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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통령 노무현"과 "서민 노무현"

제16대 대통령을 역임하고 귀향하여 봉화마을에 정착하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은 끊은 사건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진지도 이제 십여 일이 지났습니다.

고인의 서거에 대해 그를 지지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이는 개인적인 불행임과 동시에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어서 그를 추모하는 열기는 국민장이 엄수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가 퇴임 당시 국민의 지지율은 매우 낮았지만 그의 사후 "대통령 노무현"보다 "서민 노무현"을 기억하는 국민들이 더욱 많아졌고, 그 동안 미공개 되었던 사진이 공개되자 이를 본 국민들은 그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에 열광했습니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의 추도와 애도는 일종의 광기로도 볼 수 있을 만큼 처절하였습니다. 그동안 언론에 보도되었던 고인과 관련된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2) 노무현 전 대통령 옹호론 

▲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현정부책임론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김 대통령은 "내 반쪽이 무너진 심정"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이 받은 치욕·좌절·슬픔을 생각하면 나라도 그런 결단을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후퇴하고 있고 빈부 격차가 강화돼서 국민이 어려움 속에 살고 있으며, 남북관계가 초긴장 상태에 있다"며 "국민은 속수무책이며 누구를 의지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지하던 한 분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슬퍼하고 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과 부인, 아들, 딸, 일가친척, 친지에 대해 싹쓸이로 조사했다"며 "전직 대통령을 소환한 뒤 20일이 지났는데 증거를 못 대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검찰 수사의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 유시민 전 장관의 존엄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울역 분향소에서>라는 편지를 남겼습니다. 그는 "스무길 아래 바위덩이 온 몸으로 때려,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껴안고,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그 모두의 존엄을 지켜낸 남자"로 평가했습니다. 그의 모친은 고인의 빈소를 찾아 "아들아, 내 아들아"라고 통곡하였다고 합니다.    

   

▲ 김두관 전 장관의 이순신론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고인의 부음을 듣고 남해대교를 건너는 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고 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독배인 줄 알고도 잔을 마셨고, 이순신 장군이 얼마든지 살 수 있었지만 몸을 던진 것처럼 노 대통령도 죽음을 통해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사는 대통령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1598년 노량해전에서 왜군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성웅입니다. 장군의 전사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는 전쟁이 끝나면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이 될 것으로 판단해 전사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 것과 마찬가지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영원히 살기 위해 죽었다는 논리입니다.

김두관은 남해군수 출신으로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던 인물이니 "노비어천가"를 불러도 놀랄 일은 아닙니다. 다만 지하에 계신 이순신 장군이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 서울대 교수의 시국선언

서울대 교수 124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현 정부는 전직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하며, 민주사회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서울대교수 1,700여명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으며,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서울대 교수들이 도덕적 허무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린다"고 비판했습니다. 

 


(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비판론

▲ 김동길 명예교수의 자기책임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하여 가장 중심에 선 인물의 하나가 바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일 것입니다. 그는 지난 4월 검찰이 고인에 대한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을 때 올린 칼럼이 큰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그는 "노무현씨는 감옥에 가거나 자살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고인이 자살을 하게 되었으니 모든 비난의 화살이 그에게 집중된 것이지요.

김 교수는 고인이 서거한 지 며칠 후 "지금은 할 말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노무현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뿐입니다. 이 비극의 책임은 노 씨 자신에게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부정과 비리에 연루돼 경찰의 조사를 받던 전직 대통령이 자살한 그 순간부터 성자가 되는 그런 나라가 지구상에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하면서 "언론이 자살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성자로 만들며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그는 순교자도 아니고 희생양도 아니고 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영화를 다 누렸고 저승으로 가는 길도 본인이 선택한 것일 뿐 누구의 강요나 권고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김진홍 목사의 모방자살론 

뉴라이트의 대부인 김진홍 목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 청소년들의 모방자살을 부추길 것이라고 비난하며 감당할 능력이나 자질이 없으면 지도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 목사는 두레교회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매우, 매우 애석한 일이지만 대단히 잘못한 일"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 매년 1만 3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자살하고 있다. 국민들과 청소년들의 본보기가 되어 자살하는 사람들을 말려야 할 자리에 있던 분이 자살로 삶을 끝낸다는 것은 심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더 나아가 "더러는 오죽이나 억울하였으면 그런 죽음을 택하였을까, 하고 동정적인 발언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억울하면 억울할수록 법정에서 밝혀지도록 힘써야 한다. 민주 사회, 민주 국가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 법치(法治)에서 나온다. 억울한 일로 따지자면 우리 사회에 억울한 경우를 당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정호승 시인의 자살반대론

시인 정호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충격 속에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바로 대통령은 스스로 세상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세상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를 쓰는 데 대통령이 그러시다니~~.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가 목숨을 던진다 해도 안 되지만 대통령은 더더욱 그럴 수가 없다." 라고 말했습니다.         

  
(4) 맺는 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고인의 죽음에 대해 우리사회는 극명하게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고인은 유서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 후 전개상황을 보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갈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글쓴이는 그냥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무리 고인의 죽음이 애통하고 비통하더라도 자살을 미화하는 듯한 말이나 글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소설가 이외수가 몇 년 전 펴낸 책에서 한 말을 전재하며 필을 놓습니다. 
 
그대가 아무리 견디기 힘들어도 자살 따위는 생각하지 말라. 그대가 자살해 버리면 이 세상 어딘가에 그대를 사랑하기 위해 살고 있는 사람과 그대에게 사랑 받기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슬퍼질 것인가를 생각하라.』(이외수 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p.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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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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