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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민족의 모산(母山)이자 영산(靈山)인 태백산은 강원도 태백시와 영월군 그리고 경북 봉화군의 경계에 위치한 100대 명산(산림청 선정)입니다. 예로부터 삼한의 명산으로 또 전국 12대 명산이라고 하여 "민족의 성산"이라고 일컫는 산입니다.

  백두대간의 능선상에 위치한 태백산은 워낙 유명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사시사철 등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천제단에서 가족의 행복과 국가의 번영을 빌고 신년일출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방문객도 많습니다. 그러나 태백산을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뭐니뭐니해도 봄과 겨울입니다. 봄에는 화려한 철쭉이 능선을 수놓고, 겨울에는 환상적인 설경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 1월 13일(일요일) 수많은 관광버스들이 줄을 지어 산행들머리인 유일사매표소 방면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주차장으로 진입하기도 전에 도로는 이미 몰려든 차량으로 움직일 줄 모릅니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갑니다. 매표소를 지나 임도처럼 넓은 길을 걷습니다. 어찌나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는지 도심에서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가는 듯 합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전나무 숲을 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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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어 오르는 인파(뒤돌아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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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사잇길을 따라




  유일사 능선 삼거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입니다. 화방재에서 능선을 타고 오른 등산객과 합쳐지는 지점이기에 서울지하철 신도림역의 출근시간대에 밀려드는 인파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서서히 고도를 높이던 등산로는 이제부터 상당히 가파르게 진행되지만 오르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집니다.

  이 와중에도 남보다 한발 먼저 가려고 안전로프를 벗어나 길 아닌 길을 가려는 사람들이 있어 진행이 더욱 더딥니다. 이럴 때는 그저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순리에 따르는 방법밖에는 별 도리가 없습니다. 이런 날은 안내산악회에서도 자기의 회원을 합리적으로 통제하고 안내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산악회의 회원을 부르는 고함소리는 듣기 싫은 소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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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는 인파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점점 고도를 높입니다. 눈꽃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눈을 잔뜩 머금은 주목나무도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등산로의 지체도 어느 정도 해소되어 자신의 체력에 따라 발걸음을 옮길 수 있을 정도입니다.

  등산로에서 때아닌 목탁소리가 들려서 보니 스님 한 분이 지나가는 등산객을 대상으로 시주를 구하고 있습니다. 방금 앉아 계셨는데 글쓴이가 카메라를 꺼내고 보니 어느새 일어선 자세입니다. 강추위에 앉아만 있기가 불편하였겠지요.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호응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설사 부처님 전에 금품을 바치고 싶더라도 이 추위에 지갑을 꺼내거나 호주머니를 뒤지는 것은 여간해서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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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주를 구하는 스님




  등산로 주변에서 탄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남과 동시에 설경도 더욱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합니다. 등산로에서 살짝 왼쪽으로 벗어난 곳에 태백산에서 가장 기품이 있는 주목이 서 있습니다. 무심코 앞사람의 발자국만 보고 따라 가다보면 이를 놓치기 싶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이 주목 뒤로 함백산의 장쾌한 산세가 춤을 추고 있을 것이지만 오늘은 너무 흐리고 눈발이 흩날려 보이는 것이라고는 순백의 세상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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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의 명물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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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과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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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및 설경과 인파




  사진을 찍기 위해 자주 카메라를 꺼내다 보니 장갑을 낀 손도 시리고 마비되어 때로는 셔터를 누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황홀경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카메라를 조작하는 솜씨가 서툴러 실제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참고로 오늘 사진은 조리개 우선모드로 놓고 화이트밸런스는 자동으로 설정한 것입니다.    

  주능선에 올라도 바람이 거의 없는 것이 신통합니다. 그래서인지 내린 눈은 모두 나뭇가지에 붙어 있습니다. 태백산은 적설량이 많고 바람이 세게 불기 때문에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이 눈을 날려 설화를 만듭니다. 바람이 많은 겨울 산행을 하며 안면마스크를 하지 않고도 견딜 수 있음은 무척 다행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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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염수와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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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서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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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서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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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서리꽃




  날씨가 맑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설화를 보면 더욱 아름다울 테지만 눈꽃도 하늘도 모두가 순백의 세상이니 이 또한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평소 욕심이 많은 분들은 겨울의 산에 올라 곧 동화 속의 백설공주가 뛰어 나올 것 같은 이 매혹적인 풍경을 감상해 보기를 권합니다. 그러면 인간의 그 무한대의 욕심을 땅에 내려놓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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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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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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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과 인파




  최근 태백지방은 30cm 정도의 폭설이 내렸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는 스패치가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등산로에서 한 발걸음만 벗어나도 눈이 거의 무릎까지 빠질 지경입니다. 소백산은 안전 상 입산금지라고 하지만, 등산로가 한정되어 있는 태백산은 웬만큼 눈이 와도 입산을 허용하는 게 다른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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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서리꽃의 절경

 


  드디어 정상인 장군봉(1,567m)입니다. 첫 번째 제단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예를 올리며 소원을 빕니다. 제단의 바닥에는 울긋불긋한 색상의 어린이용 그림이 그려진 천이 깔려 있어 성스러운 곳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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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 제단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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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에서 바라본 인파




  제단 옆 눈밭에 들어가 배낭을 내려놓고 요기를 합니다. 대전에서 왔다는 한 등산객은 그 와중에서도 라면을 끓여 먹는 여유를 보입니다. 온 천지가 눈의 세상이니 불을 피워도 산불이 날 염려는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북쪽의 천제단까지는 철쭉동산입니다. 글쓴이는 지금까지 세 차례 태백산을 방문했지만 모두 겨울에 다녀왔습니다. 따라서 태백산의 철쭉이 얼마나 화려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태백시에서 철쭉제를 개최하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대단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철쭉이 지금은 하얀 눈을 머금은 채 잔뜩 움츠려 있습니다. 겨우 내 이런 설의(雪衣)를 입은 후 봄이 되면 화려한 꽃을 피우는 나무의 생장(生長)도 경이로운 대자연의 섭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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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천제단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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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로 변한 철쭉




  약 300m거리에 두 번 째 제단인 천제단(1,561m)이 있습니다. 천제단에는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 있어 글쓴이는 이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릅니다. 돌제단 위로 올라가면 "한배검"이라고 새겨진 소형 비석이 놓여져 있지만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갈 만한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이 천제단은 태고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입니다. 천제단은 둘레 27m, 폭8m, 높이3m의 자연석으로 쌓은 20평 가량의 원형 돌제단입니다. 삼국사기에도 왕이 친히 천제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고,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신라에서 오악(五嶽) 가운데 태백산을 북악으로 받들어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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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단의 돌제단




  1991년 국가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이 천제단은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방백수령과 백성들이 천제를 지냈고, 구한말에는 쓰러져 가는 우국지사들이, 일제 때는 독립군들이 천제를 올렸던 성스런 제단입니다. 태백시에서는 매년 10월 3일 개천절에 태백제를 개최하며 이곳에서 천제를 올립니다(자료 : 한국의 산하).

  천제단과 불과 10m 거리에 유명한 태백산의 정상표석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우선 그 크기에 놀라고 검고 반들반들한 돌에 일필휘지로 새긴 글씨에 두 번째로 놀랍니다. 태백산에 오른 이들은 누구나 이 표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합니다. 따라서 그 주변에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서 있어 보통사람들은 가까이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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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표지석에 운집한 등산객들




  태백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남동쪽의 문수봉을 경유해야 하지만 너무 많은 인파에 밀려 시간이 지체되었음으로 지름길인 단종비각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가파른 길이 매우 미끄럽습니다. 아이젠을 착용했지만 눈길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단종비각 앞은 식사를 하거나 쉬는 사람들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겨울철 제단근처에는 쉴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으니까요. 추위를 극복하려고 따끈한 찌개를 끓였는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비각 안을 들여다보니 그야말로 붉은 글씨로 씌어진 단종대왕의 비석이 서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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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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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비각으로 내려오는 사람들




  단종대왕은 태백산의 산신으로 일려져 있습니다. 단종이 사약을 받은 후 충신 추익한이 단종을 뵈려고 산머루를 가지고 관풍헌을 향해 가던 중 곤룡포에 익선관을 쓰고 백마를 탄 단종의 모습을 보고 "어디로 가십니까?"하고 물으니 "나는 태백산으로 간다"고 하면서 홀연히 사라졌다고 하여 후세 사람들은 단종이 태백산의 산신령이 되었다고 믿고 해마다 산신제를 지낸다는 것입니다(자료 : 영월군 장릉 안내서).      
                 
  단종비각과 같은 높이에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고찰 망경사가 있습니다. 7층석탑을 비롯해 사찰의 누각이 엄청난 눈을 머리에 이고 있습니다. 침엽수의 잎에도 무거운 눈이 엉겨붙어 아래로 가지를 늘어뜨린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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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경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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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경사




  절 입구의 용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1,400m에 위치한 샘물로 개천절에 올리는 천제(天祭)의 제수(祭水)로 쓰입니다. 급하게 사찰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지만 막상 용정은 확인하지 못해 내가 너무 신중하지 못했음을 자책합니다. 

  이제 하산을 서둘러야겠습니다. 내려가는 인파도 오를 때와 비슷합니다. 때로는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이 이어집니다. 길이 미끄러워 한차례 엉덩방아를 찧었더니 오른쪽 엉덩이가 얼얼합니다. 계곡에도 눈이 엄청 쌓여 있어 바위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아니합니다.  

  단군성전을 지나자 당골광장에는 태백산 눈 축제(2008년 1월 25일∼2월 3일, 10일간)에 대비하여 눈조각경연대회를 위한 얼음을 숙성하는 중입니다. 눈 축제는 태백산도립공원 및 태백시일원에서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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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골광장의 눈조각 대회장




  오늘 태백산에서 설화의 진수를 만끽했습니다. 이제 상경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아침에 등산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고향친구라는 남녀일행이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큰소리로 떠들어 심히 불쾌해 기분이 영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환상적인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했으니 그들도 변화되었으리라고 기대한 것은 너무 순진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불러야지 어떻게 맹맹하게 갈 수 있느냐는 불평에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럴 생각이라면 산악회버스를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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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산은 국조 단군과 단종대왕을 신으로 모신 성산(聖山)입니다. 단군과 단종을 같은 산에서 모시는 것은 무속에서 두 신을 가장 영험 있는 신으로 받들고, 또 태백산이 그 영험을 받들기에 가장 적합한 산이라고 믿는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글쓴이는 또 언제 태백산을 다시 찾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꽃이 피고 새가 우는 계절에 한번 들러야겠습니다. 이른 아침에 배낭을 들쳐 매고 나오는 글쓴이에게 아내가 말했습니다. "이렇게 눈도 많이 오고 추운 날 무슨 산을 가느냐"고 말입니다.

  겨울산행의 진수는 폭설이 내리고 기온이 급강하한 때가 가장 좋음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 느끼기 전에는 모를 것입니다. 그렇지만 복장과 장비를 단단히 갖추고 떠나야 합니다. 겨울의 산을 가볍게 생각했다가는 목숨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야말로 최선임을 명심해야하겠습니다. 끝.   
    

≪산행 개요≫

△ 산행코스 : 유일사 매표소-유일사 능선삼거리-주목군락지-
              장군봉-천제단-단종비각/망경사-당골계곡-단군성전
              -당골매표소
△ 산행시간 : 4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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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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