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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산 정상의 목판안내문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과 홍천군 내면의 경계에 자리 잡은 개인산([開仁山, 1,342m)은 인제의 명산인 방태산(주억봉, 1,444m)의 남쪽에 위치한 산입니다. 남쪽에서 북상하던 백두대간은 오대산을 지나 점봉산과 설악산으로 내달리는데 오대산과 점봉산 사이의 갈전곡봉(1,204m)에서 남서쪽으로 가지를 뻗어 놓은 산이 방태산과 개인산입니다. 개인산 주변에는 방태산 능선에 구룡덕봉(1,388m), 주억봉(방태산 정상, 1,444m), 깃대봉(1,435m)이 있고, 개인산 남서쪽에 침석봉(1,321m)과 숫돌봉(1,107m)이 있습니다. 

 

필자는 개인산 이웃에 100대 명산에 속한 방태산이 있고, 개인산도 산림청 선정 200대 명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산이어서 멋진 산을 답사한다는 큰 희망을 품고 개인산 산행에 동참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대 실망입니다. 산길은 전혀 정비가 안되어 있었는데, 자연 그대로의 때묻지 않은 산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산행을 하기는 부적합했고, 정상을 알리는 안내문은 등산애호가들이 붙인 게 전부이고, 산행 내내 이정표 하나 만나지 못했으며, 정상 또는 능선에서 시원한 조명 한번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개인산에서 우측 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은 과거 심마니가 겨우 다니던 길처럼 찾기가 무척 어려웠고, 계곡에 도착해 여러 차례 계곡을 가로질러야 했지만 지난번 내린 비로 인해 계곡 물이 불어나 건너기가 엄청 힘들었습니다. 마치 요즈음 TV에서 나오는 정글 탐험 또는 오지 탐험을 연상케 했습니다. 건강을 지키려고 산에 왔다가 과로로 인해 오히려 건강을 망칠 뻔했습니다. 어찌 이런 산이 200대 명산의 반열에 올랐는지 정말 의문입니다.

 

개인산 산행들머리는 홍천군 내면 율전리 446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살둔마을입니다. 내린천에 걸린 생돈2교 바로 옆입니다. 워낙 오지여서 그런지 주변에 민가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의 해발고도가 약 400m라고 하므로 1,300m가 넘는 개인산을 답사하려면 약 1,000m를 올라야 하는 힘든 산길입니다. 들머리에 이정표는 하나도 없지만 희미한 길이 보여 이곳으로 진입합니다.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로군요. 잠시 후 길이 좀 편해지고 소나무 군락지가 나타납니다. 이후부터는 서서히 고도를 높이네요. 숲 속은 그야말로 청정합니다. 날씨는 매우 무더웠지만 가끔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오장육부까지 시원하게 만듭니다.

 살둔마을 들머리

 

 들머리 맞은 편의 마을풍경

 

내린천의 생돈2교(좌측)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오르막 일변도로 변하고 필자를 추월하는 등산객들이 점점 늘어  납니다. 길섶에 서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는 마치 이 산의 수호신 같습니다.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거목을 보며 나무의 생명력에 감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가파른 오름 길에서 오늘 산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바깥세계가 보이는 조망터를 만났습니다. 고사목 뒤로 보이는 곳이 어디쯤인지 전혀 짐작은 할 수 없지만 해발 1천미터 고지가 넘는 산은 그 골이 매우 깊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드디어 숫돌봉에 도착합니다. 어느 고마운 산꾼이 안내문을 걸어 놓지 않았더라면 이곳이 정상인지도 모를 뻔했습니다. 숲으로 인해 조망은 전혀 할 수 없군요. 숫돌봉을 내려서니 안부에 등산객들이 모여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어 필자도 동참합니다. 잠시 후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는 길을 떠납니다. 숫돌봉에서 침석봉까지는 해발고도를 200m 정도만 높이면 되는데도 이게 그리 만만한 작업은 아닙니다. 숲 속이지만 무더위에 심신은 지치고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집니다.

 

 숫돌봉을 지난 안부

 

 등산로를 가로막은 암봉

 

암봉을 우회하는 길

 

 

 

 

두 번 째 봉우리인 침석봉(1,321m)을 뒤로하고 주목처럼 보이는 거목을 카메라에 담은 후 발걸음을 옮기니 또 다시 침석봉(1,321m) 안내문이 나옵니다. 당국에서 붙인 공식적인 안내문이 아니어서 어느 지점이 침석봉 정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더욱 헷갈리는 것은 지나는 길목에 개방산(1,325m)이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침석봉을 개방산이라고 부르는 의미인 듯 하지만 믿을 수가 없습니다. 산악회의 대장은 처음 만난 침석봉을 서침석봉, 두 번째 만난 봉우리(개방산?)를 동침석봉이라고 불렀는데, 개방산보다는 동침석봉이 오히려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첫 번째 만난 침석봉 안내문

 

주목(?)

 

 두 번째 만난 침석봉 안내문

 

 뜬금 없는 개방산 안내문

 

 

 

 

눈썹 같은 바위를 지나가면 드디어 개인산(1,341m) 정상입니다. 정상 같지도 않은 펑퍼짐한 곳이라서 조금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습니다. 정상에는 목판 안내문이 유일하군요. 오늘 산행을 하며 숫돌봉과 침석봉 그리고 이곳 개인산을 정복(?)했지만 전혀 조망을 하지 못해 참으로 섭섭합니다. 정상까지 오르면서 안전로프라도 걸려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 곳이 한 두 차례 있었는데 이곳을 지날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거대한 눈썹 같은 바위

 

 개인산

 

 

 

 

당초 산악회에서는 개인산에서 구룡덕봉을 거쳐 방태산 정상(주억봉)을 답사한 후 방태산 자연휴양림 방면으로 하산하려 했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침 7시 서울 신사역을 출발한 등산버스가 서울외곽고속도로에서 서울-양양간 고속도로로 진입을 시도하자 진입로는 이미 주차장으로 변해있었던 것입니다. 우려곡절 끝에 춘천행 고속도로에 들어섰지만 교통정체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도로 상에 두 군데 교통사고가 발생한 데다가 동쪽으로 가려는 자동차들이 장사진을 이루어 춘천까지 가는 데 3시간 이상이 소요되었고 목적지인 산행 들머리에 도착한 시각은 5시간이 넘게 걸린 12시 10분 경이었습니다. 교통체증으로 인해 길바닥에서 2시간 반 이상을 허비했으니 정상적인 산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부득이 개인산에서 방태산 방면 답사를 포기하고 좌측의 계곡으로 하산해 개인산장(미산 너와집)을 하산지점으로 변경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습니다. 개인산에서 일단 구룡덕봉까지만 가면 이후에는 방태산 길이라 등산로가 매우 분명합니다. 반면, 개인산에서 좌측으로 내려서는 비탈길과 계곡길은 거의 길 없는 길입니다. 선두대장이 앞서 가면서 가는 방향으로 깔지를 깔아 길 안내를 잘 해 주었지만 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요. 때로는 길이 헷갈리기도 하고, 나뭇가지와 잡풀이 무성해 자꾸만 앞을 가로막습니다. 또 쓰러진 나무등걸이 길을 가로막고 있어 이를 지나가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길바닥도 미끄럽고 돌이 많은 곳을 조심해야 합니다.

개인산 삼거리 갈림길

 

 나무가 무성한 숲길

 

 

 

 

우여곡절 끝에 계곡(어두원골?)에 도착합니다. 그러자 점점 밑으로 내려갈수록 계곡의 수량이 늘어나 나중에는 계곡을 건너가기도 무척 어렵습니다. 한가지 좋은 점은 계곡의 물이 많아 낙차가 큰 곳은 어김없이 폭포수로 변해 콸콸 쏟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수 차례 계곡을 건너야 하지만 물이 많은 계곡을 건너는 것은 정말 고역입니다. 계곡의 풍경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는 훨씬 멋지지만 하도 지쳐서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드디어 붉은 아취형 다리가 있는 곳에 왔습니다. 이제 고생은 끝입니다. 밑을 내려가니 느닷없는 풍차가 보입니다. 강원도답게 너와집이 있음은 정말 바람직하지만 왜 네덜란드 풍의 풍차를 이곳에 세워야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곳은 일반적으로 개인산장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개인약수터까지는 1,400m를 올라야 하는데 개인약수는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 방태산의 개인동 계곡에 있는 광천약수로 매우 유명합니다. 미산 너와집 앞에 핀 산수국은 지금까지 본 산수국 중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의 꽃입니다.

 

 

 

 

 

 

 

 

 

 

이곳까지는 대형버스가 오를 수가 없어 우리는 이곳 산장에서 트럭을 빌려 타고 미산약수교로 향합니다. 오늘 약 10km도 안 되는 산행에 무려 6시간이 걸렸습니다. 산행을 하며 거의 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지체된 것은 해발고도 1천 미터를 높이는 심한 오르막, 산비탈에서 그리고 계곡에서 길 없는 길을 찾아 헤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안내산악회에서 개인산을 안내한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아마도 산길이 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산 답사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때묻지 않은 청정한 자연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우선 길이 편해야 하니까요.  


  

《등산 개요》

 

▲ 산행 일자 : 2018년 7월 14일 (토)
▲ 산행 코스 : 살둔마을-숫돌봉-침석봉-개인산-어두원골-미산 너와집(개인산장)
▲ 산행 거리 : 9.6km
▲ 소요 시간 : 6시간 5분
▲ 등산 안내 : 온라인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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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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