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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하마을을 방문한 관광객 앞에서 심경을
                                      토로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자료/부산일보)

    


지난 토요일(2008년 11월 29일) 각 조간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근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했다. 먼저 그 보도를 잠시 인용해보기로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봉화마을 사저를 찾은 관광객 400여명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며 검찰수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오후 세시쯤 관광객 앞에 나타나 "제가 오늘 즐겁게 얘기할 분위기가 아닌 깃은 여러분도 알 것"이라면서 말문을 꺼낸 뒤 1시간 가까이 연설했다.』


『노 전 대통령은 "보도가 검찰 수사보다 좀 앞질러 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여러분 제가 보도를 믿어야 될까요, 형님을 믿어야 될까요?" 라며 관광객들에게 물어본 뒤, 일부 관광객들이 "형님요"라고 호응하자 "나도 그러고 싶다"라고 했다.』 


이 보도를 보자 먼저 쓴웃음이 나왔다. 직전의 대통령으로서 속칭 봉하대군으로 불렸던 자신의 형인 노건평 씨 이야기가 신문에 연일 대서특필되는 상황에서, 형의 범죄사실 여부를 불문하고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대 대해 먼저 국민에게 솔직히 사과하거나 적어도 유감이라도 표명했어야 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사과는커녕 특유의 말솜씨로 "형님을 믿을까, 언론보도를 믿을 까"라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질문을 함으로써 코미디를 연출하고야 말았다. 참으로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오늘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뢰혐의에 대한 범죄사실 여부는 검찰에서 그리고 만일 기소될 겨우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왜 바람직하지 못한 역사는 판에 박은 듯 되풀이되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의 전직 대통령형제들이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력을 휘두른 첫 번 째 사례는 아마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씨일 것이다. 전경환 씨는 1981년부터 새마을운동 중앙본부 사무총장, 회장, 명예회장으로 있으면서 73억 원이 넘는 횡령, 새마을신문사의 10억원 탈세, 4억원의 이권 개입 등 7가지 죄목으로 기소되어 감옥에 간 인물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생 노재우 씨는 대통령 재임기간에는 비교적 조용했는데 지난해부터  꼴사나운 형제간 재산분쟁을 벌이고 있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분쟁의 시작은 노 전 대통령이 1988년과 1991년 두 차례에 걸쳐 동생 재우 씨에게 120억원을 건네면서 시작된다. 재우 씨는 이 돈으로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땅 5만 3천㎡(약 1만 6천평)를 매입, 냉동·냉장회사와 유통회사를 설립했다.


문제의 발단은 노 전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2,629억여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은닉재산 추적에 나선 검찰은 2001년 “문제의 120억원은 노 전 대통령의 위탁 재산으로 추징대상”이라는 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이에 대해 재우 씨는 “위탁재산이 아니라 부모님을 모시는 대가로 증여 받은 돈”이라고 주장하면서 납부를 거부해 왔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대통령 재직 중에 재산 150억원(비자금 120억원 포함)을 1988년부터 1992년 사이 동생에게 줘 관리토록 했다”고 주장했다. 동생이 이 중 120억원을 들여 회사를 설립, 운영한 것이므로 회사의 실제 주인은 자신이라는 것이다.“생을 마감하기 전에 국가가 이를 처분해 미납 추징금 517억원 완납에 써 달라”고 했다.


서울의 남쪽을 지키는 관악산의 정상에 오르면 연주대하는 암자가 있다. 이곳은 조선의 3대 왕인 태종 이방원의 첫째와 둘째 아들인 양녕대군과 호령대군이 유랑생활을 하며 왕자로서 왕위에 오르지 못한 것을 한탄해 이곳에 올라 궁궐을 바라보았다고 하여 연주대(戀主臺)라고 이름지었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실제로 양녕대군의 아버지 태종은 태조 이성계 아들간의 왕자의 난을 거치면서 형제들을 모조리 제거하고 왕이 되었다. 이런 사례를 잘 알고 있는 장남인 양녕대군은 아버지의 총애를 받고 있는 동생 충녕대군(세종)에게 세자의 지위를 물려주고, 호령대군과 함께 약간 모자라는 방랑객행세를 하며 형제간의 골육상쟁을 슬기롭게 방지한 인물이다. 특히 양녕대군은 시화에 매우 능통하였다고 전한다. 이는 종묘사직과 형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대표적인 경우이다.


현세에 들어와 전직 대통령의 형제들이 형 또는 동생의 권력을 남용하여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대통령의 형제를 비롯한 친인척들은 왕가를 살린 양녕대군의 지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씨도 이런 교훈을 가슴에 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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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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