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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공주, 작가는 왜 황마마를 죽였나?

pennpenn 2013. 12. 1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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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마마 역의 오창석



▲ 중반에 꼬여버린 스토리

<오로라 공주>의 제1남자 주인공 황마마(오창석 분)가 종영을 3회 앞둔 시점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해 하차했습니다. 황마마를 제1남자 주인공으로 표현한 이유는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에서 따온 것입니다. 당시 기획의도는 "대기업 일가 고명딸 오로라(전소민 분)가 누나 셋과 함께 사는 완벽하지만 까칠한 소설가 황마마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당돌하고도 순수한 사랑 이야기"라고 정의를 내렸거든요. 따라서 드라마 전체의 메인 주인공은 오로라이지만 오로라의 상대역인 남자 주인공은 황마마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마마가 종영을 코앞에 두고 사망해 드라마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문제는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중반부터 스토리가 꼬였다는 점입니다. 오로라-황마마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려면 두 연인이 쉽게 결혼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오로라가 대기업 딸이라는 신분을 감추고 은둔의 소설가 황마마와 접촉해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 로라는 부친 오대산(변희봉 분) 사망과 기업의 부도로 알거지가 되었는데, 로라는 황망 중에 마마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려 그의 분노를 샀고, 그 후 마마는 로라의 뺨까지 때리며 드라마 <알타이르>의 여주인공 역할마저도 반대할 정도로 반감의 골이 깊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극의 진행은 순조로웠지요. 그러다가 로라가 조역으로 등장한 훈남 매니저 설설희(서하준 분)를 만나면서 그야말로 4각의 러브라인에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설희는 로라를 지극한 정성으로 돌보았고, 박지영(정주연 분)은 황마마를 일방적으로 좋아하고 있었기에 오로라-황마마-설설희-박지영의 4각 러브라인이 요동치면서 엎치락뒤치락 할 것으로 보았거든요. 그렇지만 지영은 마마가 로라를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에 핫바지 방귀새듯 스르르 꼬리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로라는 설희의 도움으로 <알타이르>에서 조연인 나모 역을 훌륭하게 수행하였으며 광고에도 출연해 아버지가 남겨준 빚을 모두 갚을 정도로 자립할 수 있었기에 설희 부모를 만나 설희와의 결혼까지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마마는 로라가 그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정을 알고는 로라를 다시 포용하기 시작하더니 로라가 까칠하게 나오자 모친 사임당(서우림 분)을 공략해 무한신임을 얻게 되었습니다. 로라가 설희와 결혼하기 위해 마마에게 결별을 통보하자 마마는 세상을 등지겠다며 출가를 선언했고, 마마의 세 누나들인 황시몽(김보연 분)-미몽(박해미 분)-자몽(김혜은 분) 자매가 로라의 집으로 떼로 몰려가 로라와 사임당에게 마마를 살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하자 로라는 산사로 마마를 찾아갔으며, 마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예비승복을 벗어 던지고 상경해 로라와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를 두고 글쓴이는 "마마의 출가 쇼"라고 비판했는데, 어느 골수 마마 팬이 글쓴이에게 저주를 퍼붓더군요.

 

 

▲ 모두를 멘붕시킨 오로라-설설희-황마마의 기묘한 동거

이때부터 시청자들 사이에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는데요. 통상 주인공 남녀가 어렵게 러브라인을 형성하면 이의 성공을 위해 열렬히 응원하게 됩니다. <최고다 이순신>에서 이순신(아이유 분)과 신준호(조정석 분) 간 러브라인이 최연아(김윤서 분)의 방해공작과 윤수정(이응경 분)의 오해로 삐걱대기 시작하자 시청자들은 순신-준호 커플을 적극 성원했고 결국은 행복하게 끝났습니다. 반면, 로라-마마 부부가 탄생하자 사람들은 로라가 시누이들로부터 혹독한 시집살이로 파경이 오기를 은근히 기대했다는 것입니다. 로라가 훈남이자 은인인 설설희를 뚜렷한 이유도 없이 헌신짝처럼 배신한 것, 마마가 출가결심을 손바닥보다도 쉽게 뒤집은 것은 이해되지 않은 행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의 바램처럼 로라는 두 얼굴을 가진 가증스런 시누이들의 혹독한 시집살이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무심한 남편에게 정나미가 떨어져 결국 이혼을 하고 말았습니다.

모친 사임당까지 급사한 이후 홀로된 로라는 설희가 혈액암 4기로 애인 박지영마저 파혼을 선언하고 떠났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로라는 설희를 설득하여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게 했고, 설희 부모를 설득하여 결혼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 때 드라마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합니다. 로라의 현 남편 설희가 아내의 이혼한 전 남편 마마에게 자신의 병간호를 요청한 것입니다. 설희는 1차 항암치료를 마친 다음 뇌출혈로 쓰러져 하반신 마비로 걸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설희는 자신이 생존할 확률은 50% 미만이기에 자신이 죽으면 로라가 마마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두 사람을 가까이 두려는 갸륵한 배려입니다. 마마로서는 비록 이혼은 했지만 로라가 외간남자 간병인과 함께 생활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기에 스스로 간병인이 되어 꼭 설희의 재활을 돕겠다고 결심합니다. 그야말로 한 여자와 두 남자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 것입니다.

실제로 마마는 설희와 호형호제하면서 약 1년 간 지극한 정성으로 간호해 설희는 혈액암 관해판정(증상이 현저히 개선된 것)을 받았고 홀로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설희의 부친 설국(임혁 분)이 밤중에 깨어나 대수대명(代數代命)라고 외쳤는데, 이는 "수명을 대신하고 명을 대신한다"는 뜻으로 어떤 대상을 대체물로 희생시킴으로써 치유할 수 있다는 무속신앙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설국의 외침은 적중하여 애견 떡대가 죽음으로써 설설희의 병이 치유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 황마마의 잔인한 죽음, 대안은 없었나?  
  
로라의 전 남편 마마가 설희를 간호해 살려내자 로라로서는 참으로 마음이 착잡했지요. 그러나 일처다부제(一妻多夫制) 사회도 아닌데 로라가 두 남편을 바라보며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마의 은공을 잊지 못한 설희의 돌이킬 수 없는 오판, 부모사랑 결핍증에 걸렸던 마마의 어처구니없는 부화뇌동, 그리고 첫사랑 마마에 대한 미련과 설희를 살린 마마에 대한 고마운 마음뿐인 로라의 묵인하에 세 사람은 유럽으로 함께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귀국해서는 다시 미국 뉴욕으로 출국해 3명이 함께 생활하기로 의기투합했습니다.

실제로 세 사람은 출국하려고 공항으로 떠났지만 안개로 인해 항공기탑승이 지연되어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어느 네티즌이 오로라-황마마가 함께 있는 현장사진을 찍어 SNS에 띄웠고, 이를 본 세 누나들은 공항으로 달려와 시몽이 자살을 암시하며 발악하는 바람에 세 사람은 출국하는 대신 각자 귀가하게 되었습니다. 세 사람이 동거하기 위해 출국하려 했다는 기가 막힌 상황에 황미몽은 오로라를 만났는데, 로라는 "황 작가는 설희에게는 생명을 살린 은인이고, 나로서는 내 남편 설희를 살린 은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시몽도 설국을 만났지만 아이들 뜻을 그르칠 수 없었다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자, 이제 작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리 마마의 공이 크다고 해도 세 사람이 함께 외국에 나가 동거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찌되었든 작가로서는 메인 주인공인 오로라가 행복하게 사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로라는 전 남편 황마마와 현 남편 설설희 중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니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로라는 현 남편 설희와 시부모를 모시고 알콩달콩 잘 살아야 합니다. 로라가 마마에게로 돌아가려면 설희와 이혼을 해야하고, 인간말종인 시누이들을 또 다시 만나야 하니 이는 불가합니다. 그렇지만 로라로서는 전 남편인 마마가 가까이 있으면 첫사랑이면서 설희의 건강회복 일등공신인 마마를 잊지 못하겠지요.

로라의 정신적인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황마마를 치워야 합니다. 그런데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잔인하게도 마마의 죽음이로군요. 정말 헛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등장인물 중 대부분은 중도에 하차해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출연자가 다수 나열된 점도 정말 특이합니다. 마마를 이토록 잔인하게 교통사고로 죽이는 대신 마마가 설희를 살려 준 후 설희가 함께 살자고 제의했을 때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며 깨끗이 물러나서 진짜 출가(出家)하든지, 아니면 외국에서 공부한다는 핑계로 출국하는 설정이 오히려 나았을 것입니다. 작가가 마마를 죽인 것은 마마에 대한 그릇된 애정으로 동생의 인생을 망친 시몽-자몽 누나들을 응징하는 효과를 기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멘붕상태인 시몽은 빈소를 찾은 로라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네가 마마를 죽였다. 살려내라!"고 발광하지만 이미 버스 떠난 후 뒤에서 손 흔들어봐야 소용없는 일입니다.   

아무튼 제1 남자주인공 황마마는 그리 깔끔하지 못한 이미지만 남기고 돌연사로 하차하였고, 보조출연자로 등장한 설설희는 한 때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엽기대사를 날리고, 아내의 전 남편에게 간병인 요청을 했으며, 1년 후 마마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하자 "셋이 함께 살자"고 제안하는 등 막판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점수를 잃기는 하였지만 메인 주인공인 오로라와 러브라인을 완성해 조연혁명을 이룬 보기 드문 인물이 될 것입니다. 물론 남은 3회에서 로라가 어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마마가 죽었다고 로라도 따라 죽지는 않을 것이기에 하는 말입니다.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오로라 공주>가 종착역에 닿기 일보직전입니다. 연말 MBC 연기대상 신인상후보에 전소민(오로라 역), 오창석(황마마 역), 서하준(설설희 역)이 포함될지 지켜보아야 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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