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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KTX(고속철도)를 이용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45분 소요됩니다. 평소 등산버스를 타고 다니며 보통 왕복 7∼10 시간은 기본적으로 탑승하기에 편도 3시간 미만의 열차승차는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글쓴이가 열차에 올라 지정된 좌석으로 갔을 때 마침 옆자리에는 젊은 여성이 앉아서 철도잡지를 읽고 있었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에게 방해를 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앞으로 3시간 정도 나란히 앉아 여행을 함께 해야 하기에 나는 자리에 앉으며 가볍게 여성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같이 앉아서 가게 되었군요!"

그런데 이 여성은 내 말을 듣지 못한 듯 전혀 반응이 없습니다. 고개를 돌리는 법도 없고 옆에 사람이 앉든 말든 전혀 신경을 쓰지 아니하고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읽기에 열중합니다. 무슨 반응을 보이면 내내 귀찮게 할까봐 미리 단도리를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등산버스에 오르면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데 대부분 잘 받아줍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인사를 건넸는데 전혀 무반응이니 먼저 인사를 한 쪽이 오히려 무안할 지경입니다. 지금은 옛날처럼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서 여성이 남성에게 말을 걸면 안 되는 세상도 아닌데 말입니다.

대구에 도착하자 여성이 내리려고 몸을 움직입니다. 나는 얼른 일어서서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그냥 나갑니다. 물론 안쪽 승객이 나가려면 바깥쪽 승객은 당연히 일어서야 하니 굳이 고맙다는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겠지요. 이 경우 서양인들은 당연히 "Excuse me!"라고 양해를 구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인사 안 하는 국민도 드뭅니다. 아침 출퇴근 시 엘리베이터에서 단 둘이 만나도 눈인사마저도 안 합니다. 서로 시선을 다른데 두고 있는 것입니다. 평소 인사를 안하고 사니 아파트 옆에 누가 사는 지도 모릅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모르는 사람이 동일한 층을 눌러 매우 당황해 하기도 합니다. 복잡한 지하철 내에서 실수로 다른 사람의 구두를 밟아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도 않습니다.

서양사람들이 누구든 만나면 가볍게 "하이(hi)"라고 인사하면서 자연스럽게 날씨이야기를 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왜 이토록 인사에 인색한지 모르겠습니다. 가벼운 인사만 잘 해도 우리사회는 한결 명랑해지리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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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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