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바다였음을 알려 주는 좌베틀산의 해식동굴
베틀산 능선에서 바라본 북쪽의 청화산
과거 조계산으로 불리기도 했던 베틀산(324m)은 경상북도 구미시 해평면과 산동면의 경계에 위치한 산입니다. 베틀산이라는 이름은 산의 꼭대기에 석굴이 있는데 임진왜란 때 이곳에서 피난을 하면서 베틀을 놓고 베를 짰다는 설, 날이 화창할 때 선녀가 금실을 가지고 내려와서 베를 짰다는 설 등의 기록을 토대로 지은 이름입니다. 이와 함께 고려시대 중국에서 목화씨를 가져와 전파시킨 문익점의 손자가 베틀을 만들어 베를 짰다는 설, 어느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는데 산 위에서 여인의 베 짜는 소리가 들려왔다는 설도 전합니다.
베틀산은 해발고도가 300m급에 불과하지만 암릉과 풍화동굴이 산재한 보기 드문 산입니다. 좌베틀산 아래 상어굴의 모습은 영락없이 바다였던 곳이 솟아올라 산으로 변했음을 알려주는 산 증거입니다. 이곳의 토양도 진안의 명산 마이산에 보듯 바다모래와 자갈이 혼합되어 있거든요. 금산리 방면에서 베틀산(324m)을 바라보면 남동방향의 오른쪽에 위치한 우베틀산(332m)과 북쪽방향의 왼쪽에 위치한 좌베틀산(369m)이 연봉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주봉은 가장 높은 좌베틀산입니다. 필자는 이 산을 답사하기 전 베틀산 옆에 좌우 베틀산이 있다고 하기에 아까운 거리에 있는 봉우리에 무슨 산 이름을 세 개나 붙였는지 의아스러웠는데 실제로 답사해 보니 산을 올랐다가 안부까지 뚝 떨어진 다음 다시 올라야 하기 때문에 완전 별도의 산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 합니다.
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판교)에서부터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합니다. 평소 어린이날 길을 나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은 정부에서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해 4일 연휴가 된 게 그 원인인 듯 했습니다. 버스전용차로도 그냥 멈춰선 모습니다. 톨게이트에서 안성까지 오는데 무려 두 시간이 소요됩니다. 아침 7시 30분 서울 잠실역을 출발한 버스는 구미 해평면까지 오는데 5시간이 걸려 12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교통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산행들머리는 구미시 해평면 금산1리 회관입니다. 회관 옆에는 정자가 있는데, 흔히 있을 법한 마을 이정표는 이곳 근처에 보이지 않습니다. 정자에서 바라보니 가야할 세 개의 베틀산이 보입니다. 중앙 베틀산을 기준으로 우측에 우베틀산, 좌측 제일 높은 산이 좌베틀산입니다. 베틀산을 바라보며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진입합니다. 베틀산 동화사의 마애미륵불입상을 알리는 큼직한 안내문을 뒤로하면 상어굴 1.2km, 좌베틀산 1.6km, 베틀산 2.5km 이정표가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베틀산으로 먼저 가야하므로 이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그냥 큰길로 계속 갑니다. 도요암 안내문을 따라가면 도요암 입구인데 여기에 베틀산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습니다. 등산 안내도가 빛이 좀 바래기는 했지만 전체의 산세를 알 수 있는 귀한 참고지도입니다.
금산1리 정자
가야할 좌베틀산, 베틀산, 우베틀산
도요암
이곳에서 도요암으로 가지말고 베틀산 1.0km, 좌베틀산 2.0km 이정표를 따라 우측의 계단을 오르면 숲 속입니다. 사실 여기에 우베틀산 이정표가 없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점점 고도를 높이면 기암 같은 바위의 형상이 가끔 나타나는데 그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우측으로 산허리를 돌아가니 우베틀산 갈림길입니다. 이곳에 처음으로 우베틀산 400m라는 이정표를 만납니다. 금산1리에서 900m 지점이네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내려가 임도(우베틀재)를 지나 다시 오릅니다. 부드러운 산길은 급경사를 만나고 엄청 가파른 철제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사실 이와 같은 오지에 이를 설치하는 사람들도 고생했겠지만 계단의 경사가 너무 가팔라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우베틀산 갈림길 이정표
급경사 계단
계단을 올라 뒤돌아보니 가야할 베틀산과 좌베틀산이 바로 눈앞에 솟아 있습니다. 우베틀산 정상(332m)에는 베틀산 0.7km, 동곡리 4.9km 이정표만 있을 뿐 우베틀산이라는 이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아까 만났던 현지 이정표는 320m로 표기되어 있으나 필자는 부산국제신문의 표기를 따랐으며, 베틀산 및 좌베틀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계단에서 뒤돌아본 베틀산(좌)과 좌베틀산(우)
우베틀산 정상 이정표
우베틀산을 내려와 베틀산 중턱의 갈림길로 되돌아옵니다. 여기서 베틀산 정산으로 가는 길에도 철제계단이 있지만 적당한 기울기여서 매우 편합니다. 빡세게 오른 베틀산 정상(324m)에는 우베틀산 500m, 좌베틀산 900m를 알리는 이정표는 있지만 베틀산이라는 안내문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국에서 이 정도로 반듯한 이정표를 세울 때 비록 정상표석은 아니더라도 이정목에 베틀산이라는 산 이름을 왜 적어놓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상에 서니 북쪽으로 청화산(701m)의 산줄기가 바라보입니다.
베틀산 정상
베틀산 정상 이정표
북쪽 청화산 방면의 조망
이제 좌베틀산으로 갑니다. 베틀산을 내려와 금산1리 갈림길(베틀재)을 지나면 이곳에서 가장 높은 좌베틀산 정상(370m)입니다. 베틀산과의 거리가 900m인데도 능선 길이 좋아 금방 도착합니다. 돌탑이 있는 정상에도 베틀산 900m, 우베틀산 1.5km 이정표만 보일 뿐 좌베틀산을 알리는 안내문은 눈을 씻어도 보이지 않습니다.
베틀재 이정표
능선 좌측 조망
좌베틀산 정상
이제부터 하산할 차례인데 여기서부터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상어굴 이정표를 따라 정상 좌측으로 내려섭니다. 통나무 계단이 잘 조성된 바위사이의 협곡을 내려가다가 능선을 따라 갑니다. 우회하는 길이 있지만 능선길로 가면 시원하게 조망이 트이며 급경사에는 철제계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암벽 옆 소나무 뒤로 보이는 풍경이 매우 좋은데 한창 부지조성공사중인 곳은 구미5공단(하이테크벨리) 1단계공사지역입니다. 다시 두 번째의 철계단을 내려선 후 바로 직진하지 말고 꼭 철계단 좌측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상어굴의 갈림길로서 베틀산의 명물인 상어굴이 있거든요. 산아래 암벽에 파인 상어굴을 보면 해식작용으로 생긴 굴임을 누구든지 금방 알아볼 수 있습니다. 과거 바다 밑이었다가 융기해 생긴 것이지요.
바위 협곡
구미4공단(?) 조성지
큰상어굴
큰상어굴 다음은 작은 상어굴이 있는데 정말 볼수록 기기묘묘합니다. 현지에 큰상어굴과 작은상어굴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네요. 작은상어굴에서 반드시 진행방향인 동화사로 가야합니다. 동화사에는 마애불상이 있거든요. 그런데 동화사는 사찰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초라합니다. 대웅전이라는 현판이 붙은 건물은 마치 은둔자의 숙소 같습니다. 주변을 아무라 돌아보아도 마애불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산악회 산악회선두대장이 대웅전 뒤에 있다고 했지만 대웅전 뒤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웅전 앞 계단을 오르면 건물 좌측으로 겨우 족제비가 지나다닐 정도의 통로가 보입니다. 물론 사람이 다닐 수도 있는 길이지만 밑에서는 보이지 않아서 한 말입니다.
작은상어굴
동화사 가는 길
동화사 이정표
동화사 대웅전(마애불 가는 길)
좁은 통로를 지나니 인자한 모습의 마애여래불입상이 보입니다. 현지에 아무런 설명문이 없어 언제 누가 조성했는지 모르겠지만 머리에 쓴 삼각모양의 고깔모자와 목에 건 목걸이가 보통의 마애불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이 정도의 불상이라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을 법한데 왜 안내문 하나 없이 방치되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애불 앞에는 6기의 불상이 있는데 아마도 마애불을 지키는 상(像)인 듯 합니다.
마애여래불입상
마애불을 뒤로하고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 아까 지나갔던 도요암 길림길을 지나 금산1리회관입니다. 오늘 약 7km 산행에 3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베틀산은 비록 산이 낮고 산행시간은 짧지만(?) 3개의 베틀산을 오르내리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쏠쏠하고 상어굴과 같은 자연명품과 마애여래불입상 같은 불상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산 정상을 알려주는 표석이나 안내문이 전혀 없는 것은 옥의 티입니다.
임도
도요암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6년 5월 5일 (목)
▲ 등산 코스 : 금산1리회관 정자-도요암-우베틀산 갈림길-우베틀재-우베틀산-우베틀산 갈림길-베틀산-베틀재
-좌베틀산-상어굴-동화사-도요암-금산1리회관
▲ 등산 거리 : 7.0km
▲ 소요 시간 : 3시간 5분
▲ 산행 안내 : e산두레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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