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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운산 천마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암릉군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인 도립공원 선운산(335m)은 전라북도 고창군 심원면·아산면·해리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일명 도솔산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선운사 일주문에는 "도솔산 선운사"라는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선운(禪雲)은 "구름 속에서 산책을 한다"는 뜻이고 도솔(兜率)은 "미륵부처님이 있는 도솔신궁"의 뜻이라고 하므로 어느 이름으로 불리든 이 산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는 산입니다.

 

선운산 서쪽은 광활한 서해에 면하여 있고 북쪽으로는 곰소만을 건너 변산반도가 바라보입니다. 주변에는 경수산(444m)·청룡산(314m)·구황봉(298m)·개이빨산(345m) 등이 있습니다. 선운산은 낙조대 및 천마봉 등 마루금의 경사가 심해 산세도 아름답거니와 동백, 꽃무릇, 단풍 등 볼거리가 많아 사계절 답사객이 끊이지 않습니다. 선운산이 변산과 쌍벽을 이루며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필자는 선운산은 오래 전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개이빨산(견치산)까지 답사하려 합니다.

 


① 선운사의 최대 꽃무릇 군락지

 

선운산 산행들머리는 선운사 입구 주차장입니다.  수박이 유명한지 대형 수박조형물이 눈길을 끕니다. 도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섭니다. 우측에는 생태숲이 조성되어 있군요. 선운산 계곡에는 일주문에서 안쪽 도솔함까지 꽃무릇이 산재해 있는데 특히 이곳 주차장에서 선운사까지 이어지는 길목의 우측은 선운산을 대표하는 꽃무릇 군락지로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꽃무릇 단지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선운사 일주문 안쪽에 매표소(문화재 관람료)가 있는데 선운사 갈림길에서 우측 마이재로 갑니다. 템플스테이 건물을 지나면 숲입니다. 석상암 아래에서 좌측으로 진입해 비스듬한 경사의 숲길을 한참 걸으면 마이재입니다. 평일인데도 선운산을 찾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선운사 일주문

 

 꽃무릇 군락지

 

 

 선운사 갈림길 이정표

 

 석상암

 

 마이재 가는 길   

 

 

 


② 선운산 도립공원에서 볼 수 없는 선운산이라는 산이름 

 

마이재에서 북쪽으로 가면 경수산으로 이어지는데 우리는 남쪽의 수리봉 방면으로 몸을 돌려세웁니다. 선운산은 한국의 100대 명산에 속하는 유명한 산이지만 막상 선운산 등산로에서는 선운산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현지 이정표에도 선운산의 최고봉인 <수리봉>으로 적혀 있고 여러 등산지도에는 <도솔산>이라고 표기되어 있을 뿐입니다. 일부에서는 선운산의 최고봉을 <도솔봉>으로 기록하는 등 중구난방입니다.   

 마이재 이정표

 

 

 

 

마이재에서 약 700m를 가니 선운산 정상입니다. 정상에는 이정목 위에 수리봉이라고만 적혀 있어 실망했는데 그 옆에 "수리봉 336m"라고 적힌 동판이 있습니다. 동판을 제작하는 그 정성으로 일반적인 정상표석을 설치하고 "선운산 수리봉"이라고 새겨 넣었더라면 완벽했을 것입니다. 선운산의 정확한 해발고도는 334.7m인데 동판에는 왜 336m라고 적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운산 정상 이정표

 

 선운산 정상 수리봉 동판

 

 

 

 
정상에서 조망을 전혀 할 수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몇 걸음만 옮기면 서쪽으로 가야할 개이빨산(견치산)과 북쪽으로 곰소항 너머 변산반도가 한 눈에 들어오거든요.

 가야할 견치산

 

 곰소항 너머 보이는 변산반도(우측)

 

 

 


③ 만만치 않은 개이빨산(견치산) 경유

 

조금 더가면 삼거리 갈림길인데 견치산으로 가려면 우측으로 내려서야 합니다. 아! 그런데 내려서는 길이 장난이 아닙니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을 한참동안 걷습니다. 계곡 밑까지 완전히 빠졌다가 다시 서서히 고도를 높입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선운산에서 우측으로 조금만  방향을 틀면 견치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는 큰 착각이었던 것입니다.

 견치산 갈림길 이정표

 

 

 

 

계곡을 지나 부드러운 능선길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다시 고도를 높입니다. 중간에 반듯한 이정표가 두 번이나 나와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돌탑이 있는 조망대가 견치산 정상인줄로 생각했다가 아무런 이정표가 없어 크게 실망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은 정상이 아닙니다. 이어지는 길목에 견치산입구 이정표가 있는데 견치산은 500m를 다녀와야 합니다.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하니 이 길도 만만치 않군요. 

 

 

 

 가야할 견치산

 

 견치산 입구 이정표

 

 

 

 

암봉인 견치산(346m)에도 정상표석 대신 동판이 붙어 있는데 동판의 위치가 암봉 밑입니다. 정상인 암봉은 위험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전혀 위험하지 않기에 이곳까지 온 등산객들이 암봉에 올라 조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참 순진합니다. 암봉에 오르면 지나온 선운산과 저 멀리 경수산이 잘 보입니다.  

 암봉 아래 견치산 동판

 

 견치산 정상 오름길

 

 견치산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견치산 입구 삼거리로 되돌아옵니다. 여기서 견치산까지의 거리는 500m에 불과하지만 되돌아오는데 25분이 걸렸습니다. 그간 대부분의 안내산악회가 선운산에서 개이빨산을 경유하지 아니하고 바로 포갠 바위를 거쳐 소리재 방향으로 안내한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소리재와 용문굴 이정표를 따라갑니다. 능선 우측으로 터진 조망대에 서니 방금 다녀온 견치산의 암봉이 선명합니다. 암봉의 모습이 개이빨 같은가요? 왜 개이빨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 궁금하지만 그 연유를 알 길이 없습니다.

지나온 견치산 

 

 

 

 


③ 상상하지도 못한 보너스-거대한 용문굴

 

울창한 대나무 숲을 지나니 소리재입니다. 소리재에서 낙조대 방면 이정표를 따릅니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가야할 방향만 확실히 정해 놓으면 길을 잃을 우려는 거의 없습니다. 작은 고개를 넘어가는데 천마봉을 중심으로 좌우로 보이는 능선의 산세가 상당히 멋집니다.

 

 

천마봉(우측)

 

 

 

 

 

낙조대를 470m 앞두고 좌측 100m 지점에 용문굴이 있다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사실 선운산에서 개이빨산을 경유하느라 상당히 지친 상태이지만 이 용문굴은 꼭 다녀오기 바랍니다. 약 100m를 내려서면 마치 인위적으로 만든 거대한 고인돌 형상의 바위문이 방문객을 맞아줍니다. 필자는 사전에 용문굴 관련 사진을 본 적이 없어 이곳에 이토록 거대하고 위풍당당한 굴이 있으리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등산을 다니다 보면 호랑이굴 또는 사자굴이라는 이름의 굴을 보지만 그 규모는 매우 초라한데 상상 속 동물인 용의 이름을 따온 용문굴은 보통의 굴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 굴에 있는 돌무덤은 인기드라마 <대장금>의 장금 어머니 무덤이었다고 합니다.

 

 

 

 

 

 

이 용문굴은 선운사 창건설화에 등장하는 굴입니다. 이 굴에 얽힌 이야기를 보면 577년(백제 위덕왕 24년) 검단선사가 절을 세울 목적으로 선운산을 찾았는데 막상 와서 보니 선운사 자리의 연못에 용이 한 마리 살고 있어 검단선사는 이 용을 쫓아냈고 용은 급히 도망치다가 바위에 부딪히며 용문굴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④ 선운산의 제1급 조망대인 낙조대와 천마봉 

 

능선 갈림길로 되돌아와 낙조대를 오릅니다. 급경사 계단을 오르면 바로 눈앞에 낙조대가 버티고 서 있습니다. 이곳 낙조대는 <대장금>의 최상궁이 자살한 장소라고 하네요, 좌측으로 돌아가면 낙조대 조망대입니다. 두 개의 암봉 사이에 놓인 조망데크에서 바라보는 먼 곳의 조망도 좋지만 낙조대 암봉 자체도 직립한 모습이 정말 일품입니다. 이곳 낙조대와 곧 가야할 천마봉 등은 중생대 백악기시대의 화산활동에 의해서 형성된 화산암이 침식을 받아 가파른 수직암벽으로 절벽을 형성한 것이랍니다. 자연의 세계는 인간의 두뇌로 설명이 불가능한 분야가 많은 듯 하네요.

 

 

 

 

 

 

 

 

 

낙조대에서 25m 거리에 자리잡은 천마봉(284m)은 선운산의 으뜸 조망대입니다. 이곳에 서서 도솔암을 품고 있는 맞은편 바위군락과 도솔계곡 우측으로 바라보이는 능선의 조망은 정말 일품입니다. 가까이 보이는 사자바위도 대단하군요.

 천마봉에서 본 배맨바위(우측)

 

 

 천마봉 동판

 

천마봉에서 본 사자봉(우측)

 

 

 천마봉에서 본 도솔암

 

 

 

 

천마봉에서 도솔암으로 내려서면서 바라보는 천마봉의 모습은 정말 기이합니다. 거대한 수직절벽의 암벽은 보기만 해도 아찔할 정도입니다. 좀더 가까이에서 보는 맞은 편 천왕봉의 암석군락은 선운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⑤ 2점의 보물을 간직한 천년고찰 도솔암

 

천마봉을 내려와 계곡에서 좌측으로 조금 오르면 도솔암 마애불입니다. 마애불로 가는 길목에는 선운산을 대표하는 꽃무릇이 화사하게 피어 있습니다.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보물 제1200호)은 백제의 위덕왕이 검단(黔丹)선사에 부탁하여 암벽에 불상을 조각하고 그 위 암벽 꼭대기에 동불암(東佛庵)이라는 공중누각을 짓게 하였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마애불상입니다.

 

 

 

 

 

 

나한전 우측에는 도솔천 내원궁이라는 현판이 붙은 일주문 형식의 문이 있는데, 이 문을 통과해 가파른 석축을 오르면 선운사 지장보살 좌상(보물 제28호)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다시 보는 천마봉의 모습도 장관입니다.

 

 

 선운사 지장보살 좌상

 

 내원궁에서 본 천마봉

 

 

 

 


⑥ 전북지역 2대 사찰의 하나인 선운사

 

도솔암을 둘러 본 후 계곡에 다다르면 계곡 좌측은 차도, 계곡 우측은 보행자전용도로입니다. 필자는 보행자 전용도로를 걷습니다. 이 길은 도로가 아니어서 길이 딱딱하지는 않지만 볼거리는 아무것도 없는 그냥 평범한 산의 골짜기입니다. 그 흔한 꽃무릇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작은 호수가 있는 곳에서 계곡을 건너 호수 좌측으로 갑니다. 서서히 꽃무릇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선운사 정문입니다.

 

 

 

 

 

선운사는 신라의 진흥왕이 꿈을 꾸고 감동하여 절을 세웠다는 설, 557년에 백제의 고승 검단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는데 가장 오래된 조선 후기의 사료들에는 진흥왕이 창건하고 검단선사가 중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선운사는 대웅전을 비롯해 4점의 보물을 간직하고 있으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24교구 본사로 김제 금산사와 함께 전북지역 2대 사찰의 하나입니다.

 

 

 

 

 

⑦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구"

 

선운사에 오면 생각나는 게 미당 서정주가 지은 명시(名詩) "선운사 동구"입니다. 이 시는 1968년 서정주가 고창 선운사의 동백꽃을 배경으로 지은 현대시입니다. 먼저 이 시의 내용을 옮겨 볼까요?

 

선운사 고랑(골짜기)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백이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아직도)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미당이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온 시기가 일러 동백꽃을 보지 못한 것을 한탄한 것 같은데 왜 이 시가 그토록 유명한지 무식한 필자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인터넷의 세상입니다. 뒤지기만 하면 다 나오니까요. 이 시가 탄생한 배경을 보면 27세의 미당이 아버지 임종을 보러 이곳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주막에 들러 주모에게 육자배기를 들려 달라고 요청했답니다. 주모의 노래를 듣고 총총히 떠나는 미당의 등에 대고 주모는 "동백꽃이 피면 다시 오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이 시의 해설을 보면 "꽃"을 "막걸리집 여자"로, "시든 꽃"을 "목이 쉰 여자"로 표현했답니다. "작년 것이 목이 쉬어 남았다는 것"은 "지난해 피었던 꽃이 떨어져 있는 모습을 표현해 새 꽃을 피우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상징하면서 한편으로는 육자배기가락을 목이 쉬도록 불러야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한 많은 여인의 인생을 노래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아! 이토록 심오한 뜻이 선운사 동구에 함축되어 있었으니 명시가 되었지요.

 

 

 


⑧ 내륙에서 가장 큰 천연기념물 송악

 

주차장 인근 계곡 맞은 편에 천연기념물인 송악이 있습니다. "고창 삼인리 송악"으로 불리는 이 나무는 줄기의 둘레가 80cm, 높이가 15m나 되는 거목으로서 내륙에서 자생하는 송악 중에서 가장 큽니다. 송악은 원래 남부의 섬 또는 해안지방에서 잘 자라는데 전북 고창지방은 송악이 자랄 수 있는 북방한계지역이라고 합니다.

 

도솔계곡 건너편 절벽 아래쪽에 뿌리를 박고 덩굴줄기가 암벽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서 절벽을 온통 뒤덮은 채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정말 기이하게 보입니다. 마치 나무의 등걸마저 암벽에 파묻힌 것 같습니다.

 

 

 

 

 

 

 

 


오늘 약 13km 산행에 5시간이 걸렸습니다. 평소 가기 어려운 개이빨산도 답사했고, 도솔암도 구석구석 둘러보았으며, 선운산(선운사)의 자랑인 꽃무릇도 실컷 감상했습니다. 선운산과 선운사는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유서 깊은 도립공원입니다.

 

 


《산행 개요》

 

▲ 산행 일자 : 2017년 9월 21일 (목)
▲ 산행 코스 : 주차장-일주문(매표소)-선운사 입구-마이재-선운산(수리봉)-견치산 입구 삼거리-견치산(왕복)

                   -소리재-용문굴 갈림길-용문굴(왕복)-낙조대-천마봉(왕복)-마애불-도솔암-선운사-송악-주차장
▲ 산행 거리 : 12.8km
▲ 소요 시간 : 5시간 5분(도솔암, 선운사 답사시간 포함)
▲ 등산 안내 : 온라인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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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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