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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인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인터넷사이트인 "한국의 산하"는 전남 여수시 소재 영취산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취산은 산세가 수려하거나, 산이 높다거나, 산악인들에게 잘 알려진 산도 아니요 그렇다고 한번쯤 오를 만한 특색 있는 산도 아니다. 고향의 뒷산 같은 510m에 불과한 산이다. 영취산은 진달래 개화시기 이외에는 그다지 가볼 만한 산은 아니지만 진달래가 만개하는 4월초에는 진달래산행과 함께 오동도의 동백꽃을 즐길 수 있다.』

위 글은 영취산은 진달래를 빼면 별로 볼 것이 없는 소위 "별 볼일 없는 산"으로 분류해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글쓴이가 처음으로 답사한 영취산은 그 산세는 물론이려니와 조망도 매우 뛰어난 좋은 산입니다. 그기에 진달래가 피어 산이 만산홍엽으로 불타면 그 인기는 절정에 달합니다. 
 
또한 비록 해발이 낮다고는 하지만 산행은 표고가 거의 제로(0)지점에서 시작하므로 그냥 누구나 뒷동산 오르듯이 갈 수 있는 산은 아닙니다. 다만 어느 정도 산행경험이 있는 사람은 식은 죽 먹듯이 단숨에 오를 수 있습니다. 

남부지방에는 창녕의 화왕산, 달성의 비슬산, 거제의 대금산, 마산의 무학산 등이 진달래군락지로 이름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여수의 영취산은 전국에서 가장 빨리 화려한 불꽃을 피우는 곳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영취산 진달래밭은 공해가 빚어낸 아이러니라고 합니다. 산의 북쪽사면 해안가에 들어선 여수국가산업공단에서 품어져 나오는 공해로 인해 대부분의 수종(樹種)은 고사하고 대신 공해에 강한 진달래만이 무성하게 자란 것입니다.

☞ 영취산의 등산지도를 보면 영취산과 진례산으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국립지리원(현 국가지리정보원)은 2003년 5월 17일자로 산의 명칭을 <영취산>에서 <진례산>으로 변경고시(2003. 5. 17)하였으나, 사람들은 지금도 관례적으로 영취산이라는 산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며, 글쓴이도 이에 따랐음. 

금년에도 4월 3일에서 5일까지 3일간 진달래 축제가 개최됩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이곳을 답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식이자 식목일인 5일 아침 7시에 사당역을 출발했지만 산행들머리에 도착하니 정오가 지났습니다. 등산로입구도 차량이 밀려 당초 계획했던 진달래축제행사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여수국가산업단지의 복잡한 정유공장(GS칼텍스)이 보이는 곳에 정차합니다.
등산로 입구 주차장 


사람들이 가는 뒤꽁무니를 따라서 우측으로 들어갑니다. 많은 인파를 피해 한적한 길을 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던 등산로는 급경사로 변하고 다리가 뻐근해질 즈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산길에 다다릅니다.

여기서 북서쪽으로는 GS칼텍스(구 호남정유)를 비롯한 정유시설 및 거대한 굴뚝 그리고 미로처럼 복잡하게 읽힌 공장시설들과 광양만의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집니다. 넓은 공터가 있는 곳에는 수많은 등산객들이 모여 앉자 온산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꽃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450봉에는 골명재로 가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능선의 인파

북서쪽의 정유시설과 광양만

가야할 주능선과 진달래군락지


이곳에서 남서쪽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사진에서 자주 보던 철제계단이 보이는데, 이 능선 좌측은 절벽이고 우측으로는 화려한 진달래군락지가 있습니다. 이곳은 소위 개구리바위이지만 남쪽의 시루봉에 올라 바라보면 비로소 개구리형상이 보입니다. 이 철제계단을 오를 때부터 지체가 계속되던 등산로는 이를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시점부터는 거의 움직이지 아니합니다. 

 가야할 영취산(우)과 시루봉(좌)

철계단 오름길

개구리비위와 진달래


 
        

줄을 서서 기다리던 남녀도 지루했던지 그 중 남자가 여자에게 자꾸만 앞쪽으로 가자고 재촉합니다. 그렇지만 여자는 그렇게 하면 질서가 없어지고 등산로가 더욱 막힌다며 남자를 말립니다. 참으로 못난 남자에 현명한 여자입니다. 그냥 한 줄이든 두 줄이든 줄을 서서 기다리면 될 터인데 이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앞쪽으로 끼어 들어 여러 줄을 만드는 바람에 혼잡도가 더욱 가중됩니다.

가야할 정상 좌측으로 남쪽의 시루봉이 바라보입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정상을 향해 오릅니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진달래군락지가 더욱 불타는 듯 합니다. 등산로는 가뭄 탓에 흙먼지가 폴폴 날아 앞사람을 따라 가면서 먼지를 많이 마시지만 진달래를 보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뒤돌아본 개구리바위(정체길)

진달래 군락지


정상에는 조그만 정상표석이 놓여 있지만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로 인하여 겨우 표석만 카메라에 담습니다. 이곳에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사방팔방으로 막힘이 없습니다. 북쪽으로는 지나온 능선이, 남쪽으로는 암봉인 시루봉(419m)과 그 주변의 진달래가 잘 보입니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GS칼텍스를 비롯한 각종 공장이 늘어서 있고, 광양항의 푸른 바다가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하산할 상암마을이 고즈넉합니다.

정상에서 바라본 여수공단 

 가야할 남쪽의 시루봉


봉우재로 하산하는 길은 매우 가파릅니다. 중간에 도솔암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그냥 통과합니다. 봉우재에는 기념사진을 찍는 산악회회원들,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업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운집하여 살아가는 삶의 현장입니다.

라이브 가수

등산 안내도


여기서 시루봉으로 오릅니다. 오르는 길목에는 군데군데에 반석이 있어 조망을 즐기며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중간에 약간 지체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비교적 빨리 올랐습니다. 시루봉에 올라 영취산을 뒤돌아보니 산정(山頂)의 진달래 군락지는 보이지 않고 그 대신 지나온 영취산의 능선과 가파른 벼랑에 세워진 도솔암의 모습이 전망됩니다. 시루봉정상을 알리는 목재이정표 인근에도 쉴 수 있는 바위가 있어 땀을 식히고 조망을 즐기기가 매우 좋습니다.

시루봉의 암릉

뒤돌아본 지나온 영취산 능선 

봉우재와 영취산 

시루봉 암봉 

시루봉 이정목


시루봉에서 남쪽으로는 또 다른 진달래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3일간 계속되는 진달래축제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아래쪽의 진달래는 잎이 많이 떨어졌고, 위쪽의 진달래도 잎이 시든 꽃도 보입니다. 이상고온현상으로 말미암아 개화시기가 앞당겨진 탓입니다. 그래도 붉게 타오르는 정렬의 화신을 보며 길손은 빙그레 미소짓습니다.
 

시루봉 남쪽 진달래 군락지 

시루봉과 진달래

 


시루봉의 암봉을 내려와 뒤돌아보며 웅장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는 봉우재로 되돌아옵니다. 여기서 좌측으로 가면 흥국사로 가지만 글쓴이는 우측으로 몸을 돌려 하산합니다. 벚꽃도 화사하게 피어 있습니다. 우측으로 조성된 임도 대신 직진하여 내려갑니다.

시루봉

시루봉 오르내림길

벚 꽃


오솔길이던 등산로가 점점 넓어지는데, 중간 부분에 다시 우측의 오솔길로 들어가라는 산악회의 방향표시가 있습니다. 이 길은 매우 호젓하여 필자 홀로 걷습니다. 길은 잠시 오르는 듯 하다가 다시 내려갑니다. 묘지를 지나자 두 길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도로로 나와 좌측의 상암초등학교 방면으로 가니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로변의 등산로 입구


이제부터 상경할 일이 태산입니다. 길이 막힐 것을 예상한 버스운전사는 호남고속국도대신 서해안고속국도를 타고 달립니다. 일반적으로 서해안고속국도는 서산에서부터는 밀리기 시작합니다. 도로상황을 파악한 운전사는 군산IC를 빠져 나와 지방도로를 타고 달립니다. 꼬불꼬불한 서해 해변도로를 타고 가다가 강경포구를 지나자 다시 내륙지방으로 들어가 우여곡절 끝에 천안논산간 고속국도 연무·논산IC로 진입합니다. 

차창 밖으로 바라본 일몰


기세 좋게 달리던 버스는 경부고속국도에 진입하자 그만 주차장이 되고 맙니다. 버스전용차로제 운영시간이 종료되어 버스도 속수무책입니다. 왜 일요일 저녁에는 버스전용차로를 밤 9시까지만 운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울 사당역에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 40분입니다. 여수를 출발한지 7시간이 지났습니다. 오늘은 한식이므로 각오는 했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3시간 30분 산행을 하려고 버스에서 무려 12시간 이상을 보낸 것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신림역으로 가서 택시로 갈아탑니다. 신도림 역까지 가는 마지막 지하철이지만 중간에 내린 것입니다. 왜냐하면 신도림 역에서는 집까지 거리가 짧아 택시가 승차를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심야할증까지 걸려 택시미터기요금 오르는 소리에 심장박동이 빨라집니다.

금년 한식은 외출을 자제하려고 하다가 진달래를 찾아 나선 길이 이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내년부터 한식에는 다시는 장거리로 나들이를 가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면서 택시에서 내립니다.  

이 산행후기를 작성하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영취산의 진달래가 피운 화려한 불꽃이 눈에 선한데,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은 그 진면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사진의 내공은 별 볼일 없으면서 좋은 사진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요?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4월 5일 (일)
△ 등산 코스 : GS칼텍스-북서릉-450봉-개구리바위(철제계단)-영취산-도솔암 갈림길-봉우재
                    -시루봉-봉우재-상암초교

△ 소요 시간 : 3시간 30분
△ 산행 안내 : 몽블랑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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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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