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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는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를 거쳐 의신계곡을 지나 지리산 주능선의 벽소령을 넘어 함양군 마천면으로 넘어가던 옛길이 있었습니다. 이 길은 옛 보부상들이 하동이나 광양 등 남해안의 해산물을 함양 등 내륙지방으로 운송하던 길입니다. 이 중에서 화개면 신흥마을에서 의신마을까지 4.2km 구간을 서산대사길이라고 부릅니다. 서산대사는 의신마을에 위치한 원통암(덕평봉 중턱)에서 1540년 출가해 휴정(休靜)이라는 법명을 얻었는데 이 길이 서산대사가 출가하기 위해 원통암으로 걷던 바로 그 길입니다. 

 

서산대사길의 들머리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소재 신흥마을입니다. 가수 조영남이 불러 인기를 모았던 화개장터가 있는 섬진강에서 화개천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지는 1023번 지방도를 가면서 쌍계사 갈림길을 지나면 나오는 마을입니다. 이 길은 유명한 쌍계사 십리벚꽃길이기도 합니다. 신흥마을에서 하차하니 화개천에는 수많은 피서객들이 텐트를 치거나 물놀이 기구를 가지고 폭염을 피하고 있습니다. 그간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웬만한 산의 계곡의 물이 거의 마른 상태이지만 산이 높고 골이 깊은 지리산 계곡에는 아직까지도 물놀이를 즐길만한 충분한 물이 있음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흥마을 화개천의 피서인파

 

 

 
신흥교 직전 도로 좌측에 서산대사길 이정표가 반겨줍니다. 이제부터 서산대사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신흥∼의신 옛길>을 알리는 아취형 문을 통과한 후 화개천을 따라 조성된 산길을 걷습니다. 급경사 지역에 길을 조성해 군데군데 낙석 및 추락을 주의하라는 경고문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듭니다. 그런데 길은 그리 편편하지 않고 다소의 오르내림이 있습니다. 길을 가면서도 우측 아래로 보이는 화개천의 피서객들을 보면서 당장 걷기를 중단하고 계곡으로 내려가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서산대사길 이정표

 

 서산대사길 안내지도

 

 서산대사길 아취

 

 

 

 

 

 

 

 

 
가끔씩 시계(視界)가 열려 지리산 능선이 살짝 보이기는 하지만 그리 멋진 조망은 아닙니다. 걷기를 시작한지 약 20분만에 서산대사가 도술을 부려 만들었다는 <도술 의자바위>을 만났습니다. 서산대사는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의병과 승병군의 궐기를 호소하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의자바위는 임진왜란 때 왜병들이 쳐들어와 의신사를 불태우고 범종을 훔쳐 가려는데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던 서산대사가 도술을 부려 범종을 의자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이를 본 왜병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갔다고 전해지며 그때부터 의신사 범종은 이 길을 지나는 이들에게 고단함을 풀어주는 의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의자바위는 그 규모가 매우 아담하군요.

 서산대사 도술 의자바위

 

 

 

 

 

의자바위를 뒤로하고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계곡에 모여 쉬고 있는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부럽습니다. 계단길을 내려서니 천연벌통이 보입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꿀은 그야말로 진짜이겠지요.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들도 자주 만납니다. 찌는 듯한 폭염에 땀은 비 오듯 하지만 시원한 계곡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위안이 됩니다. 그러다가 옹달샘을 만나 물 한 잔을 마셔보니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생수도 미지근합니다.

 

 

 

 벌통

 

 

 

 옹달샘

 

 

 

 

 

이정표를 보니 아직도 의신마을까지는 1.6km를 더 가야 합니다. 옛길의 안내문을 카메라에 담고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깁니다. 다시 또 오르막 구간이네요. 두 번째 돌계단을 오르니 의신마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을 뒤로 보이는 산(지리산 덕평봉)의 중턱에 서산대사가 출가한 원통암이 있습니다. 마을을 보면서 쉬엄쉬엄 발걸음을 옮기니 어느 듯 신흥-의신 옛길의 종점입니다. 이곳에는 베어빌리지(반달가슴골 생태학습장)가 있네요.   

 

 

 

원통암이 있는 지리산 계곡

 

 옛길의 종점

 

 반달가슴곰 생태학습장

 

 

 

 

 


 
출렁다리를 건너갑니다. 다리 아래 화개천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일단 서산대사길은 답사했지만 겨우 4.2km를 걷고 끝내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입니다. 그래서 서산대사의 출가지인 원통암을 답사하기로 결심합니다.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 벽소령 산장에서 이정표를 보고 좌측으로 진입합니다. 여기서 원통암까지의 거리는 900m에 불과하지만 오르막 일변도여서 가는 길이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출렁다리

 

 출렁다리 밑 피서인파

 

 지나온 화개천 계곡

 

 

 

 

 

 

하얀 집이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진입해 사방공사가 잘 되어 있는 계곡을 두 번 건너면 길은 외길입니다. 원통암은 지리산 덕평봉 아래 해발고도 700m에 자라잡고 있어 비록 숲 속 길이라고는 하지만 비지땀을 흘리며 오르는 게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드디어 서산선문이라는 현판이 걸린 원통암에 도착합니다. 원통암 입구(이정표 있는 곳)에서 900m를 오르는데 무려 50분이나 소되었습니다. 실제 중도에 몇 차례나 포기하려고 하다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하얀 집에서 우측으로 진입  

 

 사방공사가 잘 된 계곡

 

 가파른 오름길

 

 

 

 

고진감래(苦盡甘來)라!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옛말은 언제나 진리입니다. 지리산의 여러 사찰(암자)중에서 가장 청정하고 고요한 암자라는 주장이 빈말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서산대사(1520-1604)는 조선 중기의 고승·승장으로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고 한양 수복에 공을 세웠으며, 유(儒)·불(佛)·도(道)는 궁극적으로 일치한다는 삼교통합론의 기원을 이룬 분입니다. 원통암 옆 청허당에는 서산대사의 영정을 모시고 있으며, 뒤편에는 산신각이 있습니다.

 원통암 서산선문

 

 원통암

 

 청허당의 사명대사 영정

 

 경내에서 바라본 화개천 계곡

 

 

 

 

원통암에서 의신마을로 되돌아오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물론 가파른 내리막길도 매우 조심해야지요. 의신마을 도로변에는 전국에서 답사객을 싣고 온 관광버스 수 십대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필자는 이번 답사를 출발하기 전 아마도 이런 오지를 찾는 사람들은 우리들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큰 착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각종 시설물이 다수 들어서서 인지 계곡에 몸을 담그니 물에서 약간 퀴퀴한 하수구 냄새가 났습니다. 물속의 돌 바닥이 미끄러운 것은 수질오염으로 미생물이 많이 발생한 탓이지요. 그야말로청정지역에 가면 바닥이 전혀 미끄럽지 않습니다. 반면 이토록 많은 인파 중에서도 원통암을 찾은 이는 거의 없어 원통암이야 말로 호젓함을 맛볼 수 있는 멋진 산사입니다.

 

 

 

 

 

 

 

 

 

 

오늘 약 7km 산행에 3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비록 원통암을 답사하느라고 진이 모두 빠졌지만 서산대사길을 걸은 후 그가 출가한 암자를 둘러봄으로서 간접적으로나마 고승인 서산대사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던 뜻깊은 역사문화탐방이었습니다.

 

 

《답사길 개요》

 

▲ 답사일자 : 2018년 8월 12일 (일)
▲ 답사코스 : 신흥마을-도술 의자바위-약수터-의신마을 베어빌리지-출렁다리-원통암(왕복)
▲ 답사거리 : 7.5km
▲ 소요시간 : 3시간 5분
▲ 답사안내 : 서울 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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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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