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산 하산길에서 본 금성산과 비봉산(맨 뒤)
경북 의성군 가음면 소재 뱀산(838m)과 선암산(881m)은 큰 한티재를 사이에 두고 북쪽의 매봉산(610m), 복두산(512m) 및 북두산(598m)과 마주 보고 있는 산입니다. 준족들은 이들 5개의 산을 한꺼번에 연결 종주하지만 필자처럼 걸음이 느린 산객은 힘에 부칩니다. 실제로 필자는 지난 3월 매봉산-복두산-북두산은 이미 답사했기에 이번에는 뱀산과 선암산을 밟은 후 빙계계곡으로 하산해 빙계서원과 빙산사지오층석탑 그리고 빙혈을 차례로 살펴볼 계획입니다.
뱀산 산행들머리는 의성군과 군위군의 경계에 위치한 큰한티재입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가면 매봉산으로 이어지고 뱀산은 남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지에는 북두산과 복두산 등산 안내도만 세워져 있어 아쉽군요. 군위군 고로면의 안내표지판 옆으로 들어서니 매봉산 1.1km, 선암산 2.9km 이정표가 나옵니다. 산악회에서 단체로 산행을 와서 이 코스를 선택한 이는 나 혼자뿐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산악회에서 자주 만나는 S씨도 같은 코스를 걸으며 길동무가 된 것은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군위군 안내도
큰한티재
큰한티재의 북두산-복두산 지도
부드럽게 진행되던 산길은 어느새 급경사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큰 한티재의 해발고도가 약 400m 정도라고 하므로 뱀산까지는 400m이상 고도를 높여야 하는데 그 작업이 만만치 않습니다.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북쪽으로 북두산 방면 능선이 조금 보여 오늘 산행을 하면서 멋진 조망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했지만 뱀산을 거쳐 선암산을 지나는 동안 단 한차례의 조망도 할 수 없음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뱀산을 오르면서 뒤돌아본 북두산방면 조망
긴 나무 의자가 놓여 있는 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빡세게 발걸음을 옮기면서 통나무 계단을 오르니 능선 삼거리입니다. 뱀산은 여기서 좌측으로 약 100m 지점에 있는데, 인근의 이정표에는 매봉산 2.3km, 대동리회관 3.8km만 표기되어 있어 사전에 뱀산의 정보를 모르고 이곳에 온 사람들은 뱀산 정상을 들르지 않고 통과할 가능성이 있어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정표를 설치하는 사람들이 왜 이정목에 뱀산은 표기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삼거리 좌측에 있는 뱀산(838m) 정상에는 해발고도도 표기되지 아니한 안내판이 붙어 있군요. 이곳이 선암지맥이라는 산악회의 안내문도 보입니다. 다만 정상은 나무숲으로 가려져 전혀 조망을 할 수가 없습니다.
뱀산 삼거리 이정표
뱀산에서 선암산까지의 거리는 1.1km,인데 오르내림도 거의 없는 평탄한 길입니다. 가끔 능선 좌측 숲 사이로 건너편 산의 능선이 조금씩 보이기는 하지만 사진을 찍을 정도는 아닙니다. 이 때 맞은 편에서 다가오는 필자의 하산지점인 대동리 회관(경노당)에서 출발한 산악회 종주팀의 선두그룹을 만납니다. 선두대장을 비롯한 5명의 건각들이 보무도 당당히 지나갑니다. 이들의 체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선암산은 뱀산보다 해발고도가 43m 높기에 마지막 정상을 향해 고도를 높입니다.
바람처럼 지나가는 선두그룹
잡목이 무성한 헬기장 옆이 바로 선암산(881m) 정상입니다. 정상에는 뱀산처럼 붉은 바탕에 흰 글씨의 정상 안내문이 이정목에 붙어 있는데 이번에는 해발고도를 표기해 놓았군요. 뱀산 1.1km, 척화삼거리 1.2m 이정표가 있습니다. 선암산은 이 주변의 산군(山群) 중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의성의 최고봉이지만 조망을 할 수 없어 최고봉이라는 자존심은 내려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대동리 회관으로 하산할 차례입니다. 보통 하산 길에는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하지만 이곳은 내리막 일변도여서 한결 쉽습니다. 능선 우측으로 북두산 능선이 잠시 보이는 듯 하더니 이내 사라집니다. 해발고도가 800m이상 되는 산에서 이토록 조망이 없는 산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1.2km를 내려서니 척화삼거리입니다. 제일 분명한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는 어느 시점에서 그만 길이 희미해지고 맙니다. 동행자인 S씨와 합심해 바른 길을 찾느라 이러 저리 살펴보다가 상당히 어려운 급경사를 내려섭니다. 이제부터 북쪽의 북두산 능선이 잘 보이기 시작하지만 너무 많이 내려온 탓에 올려다보아야 하니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산길은 우측으로 계속 이어지다가 드디어 임도를 만납니다.
북두산 방면의 조망
척화삼거리
북두산
임도에서 우측으로 가면 아까 산행들머리인 큰한티재에서 내려오는 도로와 만나겠지만 거리가 멀 것으로 생각하고 좌측으로 간 것은 무리였습니다. 임도는 항상 낮은 곳으로 가야 하산하게 되는데 좌측이 높은 곳으로 가려니 다리가 무거워집니다. 한 구비를 돌아가니 선암산2.3km, 대동리 회관 0.9km 이정표가 나옵니다. 드디어 길을 제대로 찾은 것입니다. 아까 척화삼거리에서 하산하다가 어디에서 길이 어긋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척화삼거리에서 우측의 능선을 따라 갔더라면 고생을 덜 했을 것 같지만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임도 오름길
대동리
대동리 표시 이정표
이제 대동리 회관 0.9km 이정표를 따라 다시 숲으로 들어섭니다. 지도상의 가족묘지인데 후손들이 벌초를 잘 해 놓았더군요. 여기서는 멀리 의성의 명산인 금성산(530m)과 비봉산(671m)의 톱니 같은 능선이 바라보이기 시작합니다. 몇 년 전 이곳을 답사했지만 멀리서 두 산의 능선을 보니 정말 명산임을 실감케 하는군요. 산행을 마치고 귀경하면서 두 산의 옆을 지나게 되었는데 아직까지 이곳에 오르지 않은 사람들이 산악회 관계자에게 산행계획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가족묘지
그런데 또 다시 이어지는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묘지 주변을 한참 살펴보아도 분명한 하산길은 보이지 않네요. 묘지의 우측 끝에서 숲으로 들어가 길을 찾아 헤매는 중 그 우측으로 반듯한 길을 발견하고는 쾌재를 부릅니다. 도대체 이 길의 입구가 어디인지 참 궁금하지만 길을 찾은 기쁨에 그냥 내려갑니다. 산불조심경고문이 깜빡이는 안내등을 뒤로하고는 도로를 따라 가니 대동리 회관입니다. 이곳은 지난 3월 매봉산-복두산-북두산을 답사하고 하산한 지점이라서 구면(舊面)입니다.
대동리 회관(경노당)
다리를 건너 대동리 마을의 정겨운 벽화를 다시 보면서 차도를 따라 빙계계곡으로 갑니다. 이제는 영업을 중단한 빙계온천건물이 파란 하늘아래 하얗게 빛납니다. 내리쬐는 햇살에 참깨도 잘 마를 것 같습니다. 길섶에는 사과와 대추 등 가을과일이 영글어 갑니다. 현리2리 버스정류소에서 우측으로 몸을 돌려세우면 빙계계곡 대형표석이 이방인을 맞이합니다. 왔던 길을 뒤돌아보니 지나온 선암산이 삼각봉우리의 모습을 하고 있네요. 현리교회를 지나니 빙계계곡의 주차장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겨운 마을벽화
문 닫은 빙계온천
대추
북두산(좌)과 선암산(우)
빙계계곡 대형주차장
여기서 빙계계곡 안으로 들어가 이곳의 명소들을 둘러봅니다. 빙계계곡은 경북 8승의 하나로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얼음구멍과 바람구멍이 있어 뒷산을 빙산(310m)이라 하며, 빙산을 감돌아 흐르는 내를 빙계라 하고, 이 동네를 빙계리라 부릅니다. 이곳에는 빙계서원, 보물인 빙산사지 오층석탑, 빙혈 등 볼거리가 많습니다.
오늘 산행에 4시간 반정도(빙산계곡 답사시간 45분포함) 걸렸습니다. 의성의 최고봉인 선암산과 뱀산 능선에서 조망을 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경북8승의 하나인 빙계계곡을 찾은 것은 매우 보람찬 일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7년 8월 26일 (토)
▲ 등산 코스 : 큰한티재-뱀삼삼거리-(뱀산왕복)-선암산-척화삼거리-임도-가족묘지-대동리 회관
-빙계계곡 주차장-(빙계계곡왕복)
▲ 산행 거리 : 8.5km(중간에 GPS두절로 정확한 거리는 측정 불가)
▲ 산행 시간 : 4시간 25분(빙계계곡 답사소요 45분포함)
▲ 산행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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