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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국장(國葬)이 전 국민의 애도 속에 무사히 끝났다. 85년을 살아오면서 그 간의 인생역정에 대해서는 여기서 다시 거론할 생각은 없다. 한마디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분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현재 우리가 아무리 그를 칭송한다 해도 그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후세의 사가(史家)들이 내릴 것이다.  


금년 초 어느 역술학자가 금년 중 우리나라에 세 개의 큰 별이 질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고 한다. 전해들은 이야기라서 사실 여부는 모르겠다. 금년 우리는 종교계의 큰 지도자인 김수환 추기경을 잃었다. 첫 번 째 큰 별이 떨어졌다.


지난 5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 이를 별이 진 것으로 볼 수 있을 지는 우매한 글쓴이는 잘 모르겠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나라의 큰 별이라는 데는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자살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는 분명히 큰 별이 진 것이다. 평생 민주화의 동지이자 정적이었던 YS도 그의 서거소식을 듣고 "나라의 거목이 쓰러졌다"고 애도했다. 경위야 어떻든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고, 일부 퍼주기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을 이룬 첫 대통령이기에 그는 거목이고 큰 별이다.


현재 노태우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앞으로 그가 별세하면 큰 별이 졌다고 할 수 있을 까. 그는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당선되었고 88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대통령이므로 그의 공적은 인정하지만 그는 12.12사태의 주역이다. 물론 별이 네 개인 4성 장군 출신이므로 그가 영원히 잠들 경우 별이 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위 제목에서 말했지만 이번 김대중 서거의 최대 수혜자는 YS라고 생각한다. YS는 DJ가 위독할 때 병실을 들러 그의 쾌유를 빌었다. 병실을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화해했다"고 답변했다. 기자들은 이 말을 이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YS는 DJ에게 "요사스런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YS는 DJ의 서거 당일 제일 먼저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DJ빈소에 들러 조문하고 이희호여사를 위로하는 YS(자료 : 연합뉴스)

 

DJ의 장례는 국장(國葬)으로, 또 장지는 서울현충원으로 결정되었다. 지금까지 현직대통령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국장을 거행한 사례가 없다. 또 서울현충원의 국가원수 묘역이 부족하여 최규하 전 대통령도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따라서 국장과 서울현충원 안장은 한마디로 파격적인 대우이다.


독자여러분은 TV를 통해 DJ의 묘역을 조성하는 현장을 보았을 것이다. 중장비가 동원된 것은 미리 묘역으로 조성된 지역이 아니라 공터를 이번에 새로 조성한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YS는 한마디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도 죽으면 동일한 대접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를 따지자면 YS도 보통 인물이 아니다. 그는 핍박받을 때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DJ와 비교할 때 노벨평화상도 받지 못했고, 남북 정상회담도 못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재임당시 남북정성회담 일보직전까지 갔었다. 1994년 여름 정상회담 날짜까지 잡았지만 김일성의 돌연한 사망으로 물거품이 되었기에 못내 아쉬울 것이다.  


YS는 재임 중 두 가지의 큰 업적을 남겼다. 첫째, 군의 사조직인 하나회를 와해시켰다. 군의 생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한다. 둘째, 금융 실명제를 실시했다. 그 때의 상황을 재구성해 보기로 하자. 청와대 비서관이 YS에게 업무를 보고하는 자리이다. 


"각하, 금융실명제를 실시해야하겠습니다."
"금융실명제가 뭐꼬?"
"은행 등 금융기관에 자기 이름으로 예금을 하는 것입니다."
"아니, 그럼 남의 이름으로 예금을 하는 사람도 있어? 당장 시행해!"  


금융실명제 실시로 전두환과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이 노출되었다. 일반서민들로서는 자기의 명의로 예금할 돈이 없는 데, 소위 가진 자들은 주체할 수 없는 많은 돈을 남의 이름을 빌려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YS는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으로서 실정도 있지만 민주화의 공적과 전직대통령으로서 당연히 DJ와 동일한 대접을 받고 싶어할 것이다. 어찌되었든 정치9단인 그는 마지막 순간 앙숙인 DJ와 화해하여 통큰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얻었고, 그의 사후 국장 거행과 서울현충원 안장이라는 보너스를 얻었다. 이러니 DJ의 서거에 대한 최대 수혜자는 YS가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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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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