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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시내를 운행하는 버스들은 앞뒤로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통행허용 절대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달고 다닌다. 그 이유는 국회에 이를 허용하기 위한 법안이 상정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2008. 7. 9)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 대표 발의로 "택시운송사업진흥에 관한 특별법안"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제안하였는데, 동 위원회에 상정(2008. 11. 20.)되어 현재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 법안은 오전 7∼10시, 오후 5∼9시의 출·퇴근 시간대를 제외한 시간대에 택시가 버스전용차로를 통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며칠전 의정부에서 포천으로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버스기사와 앞쪽에 앉은 승객들이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통행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버스운전기사야 당연히 버스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겠지만 승객들도 이구동성으로 이는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목청 높인다.

택시의 통행허용여부를 떠나 버스전용차로가 왜 도입되었는지를 알면 그 답은 명쾌해진다. 버스와 철도(지하철, 전철)는 대량으로 승객을 운송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수단이라고 한다. 이 중 철도는 고정된 레일 위를 달리므로 정시성(定時性)을 확보할 수 있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는 승용차의 급격한 증가로 인하여 도로가 막혀 제대로 달릴 수가 없다. 이 교통지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바로 버스전용차로제다.

이 제도는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의 통행을 빠르게 하는 대신 자가용 등 다른 차량은 통행을 인위적으로 불편하게(더디게) 하는 제도다. 그러면 사람들은 불편한 승용차의 이용을 자제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게 된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절약을 위한 제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로 말미암아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화물차 및 택시의 통행시간이 길어지게 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주면 버스전용차로도입의 취지가 훼손되고 만다.

택시업계는 통행지체로 인한 경영난을 해소하고 택시운전사의 생존권차원에서 이를 밀어붙이려 하지만 이럴 경우 버스전용차로는 그 기능을 성실하게 된다. 승객을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수송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생활이 매우 어려운 택시운전자의 생존권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찾아야 한다.


경부고속국도에도 신탄진 IC부터 서초IC까지 주말에는 버스전용차로제가 실시되고 있다(수도권구간에는 주중에도 시행중이다.) 글쓴이는 주말에 자주 등산버스를 이용하므로 이 제도의 혜택을 누구보다도 잘 누리고 있다. 그런데 때로는 버스전용차로가 일반차로보다 더 정체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전용차로 진입가능차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고속도버스전용차로 통행대상은 버스 등 9인 이상 탑승차량이다. 단, 12인승 이하 차량은 6인 이상 탑승 시 통행을 허용한다. 그러다 보니 소위 RV차량이 전부 전용차로를 이용한다. 원래 이들은 6인 이상 승차해야 가능하지만 유리창이 모두 짙은 선텐이 되어 있어 안에 몇 명이 승차했는지도 모르고 또 관계당국의 단속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속도로전용차로도 사정이 이러하거늘 하물며 도심의 버스전용차로에 택시가 진입하면 어찌되겠는가. 서울시의 경우 버스는 약 7천 5백대, 택시는 5만 5천대가 운행중이라고 한다. 버스보다 약 7배나 많은 택시가 버스전용차로에 들어오면 전용차로의 기능이 마비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회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니 소관상임위인 국토해양위원회 전문위원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음이 다행이다. 

이를 반대하는 측은 수시로 손님을 승하차시켜야 하는 택시가 전용차로를 들락거리면 안전운행저해로 교통사고가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맞는 말이지만 이 보다는 전용차로의 소통차원에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해 버스전용차로제를 비난하면서 당장 폐지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때로는 텅 빈 전용차로를 보며 주차장으로 변한 일반차로의 운전자가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특히 바쁜 일로 빨리 가야 할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사람이란 매우 간사해서 나도 승용차를 운전할 때는 버스전용차로를 원망했었다. 

그러나 버스전용차로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제도이다.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인 버스가 승용차보다 빨리 달린다는 것은 소시민으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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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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