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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중봉에서 향적봉 가는 길에 뒤돌아본 남덕유산 능선



이번 주 기승을 부리던 한파도 주말을 맞이하여 한 발 물러간 듯 합니다. 그렇지만 아침의 싸늘한 공기로 인하여 여전히 귓전이 시림을 느낍니다. 서울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8도이니 결코 만만한 날씨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넉넉한 덕유산의 품에 안겨 설경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은 오늘도 아침 일찍 새벽을 열고 먼길을 달려 왔습니다.

대전통영간 고속국도 덕유산 나들목을 빠져 나온 등산버스는 지방도로를 타고 순식간에 안성탐방안내소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덕유산 줄기인 동엽령의 서쪽에 자리잡은 이름난 산행들머리입니다. 버스가 주차장으로 진입하기 직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여 도로 위에서 하차합니다(11:00).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지만 2주전 태백산에 갔을 때와 비교하면 그래도 한산한 편입니다.

이제부터 안성계곡(칠연계곡)을 향해 안으로 들어갑니다. 응달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 칠연폭포 삼거리에서 동엽령으로 향합니다. 이곳에서 300m 안으로 들어가면 제법 규모가 큰 칠연폭포가 있지만 갈 길이 바빠 들리지 못합니다.

가끔은 가다서다를 반복하지만 그래도 서서 무작정 기다리지 않는 게 다행입니다. 한 줄로 긴 행렬이 계속 이어집니다. 간간이 맞은 편에서 하산하는 사람들로 인하여 길을 비켜주느라고 서 있기도 합니다. 강원도와는 달리 최근에는 눈이 내리지 않은 듯 나뭇가지 위에는 거의 눈이 없습니다. 나무계단으로 조성된 길을 치고 오르니 드디어 동렵령입니다(13:00). 4.5km의 거리를 오르는데 2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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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엽령은 수많은 사람들이 쉬어 가는 장소입니다. 저마다 준비해온 음식을 꺼내 놓고 주린 배를 채우거나 발 품을 쉬고 있습니다.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기슭엔 상고대가 조금 피어 있는 듯 합니다. 동엽령에서 동쪽과 서쪽으로 펼쳐지는 조망은 단지 오늘 숨막히는 조망의 시작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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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엽령에서 바라본 동쪽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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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계곡에서 동엽령으로 줄지어 오르는 등산객들




글쓴이는 바로 몇 장의 사진을 찍고는 왼쪽으로 몸을 돌려세워 백암봉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해발 고도가 높아서인지 능선의 등산로에 많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 산행을 시작할 때 스패치를 하지 않은 게으름을 탓해보지만 이제 다시 배낭에서 이를 꺼내 착용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안내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나왔을 때의 불편함이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나뭇가지에는 덕지덕지 엉켜 붙은 눈이 제법 남아 있어 겨울을 실감나게 합니다. 한 구비를 돌아가자 올라야 할 백암봉의 능선이 가파르게 솟아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이름 모를 산들이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구름 띠 뒤로 우뚝 솟은 산이 고산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지도를 펼쳐놓고 살펴보니 덕유산의 서쪽에 위치한 높은 산은 구봉산(1,002m)과 운장산(1,126m) 정도이므로 이 높은 봉우리가 아마도 이들 산군(山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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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의 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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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백암봉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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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방면의 조망




점점 고도를 높여 나감에 따라 남쪽의 조망이 시원하게 터집니다. 드디어 백암봉(1,503m, 송계삼거리)에 도착하자 조망은 그 절정을 이룹니다(14:07). 이곳에서 뒤돌아 서면 방금 지나온 동엽령과 그 아래로 뻗은 덕유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물결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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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봉(송계삼거리)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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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보이는 무룡산, 남덕유산, 남덕유산서봉




장쾌한 덕유산 줄기에 우뚝 솟은 무룡산(1,492m) 너머로 남덕유산(1,507m)과 덕유산 서봉(1,510m)이 육심령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남덕유산의 왼쪽으로는 산 이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사진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금원산(1,353m)과 기백산(1,331m)의 줄기가 꿈틀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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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원산과 기백산 줄기 뒤로 물결치는 지리산 능선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늘 조망의 압권은 덕유산에서 지리산의 능선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근시인 등산객은 가까운 곳만 조망할 수 있어 이 장관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글쓴이는 원시(遠視)입니다. 멀리 위치한 것은 매우 잘 보이는 시력을 가지고 있으니 남쪽 아래로 하늘에 맞닿아 있는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겁니다. 여러분은 85mm 렌즈로 당겨 찍은 지리산의 모습을 비록 사진으로나마 조망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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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게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의 모습




해발 1,500m인 능선을 걸어가는데도 바람이 거의 없습니다. 바람이 없으니 눈이 날리지 않아 바람서리꽃이라 불리는 상고대를 볼 수 없음은 매우 유감입니다. 그러나 칼바람을 피해 안면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되고 또 주변의 조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백암봉은 육십령에서 남덕유산을 지나 북진하던 백두대간이 덕유산의 정상인 향적봉 방향으로 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비틀어 신풍령(빼재)으로 연결되는 갈림길입니다. 글쓴이도 이 구간의 대간 길은 이미 몇 년 전에 답사했지만 2006년도 두 번에 걸친 발목 부상으로 인하여 현재 대간 길 답사를 미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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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신풍령 방면으로 이어지는 능선




이제 다시 북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중봉으로 오르는 길목에 오늘 처음으로 배낭을  내려놓고 요기를 합니다. 나지막한 나무에 눈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나무들을 보며 끈질긴 자연의 생명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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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뒤로 보이는 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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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엉켜 붙은 침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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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 뒤로 보이는 남덕유산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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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에 엉켜 붙은 눈





중봉 오르는 가파른 계단 길의 경사면에서 뒤돌아보는 남쪽의 황홀한 조망에 한동안 넋 나간 사람이 됩니다. 가깝고 먼 산들이 첩첩이 쌓여 보이는 모습을 "산그리메"라고 부릅니다. 이 산그리메가 물결치는 모습은 한편의 파노라마 영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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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바라본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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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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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을 오르며 뒤돌아본 남쪽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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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눈과 산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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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본 지나온 능선





드디어 중봉(1,594m)입니다(14:54). 사람들은 저마다 기념사진을 찍느라고 분주합니다. 이곳에서의 조망은 백암봉에서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가야할 덕유산의 정상인 향적봉이 지척에 바라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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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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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향적봉(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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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대가 옹골찬 동쪽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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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쪽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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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조망




중봉에서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주목과 구상나무 군락지입니다. 특히 주목에 눈꽃이나 상고대가 피어있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겨울에 강원도 태백산을 찾는 것은 이들 주목과 설경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미 언급한 것처럼 오늘 덕유산에는 주목에 핀 설경을 볼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주목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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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목




더욱이 이제는 고사목으로 변한 두 그루의 나무가 황량한 가지만 남긴 채 쓸쓸하게 서서 덕유산의 사계절을 묵묵히 견디고 있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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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목 두 그루 뒤로 보이는 남쪽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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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목




통신중계용 철탑을 뒤로하고 대피소를 지나자 바로 향적봉(1,614m)입니다(15:26). 이 봉우리는 남한에서 한라산(1,950m), 지리산 천왕봉(1,915m), 설악산 대청봉(1,708m)에 이어 네 번 째로 높은 산입니다.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여 저마다 기념사진을 남기려고 법석댑니다. 이럴 경우 글쓴이는 인물이 들어간 사진을 포기한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 정상의 기념물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욕망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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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정상의 인파




정상에는 큰 돌탑과 정상 표지석 그리고 현대적인 정상안내문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찍을 수 가 없습니다. 밀려드는 사람들을 제지하고 가까스로 표지석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언제 설치했는지 알 수 없는 이 정상표지석은 모진 눈과 비바람에 시달려 글씨가 매우 희미합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에 비해 이 표지석은 외관도 글씨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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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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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 표지석




오늘은 두 번째로 덕유산정상을 찾은 날입니다. 암봉 위로 오르니 북쪽의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정상의 북서쪽 아래에는 곤돌라 승강장이 있는 설천봉이 보입니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할 경우 쉽게 설천봉에 올라 향적봉에 접근할 수 있지만 그래도 땀흘려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에 머나먼 길을 걸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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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으로 당겨본 설천봉과 곤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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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조망





정상에서 백련사까지는 가파른 내리막입니다. 하산로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 길이지만 지천으로 쌓인 눈을 녹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물을 마시고 있는데 뒤에서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산악회 후미를 맡고 있다는 여성대장입니다. 지금까지 후미가이드는 남성이 담당했는데 언제부터 여성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글쓴이가 후미라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사진을 찍느라고 다소 지체하기는 했지만 한번 밖에 쉬지도 않으며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부지런히 걸어 왔기 때문입니다.

괜히 마음이 초조해 집니다. 산악회에서는 산행하는데 6시간을 주었기에 아무리 빨리 가도 30분은 늦을 것 같습니다. 오후 네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이들은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일출과 상고대를 보기 원하는 등산 매니아들입니다. 백련사가 가까워오자 겨우살이가 무리를 지어 피어 있는데 초록빛이 감돌 정도로 매우 싱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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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

 


지붕에 백옥 같은 하얀 눈을 머금고 있는 천년고찰 백련사를 지납니다(16:30). 사찰을 차근차근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속보로 걷습니다. 평지를 걸어가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별로 뒤지지 않습니다. 구천동계곡에는 엄청나게 많이 쌓인 눈으로 인하여 돌의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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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백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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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구천동 계곡의 눈




백련사에서 삼공리 주차장까지는 약 5.5km입니다. 이 거리를 한시간 10분만에 걷고 나니 다리가 뻐근합니다. 오늘 17.8km거리를 6시간 40분 간 걸었습니다. 주차장 입구에서 만난 산악회 선두대장에게 불어보니 내 뒤에 약 10여명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더욱이 체력이 달려 삼공리로 하산하기 힘든 여러 명의 등산객들은 향적봉에서 설천봉으로 이동하여 곤돌라를 타고 하산했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을 알았더라면 하산하면서 조급한 마음대신에 좀 더 느긋한 심정으로 걸었을 것입니다.

오늘 산악회에서는 두 대의 버스가 동원되었습니다. 곤돌라를 타고 하산한 인원을 수송하기 위해 2호 차가 무주 리조트로 갔는데, 스키장을 떠나려는 차량에 막혀 꼼짝하지도 못한 채 갇혀 있다는 것입니다.

내일이 일요일이니 언젠가는 귀경할 것이라고 마음먹습니다. 다행히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맛있는 내장탕으로 배를 채웠으니 속은 든든합니다. 겨울의 설경을 구경하려고 와서 환상적인 눈꽃은 보지 못했지만 사방팔방으로 터지는 조망을 마음껏 감상한 하루였습니다. 특히 덕유산(백암봉과 중봉)에서 지리산을 바라본 그 감동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산행 개요》
△ 등산일자 : 2008년 1월 26일(토)
△ 등산코스 : 안성탐방안내소-칠연폭포삼거리-동엽령-백암봉(송계삼거리)-중봉
              -향적봉-백련사-무주구천동계곡-삼공리탐방안내소
△ 산행거리 : 17.8km
△ 소요시간 : 6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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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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