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며,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습니다. 백성들은 한 여름동안 땀 흘려 가꾼 곡식을 거두어 조상에게 추석차례를 모시고, 또 학생을 비롯한 지식인들은 무더위로 지친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책을 읽기가 좋은 계절이라는 의미이겠지요.

그러나 오늘날 주5일제 근무의 확산으로 여가시간이 증가함에 가을은 단풍의 계절임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특히 산을 찾는 사람들은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산행도 하면서 발갛게 물든 단풍을 보는 것은 일석이조가 될 것입니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북한산(삼각산)국립공원의 경우 10월 15일 단풍이 시작되어 10월 29일에는 절정에 다다른다고 합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북한산국립공원에는 크게 북한산과 도봉산이 있으며, 도봉산 군(群)에는 오봉과 사패산이 포함됩니다.

도봉산 중에서는 오봉과 정상 주변의 단풍이 매우 아름답다고 하므로 오늘은 이 코스로 단풍산행을 나섭니다.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는데 옆에서 걸어가는 한 아주머니가 앞서 가던 아이들을 나무랍니다.
"그렇게 천천히 가면 뒤에서 밀리잖아, 빨리 내려가!"

이게 무슨 말입니까? 바쁜 시간에 앞쪽에서 어린이들이 천천히 걸어 내려가면 물론 뒤따라오는 어른들이 짜증을 낼지도 모르겠지만 부모가 이렇게 서둘러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아이들이 급하게 내려가면 안전을 위해 천천히 내려가도록 타일러야하는 것입니다.

2호선 열차로 갈아타고 합정역으로 갑니다. 방금 탄 청년 하나가 큰 소리로 혼자서 대화를 합니다.  알고 보니 정신장애자입니다. 허우대는 멀쩡하게 생긴 청년이 그런 병을 앓고 있으니 본인은 물론 그 가족들도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짐작이 갑니다. 버스를 환승할 수 있는 구파발역에는 그야말로 북한산성행 버스에 탑승하려는 등산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입니다. 평소와 비교하면 거의 배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글쓴이는 기다리는 줄과는 관계없는 송추행 버스를 타고 송추 느티나무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이 정류장은 바로 송추골 입구입니다. 계곡을 따라 들어가다가 우회전하니 오봉탐방지원센터입니다. 이 방면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산 속으로 접어들었지만 해발고도가 낮은 곳에는 전혀 단풍이 없어 이러다가 단풍구경은 물 건너 간 것이 아닐지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여성봉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길을 올라가며 여성봉(504m)의 북쪽사면을 바라보니  드디어 기다리던 단풍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단풍은 이제 해발고도 500여 미터까지 내려온 것 같습니다.

여성봉 북쪽사면의 단풍


 능선뒤로 보이는 사패산의 암봉


여성봉에 올라 가까이 바라보이는 오봉의 올망졸망한 바위봉과 저 멀리 보이는 장엄한 북한산 정상부의 모습을 감상하고는 뒤돌아 나옵니다. 여성의 심벌을 상징하는 골짜기에 자라던 잡풀의 모습도 이제는 보이지 않고 소나무 한 그루도 말라죽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흙으로 덮어두었기에 그 모습이 별로 실감나지 않습니다.

 여성봉에서 바라본 오봉능선



여기서부터 오봉까지 이어지는 길목에는 자주 붉게 물든 단풍을 만나 카메라를 여러 차례 꺼냅니다. 송추남능선의 끝자락에 다다르니 오봉의 바위에서 로프를 가지고 아슬아슬하게 암벽을 타는 바위꾼을 목격하고는 그 독특한 취미에 혀를 내두릅니다.

 오봉에서 줄타기를 하는 등산객들



오봉정상(660m)에 서니 일렬로 늘어선 오봉의 기암봉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그 뒤로 우뚝 솟은 북한산정상의 위용에 숨이 턱 막힐 지경입니다. 동쪽으로는 가야할 도봉산정상의 암봉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습니다.

 오봉정상에 올라 바라본 오봉


 북한산 정상부의 위용


 가야할 도봉산 정상의 연봉들
 

지금까지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던 오봉을 그 반대편에서 보기 위해 우이암 방면으로 가는 길을 조금 가다가 오른쪽으로 뒤돌아보며 사진을 찍습니다. 일렬로 도열한 암봉을 보며 신기해합니다. 특히 지난 여름 폭우와 낙뢰로 사상자가 발생 한 후 관계당국에서는 오봉정상에 낙뢰방지용 피뢰침을 설치해 둔 것이 눈에 띕니다.

 남쪽에서 바라본 오봉


 오봉 정상의 피뢰침


이제 다시 헬기장 방면으로 되돌아와 도봉산 정상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깁니다. 황홀할 정도로 붉게 물든 단풍이 여러 차례 나타나 산객을 반겨줍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는데 입가에는 미소가 번집니다.

넓은 지역에 무리를 지어 물들지는 않았지만 듬성듬성 있는 단풍나무는 매우 고운 빛깔로 화장을 곱게 한 채  길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벌써 단풍이 지는 모습도 목격됩니다.








도봉 주능선에 도착하여 정상을 향하여 힘찬 진군을 계속합니다. 제법 험한 능선을 넘어가면서 뒤돌아보니 우이남능선의 뾰족한 우이암과 그 뒤로 북한산의 웅장한 모습이 아련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도봉주능선에서 바라본 우이암


 암벽사면을 통과하면서 뒤돌아본 북한산의 웅자



등산로는 왼쪽사면으로 우회합니다.
이 길에도 아름다운 단풍이 늘어서 있어 길동무가 됩니다.





능선의 안부에 도착하니 이제 사람들이 오를 수 있는 신선대가 가까이 보입니다. 신선대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올라 안전철책을 따라 늘어서 있습니다. 등성이의 약간 평평한 곳에는 3명의 남성 등산객이 과일 등을 푸짐하게 펼쳐놓고 식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글쓴이는 이들과 약간 떨어져 배낭을 내려놓습니다. 물을 마시며 일어서니 여성 등산객 4명이 내 근처로 와서는 앉습니다. 내가 다시 앉으니 이들은 내가 떠나는 줄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올라 가야할 신선대
      

한 남성이 여성들에게 포도를 건네며 먹어보라고 합니다. 자연히 대화가 시작됩니다. 먼저 여자가 한 마디 합니다.
"저쪽 젊은 사장님, 참 잘 생기셨네요."
이 말을 들은 남자는 한 술 더 떱니다.
"잘 생긴 저를 여성들이 가만 나 두지를 않아요."
이 여자도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잘 생긴 사장님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쪽의 사장님은
 왜 윙크를 하고 그러세요."
"?"
주변에 웃음보가 터집니다.
이를 본 본 글쓴이도 한 마디 거듭니다.
"여성 네 분은 코미디클럽 출신인가 봐요."

오른쪽으로 우회해 철책을 따라 가니 자운봉(740m)과 신선대의 바로 밑입니다. 도봉산에 오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정상인 이곳으로 모여드니 오르고 내리는 길은 기차처럼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신선대에 오르니 사방팔방으로 펼쳐진 조망이 거침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도봉산의 최고봉인 자운봉의 암봉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 거대한 암석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형상입니다.

그런데 불현듯 사람들이 소리칩니다.
"어머나, 저기에 사람이다. 아니 고무신만 신었다. 아이고, 위험해라.!"

글쓴이도 바라보니 그야말로 호리호리하게 생긴 남성하나가 긴 머리를 국가대표팀축구 골 l키퍼였던 김병지 선수처럼 꽁지머리를 한 채, 반바지와 고무신 그기에 헐렁한 상의를 걸치고는 족제비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도봉산의 최고봉인 자운봉(가운데 그늘에 사람이 보인다)


 사람을 줌으로 당겨 촬영


 신선대 안전철책과 멀리 보이는 북한산


 신선대를 오르는 사람들 뒤로 보이는 포대능선



다른 경치를 구경하는 사이 어느새 그 사람은 안전한 곳으로 내려와 다시 신선대로 올라옵니다. 축지법을 사용하는지 전혀 힘들여 하지 않고 바위사이를 사뿐사뿐 날아다니는 모습이 엄청난 내공을 쌓은 신선 같습니다. 신선이 신선대로 오르는 형국입니다. 

신선대을 내려와 경사가 급한 너덜지대를 내려갑니다. 몇 그루의 단풍나무를 만나 인사를 나누면서 내려가니 마당바위입니다. 마당바위는 선인봉(708m) 아래에 위치한 넓은 바위로 도봉주능선과 우이남능선이 잘 조망되는 곳입니다. 또한 도봉산 정상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휴식장소이기도 합니다.

 신선대를 내려온 후 뒤돌아본 모습



 마당바위의 산객들



하산하는 길목에 천축사가 있습니다. 대웅전 뒤로 보이는 선인봉의 모습은 지난해까지 국립공원입장료를 징수할 때 영수증에 인쇄되어 있던 바로 그 사진의 디자인입니다.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하게 솟아 있는 선인봉의 위용은 장엄하기까지 합니다.

선인봉의 위용  

                                     

마당바위를 지나 하산을 완료할 때까지 단풍은 한 그루도 보지 못하였기에  이제 단풍은 산정의 약 500m까지 내려온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앞으로 날이 갈수록 단풍은 점점 고도를 낮추어 온산을 붉게 물들일 것입니다.

상가가 위치한 곳에 이르자 산을 찾았던 사람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옵니다. 마라톤대회의 출발지점과 방불합니다. 거리마다 늘어선 음식점에서는 전어를 굽는 지글지글하고 매캐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거의 모든 음식점에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가득합니다.

이 달말 북한산의 단풍이 절정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되므로 이 기간 중에 산을 찾는다면 더욱 곱게 물든 단풍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여러분을 맞이할 것입니다. 가을은 단연 단풍의 계절입니다.


                                           《산행 개요》

   ◇ 산행일자 : 2007. 10. 21
   ◇ 산행코스 : 송추골입구/오봉탐방지원센터/여성봉/오봉/
                 오봉능선/도봉주능선/신선대/
마당바위/천축사
                 /광륜사/도봉탐방지원센터/도봉산역
   ◇ 소요시간 : 5시간 15분



Posted by pennpenn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