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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불암산(佛巖山) 남서쪽 기슭. 여성의 은밀한 곳을 빼놓은 듯 닮았다는 <밑바위>을 둘러보고 그냥 되돌아가려니 너무 아쉽다. 불암산 자락까지 왔으니 산이나 올라가 보자고 마음먹고는 높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한참 가노라니 사찰의 축대이다. 오른쪽에 철탑이 있고 축대를 다 오르니 생수가 철철 넘친다. 배낭에서 물병을 꺼내 미지근한 물을 쏟아 버리고, 시원한 물을 새로 담는다. 오른쪽 불상 앞에 널어둔 고추가 늦더위의 태양열을 받아 더욱 붉게 익어가고 있다.







종무소 겸 암자로 쓰이는 건물에는 학도암(鶴到庵)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냥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조그만 암자라고만 생각했다.

학도암 큰법당



그런데 암자를 지나 굴뚝 쪽으로 가서 산 쪽을 바라보니 우거진 솔숲에 거대한 마애불상이 보이는 게 아닌가! 이 정도 규모의 마애불상이라면 틀림없이 지명도가 있을 터인데 내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으니 이른바 "세상은 넓고 볼 곳도 많음"을 실감한다.


큰법당 뒤로 보이는 마애불상


가파른 돌계단을 이용해 불상 앞에 선다. 밑에서 올려다보니 그 규모가 참으로 대단하다. 높이 22m의 바위에 새겨져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문외한의 눈으로 보니 음각을 했는지 아니면 양각을 했는지 조차 잘 모르겠다.



불상의 왼쪽이 빗물에 젖어 검게 물든 것을 제외하고는 바위의 모습이 비교적 깨끗해서 제작된 지 얼마 안된 것으로 생각했지만 안내문에는 조선후기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1872년 명성황후의 시주로 조성된 것으로 사지(寺誌)는 기록하고 있다. 학도암은 1624년(인조 2년) 창건된 이후 줄곧 작은 암자였다.  

마애불(磨崖佛)이란 벼랑바위에 새겨놓은 부처를 말한다. 이 마애불도 돋을 새김으로 제작했단다. 높고 화려한 연꽃 무늬 위에 앉아 있는 관음보살상은 비록 얼굴은 각이 졌지만 눈은 가늘고 코는 유난히 큼직하며 입은 작게 표현한 것이다.






이 불상을 받치고 있는 연꽃받침 대좌는 조선시대 말의 특징을 잘 보여주며, 조선조 말 최고의 걸작품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걸작임에도 겨우 서울시 유명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을 뿐이다.

불상 앞에 서 있는 두 개의 석등도 매우 기품이 있어 보인다. 법당 너머로 펼쳐지는 중생들의 삶의 현장이 역광을 받아 희미하게 빛난다.





마애불 왼쪽에는 석굴에 모신 약사전이 있고, 그 옆에는 관음전이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다. 햇살을 받은 흰 코스모스가 유난히도 화사하게 보인다. 마애불의 온화한 미소를 뒤로 한 채 산으로 발길을 돌린다.(2008. 9. 15).     


약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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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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