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령산(우척봉) 오름길에 뒤돌아본 남쪽조망(삿갓봉, 매봉)
경상북도 포항의 내연산은(930m)은 설악산, 두타산, 청옥산과 함께 동해안 변에 솟은 4대 명산의 하나입니다. 내연산에는 주봉인 향로봉을 비롯해 시계방향으로 삼지봉(715m), 문수봉(628m), 우척봉(775m), 삿갓봉(716m), 매봉(835m)의 여섯 봉우리가 계곡을 에워싸 내연산 계곡(청하골)을 만들었고 12폭포(상생, 보현, 삼보, 잠룡, 무풍, 관음, 연산, 은폭, 복호1, 복호2, 시명, 실폭)를 빚었습니다.
이 중에서 포항시 송라면소재 우척봉은 천령산이라는 별도의 산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조선후기까지 신구산(神龜産)이라 하였고 하늘같이 높다 하여 일명 하늘재라 부르던 것을 일제시대에 천령산으로 바꾸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마치 천령산 봉우리의 생김새가 소잔등처럼 생겼다하여 우척봉(牛脊峰)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삿갓봉과 천령산을 이어서 답사할 계획입니다. 삿갓봉 산행 들머리는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소재 경상북도수목원입니다. 수목원 정문에서 숲해설 전시관을 지나 우측으로 전망대 가는 길로 들어섭니다. 잘 정비된 나무 데크 길을 오르면 늠름한 모습의 전망대입니다. 전망대에 서면 동해의 포항 앞 바다가 펼쳐지네요.
전망대에서 바라본 포항 앞 바다
전망대 좌측의 생태관찰로와 삿갓봉 이정표를 따라 걷습니다. 조금 걸어가니 바로 삿갓봉(716m)입니다. 내연산 삿갓봉이라는 큼직한 표석이 이방인을 맞아주는군요. 아쉽게도 조망은 전혀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산행기점인 경상북도수목원이 해발 650m에 위치해 있어 전혀 힘들이지 않고 삿갓봉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삿갓봉을 내려와 북쪽 천령산(우척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지나가는 길이 매우 부드럽습니다. 삿갓봉에서 천령산까지는 4.7km로 만만치 않은 거리입니다. 외솔배기는 이곳 주민들이 옛날 5일장을 보러 다니던 길목으로서 수령 약 250년 된 보호수 소나무가 지나는 행인들의 쉼터가 되어 주었습니다.
외솔배기를 지나면 여러 차례 작은 봉우리를 넘어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법 큰 봉우리가 앞에 다가오면 등산로는 우측 또는 좌측의 8부 능선으로 산허리를 돌아가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정상을 800m 앞둔 시점부터는 오르막 일변도로 변합니다. 가파른 된비알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삿갓봉을 포함해 지나온 능선이 부드럽게 물결칩니다. 능선 안부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우측으로 가면 호학봉(559m)으로 이어지는데, 이미 선두그룹은 이곳을 다녀왔지만 무더위에 지친 필자는 좌측의 우척봉으로 갑니다.
남쪽으로 바라본 지나온 능선
우척봉 정상(775m)에는 자연석 앞뒤로 우척봉과 천령산이라는 글씨를 새겨 놓았는데 남쪽과 서쪽의 조망이 터지네요. 남쪽으로는 지나온 수목원 뒤 전망대와 삿갓봉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남서쪽으로는 매봉이 있겠지만 어느 곳인지 정확하게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상당히 넓은 정상에는 다른 산악회 소속 등산객들이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제5호 태풍 노루가 대한해협으로 멀리 떨어져 지나간다는 뉴스를 보고 왔는데 이곳 포항지방은 태풍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듯 하늘은 가을처럼 청명하고 기온은 정말 무덥습니다.
우척봉 표석(역광으로 인해 글씨가 희미함)
천령산 글씨
천령산에서 보경사 이정표를 따라갑니다. 헬기장 옆에 천령산 안내문이 세워져 있군요. 헬기장을 지나자 거의 평평한 등산로가 한동안 계속됩니다. 연산폭포를 2.7km 남겨둔 갈림길에 누군가 우측으로 가면 주차장으로 하산한다는 표기를 해 두었는데 필자는 연산폭포방향으로 계속 갑니다. 오솔길을 따라 한 구비를 돌아가자 삼거리 갈림길입니다. 연산폭포까지는2.3km, 주차장까지는 2.7km입니다. 필자는 내연산 계곡의 폭포를 보기 위해 연산폭로로 갑니다. 이제부터는 급격한 내리막입니다. 그러나 하산로가 분명해 위험한 곳은 없습니다.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
계곡에 도착해 우측으로 조성된 경사로를 따라갑니다. 선일대 갈림길을 지나 급경사 계단을 내려오니 내연산계곡 12폭포의 하나인 관음폭포입니다. 그런데 폭포의 모습이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관음폭포는 상생폭포와 함께 12폭포 중 가장 멋진 경관을 보여주는 폭포인데 물줄기가 약해 볼품이 없는 것입니다. 그간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곳 포항지방의 강수량이 적었던 듯 하군요.
관음폭포
계곡을 건너 맞은 편 길을 걷습니다. 이 길도 오르내림이 심합니다. 휴일을 맞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어린 자녀와 함께 계곡을 찾았지만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잠룡폭포외 보현폭포가 있음을 알리는 안내문을 지나가면 12폭포의 첫 번 째 폭포인 상생폭포입니다. 흔히 쌍폭으로 불리는 이 폭포는 두 개의 물줄기가 콸콸 쏟아져야 정상인데 한 줄기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상생폭포
강렬한 태양이 작열하는 8월 초의 내연산 계곡은 걷기마저 힘들 정도로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군요. 계곡이 거의 끝날 무렵 노송이 우거진 곳에 천년고찰 보경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보경사는 신라 진평왕 25년(603) 지명법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입니다. 사찰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매점 거리를 통과해 대형주차장으로 나옵니다.
보경사 노송
보경사 일주문
오늘 약 12km 산행에 거의 5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흔히 동해안의 3대 계곡으로 설악산 천불동계곡, 두타산·청옥산의 무릉계곡, 포항 내연산 계곡을 칭합니다. 그런데 가뭄으로 인해 연산폭포에서 보경사까지 나오는 길이 무척 무미건조했습니다. 제대로 비가 내린 후 찾아야 계곡과 폭포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겠지요. 내연산의 여섯 봉우리 중 이제 매봉만 미답의 봉우리로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일반적으로 산악회에서 잘 안내하지 않는 천령산과 삿갓봉을 답사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7년 8월 6일 (일)
▲ 등산 코스 : 경상북도 수목원-전망대-삿갓봉-외솔배기-천령산(우척봉)-관음폭포-상생폭포-보경사-대형주차장
▲ 산행 거리 : 12.2km
▲ 소요 시간 : 4시간 50분
▲ 산행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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