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글쓴이(펜펜)는 등산을 좋아한다. 산에 오르면 무엇보다도 나무가 있어 좋다. 나무는 생명의 물질인 피톤치트를 발산하므로 나무가 있는 곳에 가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나무의사 우종영이 쓴 <나는 나무처럼 살고싶다>(걷는나무, 2009)라는 제목의 책에 이끌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휴가(休暇), 휴식(休息) 등의 앞 글자인 쉴 휴(休)는 사람(人) 옆에 나무(木)가 있는 모양이다. 이를 보면 중국에서도 한자가 만들어 질 당시부터 나무는 사람의 쉼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숲과 나무가 있는 공원을 만드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려 함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고생을 한 30대 초반, 망연자실한 채 북한산에 오른 어느 날, 그만 삶을 놓아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항상 자신의 곁에 있던 나무가 말을 걸어 왔다고 한다.

"나도 사는데, 너는 왜 아까운 생명을 포기하려는 거니?"

그는 죽음의 문턱에 섰지만 한번 뿌리를 내리면 평생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그러나 결코 불평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나무의 부름에 정신을 다시 차렸다. 그로부터 재기하여 나무의 목숨을 다루는 일에 전념하게 되었단다.  


이 책은 주목나무와 이팝나무 등 25개의 나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았다. 단순히 나무의 특징과 생태만을 지루하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나무 하나하나에 얽힌 저자의 가슴 시린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썩어 천년" 합해서 삼 천년을 사는 주목나무 편에서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젊은 사내가 "우리 다음에 만날 때에는 주목나무처럼 오래오래 같이 살자"는 말을 아내에게 남겼다는 가슴아픈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얀 쌀밥 같은 꽃이 피는 이팝나무를 보고는 이번 해에는 풍년이 들어 쌀밥을 먹고 싶었고, 가파른 바위틈이나 산등성이에 독야청청 푸른 소나무를 보고는 고개 숙인 사오십 대 아버지들에게 좀더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충고를 전한다.




주변의 풀을 자라지 못하게 하여 토지를 황폐화시키는 아카시나무(아카시아 나무가 아니란다)도 그 끈질긴 생명력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알게 되었고,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을 벗겨내어 연애편지를 써서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도 이어진다. 


느티나무의 속이 뻥 뚫린 구멍에서 인고의 세월을, 동아줄처럼 서로 몸을 꼬면서 자라는 등나무에서 부부가 함께 하는 조화로운 삶을, 밑에 다른 나무를 절대로 키우지 않는 밤나무로부터 막무가네 고집불통의 미운 세 살배기를, 선홍색 명자나무꽃에서 위험한 사랑을 떠올린다. 자귀나무가 가까이 있으면 부부의 금실이 좋아진단다. 연리지 나무에서 부부의 참 사랑을 깨닫는다.   


이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장은 위에서 소개한 내용이다. 3장은 저자가 지나온 이야기와 자녀 키우는 법, 사람과 나무의 관계를 담담한 심정으로 펼친다. 언제나 빠듯하게 아귀다툼을 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나무의사가 전하는 주옥같은 이야기는 나무가 우리 인류에게 주는 소중함을 뼈저리게 일깨우는 소중한 양서이다. 이 책 한 권쯤 책상머리나 베갯머리에 둘 경우 겉 표지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