾는 이가 많고, 단풍이 고운 가을철이면 약초에서 풍긴 향기로 수명을 더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신묘한 산이기도 합니다.
산행들머리는 용산면 운주리 소재 운주마을회관입니다. 회관 앞에는 마을버스 정류소가 있는데, 그 옆에 부용산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습니다. 일단 부용산 중턱에 자리잡은 부용사 이정표를 따라 갑니다. 길 좌측에 두 개의 대형 쇠똥구리 모형이 보이는군요. 여기에 왜 이런 조형물이 보이는지 정말 의아스러웠는데, 하산한 후 살펴보니 이 지역은 약다산 생태체험공원 조성지구입니다. 부용산을 약다산으로 불렀다는 것은 위해서 이미 밝혔지요. 돌담장 사이로 가다가 우측으로 돌아 부용사 1.8km 이정표를 보고는 다시 좌측으로 몸을 돌려세웁니다.
운주마을회관
부용산 등산안내도
쇠똥구리 조형물
몇 걸음 가노라니 부용사와 부용산은 직진하고 등산로 입구와 오도재는 좌측의 산으로 오르라는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사실 이 이정표는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매우 헷갈리게 만듭니다. 여기서 산을 오르면 "등산로 입구"와 "오도재"가 나온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든요. 아무튼 우리는 선두대장을 따라 산을 오릅니다. 산행 초입부터 등산로가 상당히 가파릅니다. 산길에는 산죽이 매우 많은데 오늘 수리봉과 부용산을 거쳐 부용사로 하산하기까지 산죽군락지를 자주 만났습니다.
이상한 이정표
"등산로 입구"라는 이정표가 있는 곳을 출발한지 45분만에 능선 삼거리도 도착했습니다. 이곳에는 운주마을 1.8km, 오두재(임도) 0.7km, 부용산 1.8km라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아까는 "오도재"였는데 여기는 "오두재"이니 어느 게 정확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인근에 위치한 저수지의 이름이 오도제이므로 고개의 이름도 오도재이겠지요. 필자가 아까 "오도재"를 알리는 이정표가 잘 못 되었다고 주장한 것은 오도재를 가려고 산으로 한참 올라왔다가 다시 좌측으로 내려가는 것은 비상식적이기 때문입니다.
능선 삼거리 이정표
여기서부터 수리봉 방향으로 갑니다. 산길의 좌측은 천길 낭떠러지구간이네요. 산불감시용 철탑을 뒤로하고 조망이 터지는 곳에 섰지만 미세먼지로 인한 짙은 연무(煙霧)때문에 주변이 너무 흐릿합니다. 지나가는 능선의 봉우리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인 수리봉(554m)에 올랐지만 등산용 GPS인 <트랭글>에서 수리봉 배지를 주는 알림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습니다. 수리봉을 알리는 아무런 이정표도 없는데 이를 독립된 산으로 볼지는 의문입니다.
산불감시철탑
희미한 조망
지나온 수리봉 능선
수리봉을 내려오면서 가야할 부용산을 바라보니 매우 높아 보이는군요. 능선조망대에서 배낭을 내려놓습니다. 오늘 산악회에서는 부용산과 북북서쪽의 괴바위산(477m)을 종주하는 것으로 계획했지만 몇몇 뜻 있는(?)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부용산만 답사하고 하산하기로 결심해 느긋한 마음으로 휴식을 즐깁니다. 그러나 남쪽으로 보이는 산들은 산의 마루금만 흐릿하게 보일 뿐이어서 그만 조망은 포기합니다. 부용산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지나온 수리봉이 매우 뾰족하게 보입니다.
운주 저수지(좌)
가야할 부용산
오도제(저수지)
지나온 수리봉
헬기장 옆은 부용산 정상(609m) 입니다. 정상에는 반듯한 정상표석이 서 있지만 그 뒤쪽에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이정표와 소방방재청의 긴급전화 알림 국가지정번호가 붙어 있어 기념사진을 지저분하게 만들고 맙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정상표석과 이정표는 서로 약간의 간격을 두고 세우는 게 상식입니다. 이정표의 글씨가 잘 안 뵈는 것은 누가 오래된 이정표에 페인트칠을 한 후 그대로 방치한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인근에는 이곳이 사자지맥이 통과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군요. 필자도 산에 반쯤 미쳤지만 솔직히 대간과 정맥을 넘어 기맥과 지맥까지 답사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산꾼들입니다.
부용산 헬기장
어지러운 정상의 모습
페인트가 칠해진 이정표
사자지맥 안내문
정상에서 능선 방향으로 약 50여 미터 가노라니 장구목재 방향으로는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습니다. 누가 무엇 때문에 출입을 제한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산 후 들은 바에 의하면 현지 주민들이 산에서 나는 약초보호를 위해 막아 놓았다고 하더군요. 부용산에는 약초가 많아 약다산이라고 불렀음은 이미 설명했는데 주민입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있겠지만 등산객입장에서는 좀 황당합니다. 아무튼 우리는 부용사 방면으로 하산하기로 작심했기에 주저 없이 우측으로 내려섭니다.
입산제한 안내문
급경사를 약 100여 미터 내려가니 용샘입니다. 부용산 8부능선에 자리 잡은 용샘은 옛날 마을 사람들이 병이 났을 때 이 약수를 마시면 병이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거의 샘이 마르는 법이 없다는 용샘도 최근의 가뭄을 반영하듯 거의 물이 말랐네요.
용샘을 뒤로하고 한참을 내려가니 부용사입니다. 부용사는 규모가 꽤 큰 사찰인 줄 알았는데 일반 가정집 같은 허름한 가옥이 보일 뿐입니다. 그마저도 입구에 매어 놓은 개 한 마리가 워낙 크게 짖어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립니다. 아래로 내려서니 부용산 약다수가 있는데 부용사는 고려시대에 창건된 고찰이지만 동학농민혁명 때 전소되었다는 안내문이 보이네요. 복원한 약수는 등산객의 목을 축이는데 안성맞춤입니다.
하산하면서 바라본 수리봉
부용사
부용사 지킴이
이제부터는 부용사와 연결된 구절양장 같은 도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별로 찾는 이도 없어 보이는 사찰까지 도로가 뚫린 것을 보면 그래도 재력가들이 이 절을 후원하는 듯 합니다. 상수원보호구역을 지나 운주저수지 쪽으로 나오니 조계종 부용사를 알리는 대형 표석이 반듯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이 표석만 보고 부용사를 대찰로 착각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입니다. 운주저수지는 근래의 가뭄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제법 많아 보였습니다. 저수지 가장자리에는 정자를 설치하는 등 공원으로 조성한 것 같은데, 누가 여기까지 와서 여가를 보낼지 모르겠습니다.
반듯한 부용사 표석
운주 저수지
저수지 아래쪽 운주마을로 내려오니 아침에 출발했던 운주마을회관(운주경노당)입니다. 오늘 7km의 산행에 3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괴바위산까지 종주한 사람들은 거리가 14km에 달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무리를 하지 않고 가벼운 산행을 해서인지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뷔페식 식사가 매우 맛있습니다. 다만 산행은 가벼웠지만 날씨가 흐려 조망을 전혀 하지 못해 매우 아쉬운 답사였습니다.
운주마을
동백꽃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6년 2월 27일 (토)
▲ 등산 코스 : 운주마을회관-능선삼거리 갈림길-수리봉-부용산-용샘-부용사-운주저수지-운주마을회관
▲ 산행 거리 : 7km
▲ 산행 시간 : 3시간 15분
▲ 산행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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