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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사극 <천추태후>는 "여성영웅 서사극"을 표방하는 신선하고 참신한 기획으로 야심차게 출발한 정통사극이다. 그동안 드라마로 제작되어왔던 남성중심의 사극을 여성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역사 이면에 숨겨져 있던 여성의 활약을 집중 조명한다.

실제로 천추태후(千秋太后·964∼1029)는 역사서인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의 사료에서 "요부"로 기록되어왔으나, 최근 들어서 이에 대한 역사적인 검증과 재조명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되어가고 있다.

글쓴이는 천추태후를 처음부터 시청하지는 못했지만 중간부터 매우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이 드라마는 어제 78회를 끝으로 9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감했는데, 종영을 계기로 가장 감동적인 두 장면을 소개한다. 



(1) 선정왕후, 천추태후의 딸이 되다.
 
고려 제7대왕인 목종의 정비인 선정왕후(이인혜 분). 그녀의 인생도 참으로 기구하였다. 천추태후가 아들인 목종과 그녀를 맺어주지만 목종은 지병과 스트레스로 그녀와 합방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목종은 어머니 천추태후 및 대신들과 갈등을 빚자 왕위를 그만둘 속셈으로 동성애자인 유행간을 품고는 이를 실토한다. 이런 와중에서 선정왕후의 비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선정왕후 역의 이인혜


목종이 물러나고 현종이 즉위하자 목종과 왕비 그리고 천추태후 일행은 궁을 나와 충주로 향한다. 오는 도중 6대 성종의 제2비인 문화왕후의 사주를 받은 무리들에 의해 현종이 시해된다. 그리고 천추태후 일행은 충주궁에 도착해 궁주로부터 모진 핍박을 받지만 그곳 집사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한다.

                                                           천추태후를 도운 충주궁 집사

거란의 성종은 고려를 지배할 목적으로 40만 대군을 이끌고 남침을 감행한다. 고려왕을 생포하여 고려를 멸망시키기 위함이다. 그 동안 천추태후에게 반기를 들던 문신과 무신들은 도망쳐 버리고, 천추태후가 키운 장군이 겨우 거란군과 대적하고 있다.

거란의 침입으로 고려궁이 불타자 현종은 강감찬과 함께 궁을 떠나 몽진(왕의 피난)길에 오른다. 거란 최고의 무사인 야율분노는 현종을 생포하기 위해 충주까지 내려왔다. 이 때 천추태후는 충주집사 및 가병들과 함께 충주로 와서 야율분노를 죽이고 현종을 위기에서 구출한다.

                                                                        천추태후 역의 채시라 



이 즈음 천추태후는 김치양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 황주소군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강감찬으로부터 아들을 만날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신세한탄을 한다. 왕이었던 아들 목종은 끝내 암살 당하였고, 황주소군은 살아 있으되 만날 수도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 목종의 비인 선정왕후가 말한다.

"태후 마마, 제가 마마의 딸이 되면 안 되겠습니까?"
"?"
"제가 딸이 되어 마마를 섬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뭐라고요? 왕후가 그래 줄 수 있겠소?"
"예!"
"그럼 지금부터 어머니라고 부르세요!"
"예, 어머님!"

그런 다음 둘은 서로 포옹을 한다. 한 많은 인생을 살아온 두 여인,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만났으며, 고려왕의 왕후였던 두 여인이 어머니와 딸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만은 감정이 무딘 글쓴이도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2) 목종의 내관 유충정, 배신자를 살해하다.  
 
목종의 내관이었던 유충정(나경민 분). 그는 강조와 강감찬이 김치양 측에서 왕궁에 투입한 유행간을 감시하라는 특명을 받은 자이다. 그동안 그 소임을 충실히 해왔다. 그는 목종이 천추태후와 함께 충주로 가던 중 이현운과 안패에 의해 시해 당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그는 천추태후의 지시에 따라 거란군을 막으려 떠난 강조에게 이 사실을 알리러 갔지만 이미 강조는 장렬히 전사한 뒤였다. 강조의 전사는 이현운과 안패가 거란군으로 도주하여 거란 성종의 신하가 됨으로써 우리 측 작전계획을 모두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유충정 역의 나경민 


이 사실을 안 유충정은 단신으로 거란군 진영의 성종을 찾아간다. 성종은 고려군의 반격으로 정신이 없자 유충정 문제를 이현운과 안패에게 맡긴다. 유충정을 보고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이현운과 안패이다. 이들은 유충정에게 심문하듯 따진다.

 "네놈은 목종의 내관이 아니더냐? 여기는 무슨 일로 왔느냐?"
 "저는 살기 위해 왔습니다."
 "네놈이 강조의 수하였던 것을 잘 알고 있다. 거짓말하지 마라!"
 "강조대장군이 죽고 의지할 곳이 없이 장군들처럼 거란군으로 온 것입니다."
 "이놈,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거지?"  
 "아닙니다. 그럼 장군은 다른 꿍꿍이속이 있어 여기로 온 것입니까?"
 "그건 아니지."

유충정은 천추태후에게 죽기 전에 반드시 할 일이 있다며 거란군으로 합류하였다. 그것은 바로 이현운과 안패를 죽여 목종과 강조의 원수를 갚으려는 것이다. 거란의 포로가 된 고려장군 하공진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이런 유충정을 분노에 찬 눈으로 바라본다. 

                                                   배반자인 안패와 이현운(최준용 분) 

거란 성종은 고려군의 내막을 잘 아는 하공진 장군이 자신의 부하가 되기를 갈망했다. 이를 잘 아는 유충정은 이현운과 안패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하공진의 마음을 돌리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이현운과 안패는 유충정이 권하는 술을 받았다. 두 사람은 술에 독이 든 지도 몰라 마시기를 주저하자 유충정이 먼저 마셨다. 이를 본 이현운과 안패는 안심하고 술을 마신다.

잠시 후 이현운과 안패는 피를 토하고 죽는다. 뒤이어 유충정도 목종과 강조의 원수를 갚았음을 천추태후에게 고한 후 숨을 거둔다. 못된 변절자가 죽는 장면은 통쾌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충정의 충성심에는 숙연해 진다. 그래서 글쓴이는 이를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뽑았다.   

한편, 뒤에 남은 하공진은 거란 성종의 회유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결정적인 증거가 사라지는 바람에 강조가 목종을 시해했다는 누명은 밝혀지지 않아 강조는 전쟁이 끝난 후 논공행상에서도 제외되었고, 역사는 그에게 반역의 굴레를 씌우고 있음이다. 




                                                                     [다음 메인에 게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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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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