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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비에 젖은 제석산 신선대

 

 

 

 

전남 순천시와 보성군의 경계에 위치한 제석산(563m)은 낙안민속마을을 품고 있는 순천의 명산인 금전산(668m) 남쪽능선의 끝자락에 위치한 산입니다. 제석산은 멀리서 보면 정상의 흰색 암부가 일부 보일 뿐이지만 실제로 산에 오르면 빼어난 암봉미를 자랑하는 명산입니다. 제석(帝釋)이란 불가에 온 용어로 "수명·자손·운명·농업 등을 관장하고 하느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믿어지는 신령으로서 제석신앙은 하늘에 대한 외경심리와 깊이 연관돼 있는데, 이 산에 이러한 이름을 지어준 것은 이 지역주민들의 불교에 대한 깊은 신심을 반영한다고 합니다. 제석산 남서쪽 산자락에는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를 기리는 <태백산맥 문학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을 출발해 전라도 땅으로 접어들자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어떤 사람은 비가 내려도 산행을 좋아하지만 필자는 우중 산행을 싫어해 가급적 피하는 편입니다. 산행 도중에 예상치 못한 소나기를 만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비가 내려 우비를 입을 경우 바람이 통하지 않아 매우 덥고 걸음걸이에 지장을 초래합니다. 또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아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없고 카메라 렌즈에 빗방울이 맺혀 사진을 망칩니다. 안경에 서리가 끼면 앞이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길바닥이 미끄러워 안전사고의 우려도 큽니다. 따라서 필자는 사전에 일기예보를 확인해서 아무리 가고 싶은 산이라도 비 예보가 있으면 포기하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이틀 전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알았지만 산악회와의 인연으로 미리 신청한 것을 차마 취소하지 못했습니다.

 

필자는 일기예보가 틀리기를 기원하면서 참여했습니다. 무심하게도 자주 틀리던 일기예보도 오늘은 왜 이리 잘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산행들머리인 별량면 동화사에 도착했을 때는 옷이 젖을 정도로 비가 내렸습니다. 하는 수 없이 우중산행을 시작합니다. 동화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본사인 화엄사의 말사로 신라 말 도선국사가 개설했으며 고려 때 대각국사 의천이 개창(1097)했다는 천년고찰입니다. 사찰의 출입문에는 개운산 동화사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데, 산세가 마치 구름이 피어오르는 형국이라고 해서 개운산(開雲山), 그 구름 속 봉황이 오동나무 둥지로 알을 품으려 날아드는 지형에 세운 사찰이라고 해서 동화사(桐華寺)라고 불렀습니다. 오동나무는 군자를 상징하고 봉황은 현인(賢人)을 상징하므로 현인이 많이 배출될 장소라는 해석이 그럴 듯 합니다. 다만 우리가 가는 산은 제석산인데 개운산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하겠습니다. 

 

개운산 동화사 현판


 

 

 

동화사는 비교적 넓은 경내에 반듯한 여러 전각이 잘 배치되어 있지만 비도 많이 내리고 또 일행 중 필자를 포함한 2명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종종걸음으로 산 쪽으로 가버려 경내 전각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한 채 처삼촌 묘 벌초하듯 겉모습 사진만 몇 장만 찍고는 발길을 돌립니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니 오래된 집에 소 한 마리만 매여 있는 모습이 매우 쓸쓸해 보입니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좌측의 산 속으로 진입합니다. 상당히 비가 많이 내린 듯 길바닥이 질펀합니다. 산길을 요리조리 돌아가다가 또다시 임도를 만났고 구부러진 임도를 지나 산으로 들어가 고도를 높이니 헬기장입니다. 아마도 이곳이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같지만 안개비로 인해 주위는 전혀 조망을 할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통상 이런 곳은 조망의 명소이거든요. 헬기장 한쪽에 느닷없이 보이는 제석산 표석이 뜬금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제석산 정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가면 바로 오늘의 목표인 제석산 정상(563m)입니다. 

 

 

 

헬기장


 

 헬기장 표석

 

 

 


정상에는 반듯한 표석이 보이지만 조망을 할 수 없으니 날씨가 정말 야속합니다. 정상에 서면 남해의 다도해상 풍경이 펼쳐지고 금전산까지 보인다고 했지만 오늘 보이는 것은 짙은 안개뿐입니다. 

 

 

 

 

 

사실 제석산의 하이라이트는 정상에서 신선대까지의 암릉구간입니다. 일반적으로 신선대(또는 신선봉)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조망이 끝내줍니다. 신선이 올라가 바둑을 두며 소일했던 장소이니 신선대는 경치가 좋을 수밖에 없지요. 도봉산의 신선대 및 설악산의 신선대가 그러합니다. 이곳 제석산 신선대도 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암으로 구성된 암봉이 있어 조망의 명소이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보이는 것은 안개에 젖은 모습뿐입니다. 그런데 순식간에 안개가 사라지고 신선대 능선의 모습이 드러나더니 또 다시 감추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잠시 지체하는 동안 딱 한번 안개가 말끔히 가셔 선명한 신선대를 볼 수 있었음은 행운입니다. 신선대에는 기둥처럼 네모 난 높은 바위도 있고, 벼랑 끝의 반석 또는 모자의 챙처럼 생긴 바위도 있다지만 모두가 딴 나라 이야기 같습니다.

 

신선대


 

 

 뒤돌아본 제석산 정상


 

 안개비에 젖은 신선대


 

 순식간이 드러난 신선대 


 

 

 

신선대

 


 

 

신선대를 뒤로하고 내려오면서도 아쉬움을 달랠 길이 없습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을 테니까요. 잘못이하면 택일을 잘 못한 필자의 책임이지요. 조망대인 듯한 곳에 올라봐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비에 젖은 안개뿐입니다.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이정표(벌교/소설 태백산맥 무대 2.7km, 낙안 구기마을, 별량 대치마을)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벌교방향(회정마을)으로 갑니다. 긴 의자가 있는 Y자형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갑니다. 이리 저리 길을 따라 가노라니 벌교들판이 보이는 곳에 한참 조망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안개가 좀 엷어져 비록 희미하나마 벌판이 보입니다.

 

 

 

 

 

 건조중인 조망대


 

 벌교벌판

 

 

 

 

약수터 이정표에서 좌측으로 내려섭니다. 묘지 옆 운동시설 삼거리에 오니 비로소 "태백산맥 문학관" 이정표가 길을 안내합니다. 아까 소설 태백산맥무대라는 이정표를 보기는 했지만 이쪽으로 하산하는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해 태백산맥문학관을 알리는 이정표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와집이 보이기 시작하면 목적지에 다 온 것입니다. 좌측에 보이는 집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현 부자네 집이고, 우측은 무당인 소화네 집입니다.  이곳 바로 옆에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이 있습니다. 

 

운동시설


 

 

 

 

 

 

현부자네 집


 

 소화네 집


 

 태백산맥 문학관

 

 

 

 

오늘 약 7.5km 산행에 2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필자는 이토록 발걸음이 빠른 사람이 아니지만 신선대 주변 하산길인 암릉구간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산길이 비교적 평탄하였고, 또 비와 안개로 인해 조망을 즐기며 사진을 찍지도 못한 채 앞만 보고 종종걸음으로 걸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답사객들은 제석산 등산로와 하산로 모두 여러 갈래의 길이 있어 GPS에 능한 유능한 안내자가 없을 경우 길 찾지가 쉽지 않을 것임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6년 6월 4일 (토)
▲ 등산 코스 : 동화사-임도-활공장-제석산-신선대-샘터-운동시설 삼거리-태박산맥 문학관
▲ 등산 거리 : 7.5km
▲ 산행 시간 : 2시간 10분
▲ 산행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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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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