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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노무현 대통령과 손녀



▲ 노무현 위인전과 노비어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벌써 십여 일이 지났습니다. 그의 장례도 국민장으로 엄수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의 이름 앞에 고(故)자를 붙여야 하는 현실이 서글픕니다. 그 동안 인터넷이나 언론에서도 그를 지지하거나 성원하는 글은 메인을 차지한 반면, 그에 대한 부정적인 글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는 사람이 죽었을 때 관대해 지는 우리 민족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서는 한마디 말을 잘 못했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 탓이기도 합니다.  

인기연예인 중 개인 홈피에 추모의 글을 올린 김제동은 용기 있는 사람으로 찬사를 받는 반면, 비리사건이 터진 이후 고인을 비난했던 김동길 교수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고인을 추모하거나 현 정부를 비난하는 글은 천문학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수많은 추천을 받았습니다. 이른바 노무현 신드롬현상이입니다. 그의 서거 후 <노무현 위인전>과 <노비어천가>가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불의의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가슴에 손을 올려놓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합니다.     


▲ "가족을 살리고 나라를 죽였다"는 어느 아낙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보가 전해진 날 오후, 나는 충남 어느 소도시의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TV에서는 특집방송이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콩나물해장국 한 그릇을 시키고 보니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아줌마가 심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합니다.
"아주머니, 고향이 어디세요?"
"김해입니다."
"예? 김해라면 조문하러 가야겠어요."
"아니오, 나는 안 갑니다. 내가 왜 갑니까? 나는 지난번 선거에서 노무현을 찍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자기 가족을 살리려고 자살하여 나라를 죽게 만들었으니 참 기가 막힙니다."
"?"

글쓴이는 순간 할 말문이 막혔습니다. 나는 가볍게 물어 보았는데 지방의 아낙네가 보인 반응은 정말 이외였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다음부터는 경칭을 생략함)은 죽음으로서 가족은 살린 반면 나라를 죽였다는 그녀의 말이 한동안 뇌리에 박혔습니다. 그런데 가족을 살렸다는 말은 언뜻 듣기에 그럴 듯 합니다. 왜냐하면 비보를 접하자마자 검찰에서는 노무현과 관련된 모든 사건을 "공소권 없음"이란 결정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부인, 아들, 딸, 사위 등은 이제 더 이상 수사의 대상이 아닌 자유인이 되었기에 가족은 누구도 다치지 않고 살게 될 것입니다.


▲ 자살 후 유가족의 불행
 
그러나 나는 그의 죽음은 가족을 살린 게 아니라 오히려 정신적으로 더욱 힘들게 만들었으며 국가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킨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의 국력을 나타내는 국가경쟁력도 영향을 받지 않을 까 우려됩니다. "비리혐의로 검찰 수사 중인 전직 대통령의 자살사건"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후진국형 뉴스가 전 세계로 타전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살하면 떠오르는 고위공직자와 기업인 및 연예인이 많습니다. 안상영 전 부산시장, 박태영 전 전남지사, 정몽헌 전 현대아산회장 등은 모두 비리혐의로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되자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연예인 최진실, 안재환 등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렇지만 뒤에 남은 고인의 가족들이 행복하게 잘 산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상당히 많은 시일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죽음을 애통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 노무현 정권을 지탱했던 도덕성의 상실 

노무현은 어느 날 갑자기 대권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검사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서민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습니다. 그가 지나온 길을 보면 서민들과 친숙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언론에 공개된 미공개 사진을 보노라면 이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 5년 동안 권위주의는 많이 탈피되었지만 대통령의 권위와 공권력의 권위도 동시에 땅에 떨어졌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노 대통령 

나는 이런 분야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공과를 따질 형편은 못됩니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정말 바람잘 날 없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제기된 탄핵소추의 소용돌이, 지역주의 타파와 지역균형발전정책, 공공기관지방이전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남북정상회담개최, 개성공단사업, 미군으로부터 전시작전권 환수, 한미 FTA체결협상, 거대언론과의 불편한 관계, 한나라당과의 연정제안 등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굵직한 사건(정책)이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중요현안문제를 처리하면서 지지율은 추락했지만 그래도 그 정권을 지탱해 준 것은 바로 도덕성이었습니다. 

그런데 퇴임하자마자 친형인 노건평 씨가 세종증권비리에 휘말리더니, 대통령과 그 가족이 소위 박연차 태광실업회장으로부터 수 백만 불의 뇌물을 받은 것이 드러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친구인 정상문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특수업무활동비를 빼돌린 사건도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측근의 비리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하드라도 가족과 친인척을 포함한 자기관리는 더욱 엄격해야 했습니다. 깨끗한 정치를 누구보다도 누누이 강조했던 그였기에 이런 사실들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국민들의 배신감과 실망은 매우 컸습니다.     


▲ 대인답지 못했던 고인의 행보

고인은 대인답게 살아 갈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상실했습니다. 형의 비리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공식 사과해야 했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측근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될 때에는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박연차가 청와대에 뇌물을 주었다고 폭로했을 때 자신은 몰랐으며 부인이 한 일이라고 전가하고, 또 빌린 돈이라 갚을 의무가 없는 자연채무라고 주장했습니다. 생일선물로 받은 시가 2억 원 상당의 시계는 논두렁에 버렸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문도 나돌았습니다.  

고인은 처음 사건이 밝혀졌을 때 이상한 논리로 발뺌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모두 알고 있는 일이라고 자청했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부인을 비롯하여 아들과 딸 그리고 사위까지 검찰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인은 검찰조사를 받을 때도 "아니다. 모른다. 생각 안 난다"라고 하며 부인(否認)으로 일관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검찰로서는 더욱 확실한 증거수집을 위해 수사를 강화했고 결국 자존심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어 사면초가에 봉착한 노 대통령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그는 역경에 처할 때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정면승부로 국면을 돌파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의 승부수는 절대로 사용하지 말아야할 악수(惡手)였습니다.  


▲ 친노세력의 결집과 반정부구호

정부는 유족 측의 건의를 받아들여 노 대통령의 장례를 국민장으로 엄수했습니다. 그런데 고인의 지지자들은 분향소가 설치된 봉화마을로 가는 조문객을 선별해서 받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길바닥에 내팽개쳐지고, 뜻을 달리하는 김형오 국회의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은 조문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심지어 엄숙한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하려 하자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대통령을 향해 "사죄하라!"고 소리치는 돌출행동이 발생했습니다. 그 후 백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그를 격려하는 글이 쇄도했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말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영결식장에서 소리치는 민주당 백원우 의원  

예로부터 비록 원수지간이라도 사람이 죽으면 상호방문하면서 원한을 푼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최근 봉화마을에서는 자기편은 조문을 할 수 있지만 정치적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은 조문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고인은 남긴 유서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했지만 노무현 지지자들은 현 정부와 보수언론을 향해 독설을 퍼붓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했다는 서울 대한문분향소에는 "피의정권 학살정권, 이명박은 물러나라"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대한문 분향소의 반정부 구호
 

고인이 재임 중에 발생한 친인척 비리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였든 하지 않았든 궁극적으로 그 책임은 고인에게 있습니다. 이때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바로 잘못을 뉘우치고 사법부의 판단을 받은 후 나중에 자유인이 되었을 때 여생을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었더라면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이런 기회를 모두 놓치고 전혀 <노짱>답지 않게 전 국민을 크나큰 충격 속에 빠뜨린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 자살의 후유증과 상황의 반전 

지금 우리경제는 매우 어렵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모습입니다. 이러한 때 노 대통령의 서거는 국론분열을 가져오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또 그동안 한국은 자살율이 높은 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국민장이 거행된 날 오후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영결식을 시청하던 여대생 김모(23)씨가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녀는 "나 노통 따라 갈게. 잘 지내. 지금까지 미안했어."라는 메모형식의 유서를 남겼다고 합니다.

                                      여대생 자살 보도


고인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인간적인 고뇌와 고통으로 인하여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지만 그는 한 인간이기 이전에 나라의 지도자였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도자의 이런 모습에 정말 망연자실해집니다.

그런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작성했다는 <서울역 분향소에서>라는 아래의 편지가 국민의 심금을 울린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유 장관은 이번 고인의 행동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결한 애국지사로 착각한 듯 합니다. 나라의 대통령이 죽음으로서 존엄을 지켜냈다는 것은 법정에 서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는 뜻일까요?

한일합방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결한 민영환 공의 애국충정과 1907년 세계평화회의 때 우리의 상황을 세계만방에 알리기 위해 할복 자살한 이준 열사의 숭고함보다도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지 의문입니다. 아무튼 이 편지는 자살을 미화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대단히 부적절한 표현이 있어 실로 유감입니다.  

(중략)
스무길 아래 바위덩이 온 몸으로 때려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껴안고
한 아내의 남편
딸 아들의 아버지
아이들의 할아버지
나라의 대통령
그 모두의 존엄을 지켜낸 남자
그를 가슴에 묻는다.
(중략)

                                              유시민 편지 

고인이 스스로 몸을 던진 후 전국적으로 추모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어느 누구도 감히 도덕성을 생명으로 내세웠던 대통령의 비리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는 죽음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퇴임 전 부정적인 이미지와 여론을 단박 역전시키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영결식이 끝난 후 뉴욕 타임즈(NYT)는 "노 전 대통령은 자살로 운명을 반전시켰다."라고 보도했습니다. NYT는 "일부 친척과 보좌진은 수뢰혐의로 투옥됐고,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된 상황이었지만 자살 후 그는 명성을 지키기 위해 자살한 존경할 만한 사람, 가족과 참모를 보호하기 위해 희생한 영웅, 억울하게 죽은 한(恨)이 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민장을 앞두고 고인의 영정에서 김구 선생님을 떠올리는 글도 보았습니다. 이런 식의 여론몰이가 진행된다면 앞으로 유사한 사건의 재발이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비리를 저지른 후 죽으면 용서가 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죽음 앞에서 숙연해 지는 것과 죄를 묻는 것은 별개사안입니다. 그렇다고 고인과 그 가족의 비리를 계속 조사하라는 뜻은 추호도 아닙니다.  


▲ 반정부 편에 선 김대중 전 대통령  

그의 자살은 시대의 타살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무시하고 검찰과 현 정부가 과잉수사를 하여 자살케 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마저 고인을 편 들고 나섰습니다.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김 대통령은 자신도 동일한 상황에 처했더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분향소 찾은 김대중 전 대통령


바야흐로 자살공화국이 되려나 봅니다. 고인이 된 대통령의 자살에 대해 생존한 대통령이 공감했으니 말입니다. 미국의 경우 전직대통령은 현직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침묵을 지킴으로서 협조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직은 수시로 나서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합니다.    

이런 판국에 영결식 전 사회인사 100명도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시국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국론이 분열될 징후가 농후합니다. 그러나 말없는 다수는 이번 사태에 대하여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니 어찌 생각하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 노무현 어록과 안타까운 자살

언론에서는 고인을 추모하면서 "노무현 어록"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고인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행한 말을 한번 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입는 것, 먹는 것, 이런 걱정 좀 안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1988. 7월).

고인은 살기가 힘들어서,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역설했지만, 그는 안타깝고 어처구니없게도 비리혐의로 스스로 목숨을 버렸습니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두 가지 실수

제가 판단하기에 고인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두 가지 큰 실책을 저질렀습니다. 하나는 대통령 재임 시 걸핏하면 "대통령 못해 먹겠다"라는 말을 하여 대통령직을 희화화하고 국민들에게 염장을 지른 것입니다. 저도 지난 약 30년 간 봉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못해먹겠다"라는 푸념을 가끔 했습니다. 그러나 필부필부의 푸념과 나라의 지도자인 대통령의 말씀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오죽했으면 국민노릇도 못해 먹겠다는 우스개가 있었겠습니까.

다른 한 가지는 이번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입니다. 시인 정호승의 말을 한번 들어보기 바랍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충격 속에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바로 대통령은 스스로 세상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세상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를 쓰는 데 대통령이 그러시다니~~.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가 목숨을 던진다 해도 안 되지만 대통령은 더더욱 그럴 수가 없다.』        
    

▲ 고인의 뜻을 기리는 길

이제 그는 가고 없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바란 것이 무엇이었는지 남아있는 우리들은 그 뜻을 잘 살펴야 합니다. 그의 지지자들도 유가족들이 외풍에 휘말리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토록 슬픈 소식 중에도 한가지 새길 일은 그가 매장 대신 고향마을에 화장을 원했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갑작스런 서거는 자업자득이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은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누구는 몇 천억 원을 꿀꺽하고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데, 100억 원도 안 되는 생계형 비리를 저지른 게 무슨 큰 문제가 있느냐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보통사람이 들으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이는 고인을 더욱 욕보이게 하는 망언입니다. 이런 사고(思考)를 가진 사람이 존재하는 한 이와 같은 불행은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도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분열이 아닌 통합의 시대를 강조했습니다. 강자보다는 약자 편에 섰습니다. 그래서 성장보다는 분배에 더욱 중점을 둔 사회복지정책을 시행했습니다. 그가 재임 중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더라면 비록 퇴임 시 지지율은 낮았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대통령이 되었을 것입니다.

                                             청와대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쉬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현 정부도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끝없이 이어진 조문행렬의 뜻을 잘 헤아려야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고인의 가는 길에 동참했습니다. 이를 두고 서민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의 서거를 애통히 여긴 탓도 있지만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자연스럽게 봉화마을과 분향소로 향하게 만들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지난 4.29 재보선에서 참패할 정도로 지지도가 하락했습니다. 이제 친이(親李)니 친박(親朴)이니 하는 지겨운 계파싸움도 그만 두어야 합니다.

                                                            광화문 조문행렬

이번 검찰수사도 수사상황이 마치 스포츠 중계방송하는 것처럼 연일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일정기간 수사를 한 후 정기적으로 언론브리핑을 하는 게 정도일 텐데 말입니다. 워낙 사안이 중대하기 때문에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을 까요?    

이제 뒤에 남아 있는 우리들은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의 의미를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그의 서거가 국론을 분열시키는 빌미가 된다면 이는 오히려 고인의 의지에 반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국민장이 끝나자마자 제일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청와대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는 모양입니다. 야당은 북한핵문제보다도 대통령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내는 문제가 더 관심사인지 모르겠습니다.  

고인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를 남겨두고 죽음을 선택한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는 임기를 마치고 귀향한 최초의 대통령이었지만 15개월만에 한 줌의 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를 지지했든 안 했든 이 나라 국민들은 실로 억장이 무너집니다. 깨끗하고 소탈한 대통령으로 남아 봉화마을의 터주대감 노릇을 계속 했더라면 그는 멋진 인생을 사는 퇴임대통령으로, 또 한국은 훌륭한 전직대통령을 가진 선진국으로 자리 매김을 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아무리 그의 죽음이 애통하고 비통하더라도 자살을 미화하는 듯한 말이나 글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소설가 이외수가 몇 년 전 펴낸 책에서 한 말을 두고두고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대가 아무리 견디기 힘들어도 자살 따위는 생각하지 말라. 그대가 자살해 버리면 이 세상 어딘가에 그대를 사랑하기 위해 살고 있는 사람과 그대에게 사랑 받기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슬퍼질 것인가를 생각하라.』(이외수 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p. 134)

우리 모두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자랑스런 한민족으로 거듭나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고인이 영원한 안식처에서 편이 잠드시길 기원합니다.


☞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두서 없는 길을 끝까지 읽어준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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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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