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시 대방동 소재 각산(398m)은 삼천포항 서쪽에 바다와 접하면서 실안동을 말발굽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입니다. 건너편 와룡산의 위세가 워낙 대단하여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각산은 산세가 부드러운 전형적인 육산으로 매우 포근한 느낌을 주며 남릉에 위치한 각산산성과 봉화대가 이 산의 지정학적인 중요성을 더욱 일깨우고 있습니다. 각산 정상에 서서 와룡산(798m)을 바라보면 우람한 자태로 드러누운 거대한 용의 형상이 바라보이기 때문에 각산이 와룡산의 뿔(角)이라고 한다는군요.
산행들머리는 각산의 서쪽 3번 국도가 지나가는 실안마을 버스정류소입니다. 실안마을을 알리는 대형표석 옆에는 실안노을길 안내도와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전국적인 걷기열풍은 이곳도 예외가 아닌 듯 하군요. 개천 옆 도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갑니다. 황사로 인해 각산 능선의 봉우리들이 가려져 있는 모습입니다. 다리를 건너 컨테이너 박스를 지나 향림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길섶의 흥룡사는 그냥 지나칩니다. 민가가 보이지 낳을 즈음 흙 길에는 당국에서 조개껍질을 깔아 보행자들을 배려한 것이 눈에 뜨이네요.
노을 살안길 이정표
개천따라 가는 길
처음 만난 이정표는 실안동 1.3km, 봉화대 2.3km입니다. 지금까지 좌측으로 돌아오던 길은 이제부터 우측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그런데 조금 더 가노라니 봉화대 3.7km 이정표가 나오는군요. 때로는 현지의 이정표 거리가 들쭉날쭉해 전혀 믿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짙은 황사는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온 세상을 잿빛 세상으로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향림사 갈림길을 지나자 능선 좌우로 조망이 터지는 활공장에 왔지만 희미한 형체만 보일 뿐이어서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안개 같은 황사
향림사 갈림길
활공장 조망
활공장을 뒤로한 후 지나가는 길목의 바위들이 그나마 볼거리라고 한다면 참 서글픈 일이네요. 임도를 만나 우측의 숲으로 들어서면 다시 임도를 만나게 되고 이번에는 좌측의 산으로 진입합니다. 평탄한 길을 가다가 우측으로 내려서면 체육시설이 있는 안부입니다. 여기서부터 오늘 등산로 중 가장 가파른 통나무계단 구간을 오르면 헬기장입니다. 헬기장 옆에는 통신 철탑이 보이는데 송신탑이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습니다.
체육시설
헬기장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산불감시초소 겸 전망대입니다. 전망대에는 맑은 날 여기서 바라본 와룡산 및 남해바다의 여러 섬에 대한 사진과 이름이 적힌 안내도가 세워져 있는데, 현재 보이는 것이라고는 황사뿐이니 정말 날을 잘 못 잡은 듯 합니다. 그러나 자연형상(물론 중국이 진원지이기는 하지만)을 인간이 어찌 해볼 도리가 없지요. 일반적으로 비가 내린 다음에는 날이 맑아서 시계(視界)가 확 트이는데, 하필이면 중국발 황사가 밀려올 줄은 미처 예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산불감시초소
전망대
전혀 보이지 않는 조망
전망대를 지나면 드디어 봉화대가 있는 각산 정상(408m)입니다. 정상에는 반듯한 표석이 반겨주는 가운데 이곳에 서면 삼천포 대교를 비롯해 남해의 섬들이 잘 조망되겠지만 오늘 조망은 이미 포기한 상태입니다. 다만 아까보다는 조금 황사가 옅어져 지나온 각산 능선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삼천포대교도 그 형체를 어렴풋이 드러냅니다. 각산의 정상에는 횃불과 연기를 이용해 소식을 전하는 옛 통신수단인 봉화대가 옛 모습대로 남아있습니다. 남해안의 봉수대 중 비교적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군요. 고려 원종(재위 1259∼1274) 때에 성(城)과 봉화대를 만들었으며 봉수는 남쪽으로 대방산, 서쪽으로 곤양의 우산봉수, 북쪽으로 사천 안점봉수와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봉화대 밑으로는 성의 흔적도 보입니다.
봉화대
지나온 각산 능선
당겨본 삼천포 대교
아쉬움을 남긴 채 고도를 점점 낮추면 각산산성입니다. 각산산성은 각산의 8부 능선에 길이 242m를 돌로 쌓은 석성(石城)입니다. 성의 남쪽 성문은 원형대로 남아 있으며 성벽의 대부분이 허물어져 있어 복원했습니다. 이 성은 백제 제30대 무왕 6년(605) 축성한 것으로 기록은 전하고 있는데, 백제는 전성기에 영토를 경상도지방까지 확장했던 것입니다. 이후 이 산성은 고려시대에는 삼별초난을 토평(討平)하는데도 활용되었으며 왜구의 침범 시에는 각산리의 주민들이 이 산성에 의지해서 대응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제 대방사 방면으로 하산합니다. 대방사는 누가 언제 창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옥으로 조상한 좌불상이 있고 대웅전 대신 "큰법당"이라는 현판이 붙은 전각을 가진 규모가 꽤 큰 사찰입니다. 경내 약수터에서 시원한 생수 한잔으로 목을 축인 다음 이래로 내려오니 3번 국도 길의 대방사 주차장입니다. 오늘 9km 산행에 3시간이 걸렸습니다. 보통사람이 산행을 하면서 시간당 3km 걷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이 비교적 느린 필자가 이처럼 빨리 걸었던 것은 각산의 등산로는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육산이며 또 황사로 인해 조망을 할 수 없어 사진을 찍으려 지체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사천까지의 거리가 워낙 먼 천리길이라 앞으로 언제 다시 이곳을 찾을지 모르겠지만 날씨 때문에 정말 아쉬운 하루였습니다.
대나무 숲
대방사
대방사 주차장
삼천포대교
삼천포대교 위에서 바라본 각산(좌)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6년 3월 6일 (일)
▲ 등산 코스 : 실안마을 버스정류소-흥룡사-활공장-안부 체육시설-송신탑-전망대(산불감시초소)
-각산(봉화대)-각산산성-대방사-주차장
▲ 산행 거리 : 9km
▲ 소요 시간 : 3시간 5분
▲ 등산 안내 : 기분좋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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