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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지하철에서 발생한 투신자살사건에 대한 보도를 많이 보았지만 이에 대한 폐해를 직접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오후 지하철을 이용하려다가 또 다시 터진 투신자살사건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후 1시가 조금 지난 시각,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으로 들어서니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있었다. 토요일인데 무슨 승객이 이토록 많은지 의아해 하고 있는데 마침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서울시청 역에서 발생한 투신자살사건으로 말미암아 사후처리를 위해 지하철운행이 일시 중단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급한 용무가 있는 승객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고 하였다.

나는 삼성역 인근 결혼식참석을 위해 집을 나섰으므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가 없어 그냥 기다렸다. 약 20분 후 운행이 재개되어 전동차가 도착했는데 너무 복잡하여 안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보내고 나니 다음에는 빈 열차가 도착하여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렇지만 사당방면으로 이동함에 따라 승객이 몰려 금새 초만원이 되었고 지하철도 서행을 계속해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자살자는 나름대로 자살할 만한 급박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지하철자살은 특히 문제가 많다. 물론 다른 자살은 문제가 적다는 뜻은 아니다. 제일 큰 문제는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지하철운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로 인하여 받게되는 이용객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두 번째 문제는 열차기관사에게 미치는 정신적인 충격이다. 달리는 전동차 바로 눈앞에서 사람이 뛰어 들면 아무리 급정거를 하더라도 사고를 면할 수 없다고 한다. 기관사는 비록 자신의 잘못이 아니건만 사람을 죽였다는 정신적인 충격에 빠져 종종 혼돈상태가 된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책임진 기관사가 정신적인 공항상태에 놓이게 되면 안전운항을 보장할 수 없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셋째, 기관사 및 공익요원을 비롯한 사고현장 근무자가 시신수습과정에서 받는 괴로움이다. 달리는 열차에 치였으니 그 시신이 온전할 리 있겠는가. 이를 수습하는 작업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넷째, 투신장면을 목격한 승객들도 나중에 악몽을 꾸거나 가위눌림 등을 경험한다고 한다. 도로를 달리다 고양이, 강아지, 다람쥐 등 야생동물들이 자동차 바퀴에 깔려 죽은 경우를 봐도 매우 섬뜩한데 사람이 지하철에 뛰어들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보는 경우는 오죽할까.

당국에서는 지하철 투신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공익요원을 배치하여 계도하고 있지만 자살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의 자살은 막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왜 하나뿐인 생명을 스스로 끊어야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고, 하필 자살방법으로 지하철을 택하는지 그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물론 한강에서 투신자살할 경우 시신을 찾기 위해 잠수부를 동원하는 등 행정력의 낭비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가장 편한 자살방법을 선택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자살할 여건을 만들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심중을 모두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살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의 자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하루 35명 정도가 목숨을 끊고 1,100명이 자살을 기도한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연간으로 보면 11,000∼13,000명 수준이라고 한다.

이토록 많은 자살을 해결하는 열쇠는 결국 개인의 정신력에 달렸다. 우리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천문학적인 경쟁률을 뚫고 출생했다.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태어났다. 정상적인 부부에서 태어났든, 미혼모에서 태어났든, 백인이든 흑인이든, 이는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숙명이다. 따라서 인간은 "피투성(被投性)의 존재"라고 한다. 이는 태어날 때 어머니 뱃속에서 피투성이형태로 태어났다는 말이 아니라 "던져진 존재"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단 태어난 이상 어느 정도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나이에 이르면 이제부터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삶을 영위해야 한다. 따라서 환경의 변화에 의해 아무리 큰 어려움이 있더라도 고귀한 인간의 생명을 하찮은 미물로 만드는 자살행위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억울한 일이 있을수록 악착같이 살아 남아서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물론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으로 자신도 모르게 자살충동에 이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개적인 비난에 참을 수 없는 수치심으로 자살을 택한 어느 건설회사 대표는 남은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다. 국민여배우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최진실 씨와 인기 탤런트 안재환 씨의 자살은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모방자살(일명 "베르테르 효과")을 부추겼다. 당사자로서는 자신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으로 착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자살행위는 가족과 사회에 더 큰 충격과 후유증을 남긴다.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선진국이 경우 인간의 평균수명이 80세까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한 개인의 인생을 보면 80년은 매우 긴 세월이지만 우주 안에서 보면 이 인간의 수명은 찰나와 같다고 한다. 이토록 짧은 것이 사람의 목숨인데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일도 아닌 개인적인 체면과 인기 그리고 고민으로 아까운 생명을 스스로 끊는 것은 범죄행위가 아니고 무엇이랴.

연예인의 경우 인터넷 악플이 자살동기에 큰 영향을 마친다고 하니 사법당국이 이런 사이버 테러를 철저히 단속하는 것도 예방책의 하나가 될 것이다. 앞으로 지하철 투신자살을 비롯한 모든 자살행위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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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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