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이산 정상에서 바라본 고성 앞 바다
좌이산 능선에서 남쪽으로 바라본 고성 먼바다(좌는 사량도)
좌이산 하산길에 만난 한 폭의 그림 같은 고성 앞마다
경상남도 고성군 하일면에 위치한 좌이산(左耳山, 416m)은 모산인 북쪽 향로봉(578m)에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상의 바닷가에 우뚝 솟은 산입니다. 해발고도는 400m 남짓하지만 인근에 산이 없어 이곳에 서면 남쪽으로 통영 사량도, 북쪽으로 수태산(570m)과 무이산(548m), 서쪽으로는 사천 외룡산(799m), 동쪽으로는 자란도가 잘 보입니다. 좌이산은 용의 왼쪽 귀라는 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실제 사천 와룡산은 여기서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기에 그 이름의 유래가 다소 의아스럽습니다.
아무튼 좌이산은 중앙부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산입니다. 필자도 안내산악회에서 산행계획을 공지하기 전까지는 고성에 이런 이름의 산이 있는 줄 몰랐으니까요. 흔히 통영 미륵산(461m)을 통영항을 포함한 한려수도 조망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좌이산은 고성 앞 바다 조망대로서 그 풍광이 미륵산에서 바라보는 경치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좌이산에 올랐다가 산행 내내 감탄사를 내 뱉느라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거든요. 지금부터 필자와 함께 좌이산의 멋진 조망에 한번 빠져 볼까요?
산행들머리는 좌이산 북쪽 77번 국도가 지나가는 가리미고개인데 등산안내지도가 세워져 있어 들머리를 찾기는 쉽습니다. 오늘 산행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계속 가면 됩니다. 헬기장을 뒤로하고 편안한 발걸음 옮기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입니다.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처음으로 조망이 터지는데 하늘은 약간 흐리지만 대기가 맑아 산의 능선이 매우 깨끗하게 보입니다.
가리미고개 등산 안내지도
처음 만난 조망
더욱 가파른 된비알을 오르며 시루떡 같은 바위를 통과하니 등산로 좌측으로 조망데크가 보입니다. 이곳에 서니 하일면 지역과 고성 앞 바다가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작은 돌탑을 지나면 능선 좌측으로 두 번째 조망데크가 이방인을 맞아줍니다. 이번에는 비교적 커 보이는 자란도를 비롯해 고성 앞 바다의 작은 섬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첫 번 째 조망데크에서의 조망(중앙/수태산과 무이산)
두 번째 조망데크에서의 조망(중앙의 큰 섬은 자란도)
쉼터인 정자 위쪽 명덕고개 갈림길 이정표에서 우측의 철제계단을 오르면 좌이산(416m) 정상입니다. 이곳에는 좌이산 봉수대가 있었다는 안내문이 보입니다. 봉수는 높은 산에 올라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급한 소식을 전하는 통신제도로서 봉수대가 있었던 곳은 통상 조망이 매우 좋은 곳입니다. 석축이 남아 있는 봉수대 자리에는 산불감시초소가 그 자리를 대신 지키고 있군요. 정상에는 아담한 정상표석이 반겨주는 가운데 사방팔방으로 터지는 조망을 감상하느라 시선을 고정시킬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명덕고개 갈림길 이정표
좌이산 정상
봉수대 안내문
좌이산 정상표석
먼저 북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좌이산의 모산인 향로봉(578m)이 삼각형 모양으로 솟은 가운데 그 우측으로 수태산(570m)과 무이산(548m)이 기와지붕 같은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산의 능선에는 문수암의 초대형 황금불상이 멀리서도 뻔쩍뻔쩍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아까 보았던 자란도가 고성 앞 바다 랜드마크 기능을 하고 있고 그 뒤로 육지부인 삼산면의 모습이 아련합니다.
향로봉(좌측 삼각봉), 수태산과 무이산(중앙), 문수암 황금불상(동그라미 부분)
문수암 황금불상
자란도(우측 큰섬)
동쪽으로 보이는 고성군 삼산면 지역
남쪽으로는 지리망산(398m)으로 유명한 통영의 사량도가 시야를 가로막고 있으며 그 뒤로는 욕지도가 가물거립니다. 서쪽으로는 사천의 명산인 와룡산(799m)이 구름에 가려진 모습입니다. 당초 일기예보는 북상하는 태풍(기압골)의 영향으로 비가 조금 온다고 했지만 이날 아침 기압골 변화로 태풍을 한반도에서 동쪽으로 밀어내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았습니다. 구름이 낀 하늘도 점차 걷히기 시작하여 사진을 찍기에 딱 좋은 날씨입니다. 이런 날 좌이산에서 바라보는 황홀한 조망은 오랫동안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남쪽 사량도
남쪽 욕지도 방면 조망
남서쪽 방면 조망
서쪽의 와룡산(맨 뒤)
이제 남쪽 명덕고개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정상부의 암봉 규모가 정말 대단하군요. 안부를 지나 다시 오릅니다. 작은 암봉에 올라 뒤돌아보니 좌이산 정상의 산불감시초소 뒤로 아까 보았던 수태산과 무이산이 선명합니다.
정상부 암봉
좌이산 정상 우측의 수태산과 무이산
좌이산 정상 좌측의 와룡산
두 개의 작은 봉우리를 넘어 점점 고도를 낮춥니다. 아까 작은 봉우리에 가려 졌던 사량도의 모습을 이젠 잘 볼 수 있습니다. 암벽에 설치된 계단을 내려오면서 얼굴 바위를 만납니다. 그냥 밑을 보고 내려가서는 이런 명물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급경사 계단에 서서 얼굴을 들어 하늘을 보니 그기에 얼굴바위가 미소짓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두 개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아 쌍둥이바위(?)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통영 사량도
서쪽 조망
얼굴 바위
쌍둥이바위(?)
그간 잔뜩 끼었던 구름이 걷히면서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이러 저리 흩날려 전형적인 가을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때 자란도를 비롯한 고성 앞 바다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풍경화입니다. 파란하늘과 흰 구름의 조화는 자연이 만들어낸 최상의 명품미술입니다.
급경사 내리막에서 우측으로 몸을 돌리면 지그재그로 편안한 길이 이어집니다. 잠시 후 넓은 임도를 유유자적하게 지나면 1010번 지방도로가 통과하는 명덕고개입니다. 고개에는 쉼터인 정자가 세워져 있고 그 도로변에 피크닉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오늘 3.6km 산행에 2시간 반이 소요되었습니다.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주변의 경치에 빠져 발걸음이 늦어진 탓입니다.
명덕고개에서 바라본 바다풍경(작은 섬은 만아섬?)
이번 산행에 참가인 인원은 겨우 20여명 수준입니다. 소위 등산 전문꾼들이 이렇게 짧은 산행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산악회 측은 이 점을 감안해 상족암 둘레길(약 4km)을 트레킹 한다고 했지만 참가율이 저조합니다. 물론 추석을 앞둔 시점이어서 주말이면 조상의 산소에 벌초를 해야 하므로 산악회가 고전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좌이산에서 바라본 풍광이 이처럼 환상적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참가한 상태에서 최고의 조망을 즐긴 이번 산행은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상족암 트레킹도 정말 멋져 오늘은 분명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합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7년 9월 17일 (일)
▲ 등산 코스 : 가리미고개-제1전망대-제2전망대-좌이산(봉수대)-명덕고개
▲ 산행 거리 : 3.6km
▲ 소요 시간 : 2시간 30분
▲ 산행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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