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충북 영동군 양산면 소재 갈기산(585m)은 그 이름에서 말해주듯 말갈기와 흡사하다고 하여 붙여진 산 이름입니다. "갈기"란 말이나 사자의 목덜미에 난 긴 털을 말하는 것으로, 이 산에는 실제로 말갈기능선이 있습니다. 구비치는 금강변에 자리를 잡은 갈기산은 영동의 명산인 천태산(715m)과는 금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마주합니다. 

아내는 글쓴이가 산에 간다고 하면 해발고도가 얼마인지 물어봅니다. 500m 전후의 산은 매우 쉽게 생각합니다. 반면 해발 1천 미터 이상의 산에 대하서는 경외감을 표현합니다. 그러나 산은 그 높이로만 절대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오늘 답사하려는 갈기산은 별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산입니다. 해발도 600m 이하입니다. 그렇지만 그 정상에서 바라보는 황홀한 파노라마는 전국 어느 높은 명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또한 갈기산 동편의 암벽은 산기슭을 감돌아 흐르는 금강과 어우러져 흔치 않은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며, 암벽등반으로도 제격입니다. 

대전통영간 고속국도 금산IC를 빠져 나온 등산버스는 금강변으로 달리는 98번 지방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갑니다. 금강 맞은 편의 산허리에서 쏟아지는 인공폭포가 보기 좋습니다. 다만 물을 공급하는 관로가 바로 보여서 너무 인공적인 냄새가 나는 게 옥의 티입니다. 한 구비를 돌아 우곡교 간이주차장에 정차합니다. 이곳의 지명은 "바깥모리"라고 합니다.
 

  갈기산 등산안내도



갈기산 등산안내지도를 뒤로하고 산 속으로 들어섭니다. 바로 가파른 오르막입니다. 헬기장을 지나자 부드러운 능선길입니다. 바위 전망대에 서니 금강의 물줄기 주변으로 올망졸망한 농촌집과 도로 그리고 산들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서쪽으로는 가야할 월영봉이 다소곳합니다.


 북쪽의 천태산

 서쪽의 월영봉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만에 갈기산 정상(585m)에 도착합니다. 정상에는 검은 오석으로 다듬은 충북 특유의 사각형 정상표석이 반겨줍니다. 정상에 서니 그야말로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그침이 없습니다. 금강 주변으로 펼쳐진 풍광은 우리의 산하가 참으로 아름다움을 실감케 합니다. 이토록 가슴이 확 트이는 조망을 하니 마음속의 묵은 때가 말끔하게 씻기는 기분입니다. 

  갈기산 정상표석과 금강 

 
 가야할 갈기능선



사람들은 왜 산을 오를까요?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교수는 그의 저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서 감탄하기 위해서 오른다고 했습니다. 정말 이곳에 서니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해발이 불과 600여 미터도 안 되는 산에 올라 이토록 황홀한 조망을 하는데 대한 감탄입니다. 또 오늘 산행에 동참하기를 잘 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감탄입니다.

다만 정상 암봉의 면적이 너무 좁아 사람들로 인하여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 그럴듯한 몇 장의 사진을 확보합니다. 북쪽으로는 천태산이 우뚝하고, 동쪽으로는 민주지산과 삼도봉의 능선이 아련합니다. 남쪽으로는 가야할 성인봉과 이름 모를 산 그리메가 춤을 춥니다. 날씨가 흐린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파란 하늘이 보일 정도로 맑아 시계(視界) 또한 매우 깨끗합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암봉을 내려섭니다. 오늘 등산로 중 가장 힘들다는 말갈기 능선으로 들어섭니다. 그러나 한 군데를 제외하고는 그리 위험한 구간은 없습니다. 뒤돌아보면 동쪽으로 뻗어 내린 암벽이 매우 웅장해 보입니다. 아마도 이곳이 암벽등반장소인지 모르겠습니다.

 갈기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뻗은 암벽

 갈기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뻗은 암벽  


동쪽의 산세를 감상하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청명한 가을하늘아래 새털 같은 구름이 유성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한 고개를 넘어가니 성인봉입니다. 등산지도에 표기도 안된 봉우리에 표석이 세워진 것은 이외입니다.

 동쪽의 민주지산과 삼도봉 능선 

 청명한 가을하늘


 성인봉



이제부터 부드러운 능선을 갑니다. 가끔 능선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계절의 변화를 실감합니다. 월영봉 능선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조금 들어가면 월영봉(529m)입니다. 정상에는 삼각점만 있는데, 주변 조망도 전혀 할 수 없습니다. 준족들은 여기서 왕복 40∼50분 거리에 위치한 월영산(495m)을 다녀오지만 나는 그냥 하산합니다. 월영산은 거대한 암봉으로 구성된 산으로 풍경이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당초 이쪽으로 하산코스를 정하지 않은 게 무척 아쉽습니다. 

 월영봉 암벽
   


삼거리로 되돌아와 가파른 능선을 내려가니 소골입니다. 계곡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습니다. 폐가를 지나가다가 좌측 외딴집의 수도에서 세수를 합니다. 도로로 나오니 산행 들머리 주차장입니다. 후미그룹이 하산할 때를 기다리며 금강변으로 내려갑니다. 유장하게 흐르는 4대강의 하나인 젖줄을 보며 시원한 강바람을 온몸으로 만끽합니다.

 지나온 갈기산(좌측)과 성인봉(우측)

 소골의 폐가


 

 금 강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9월 26일 (토)
△ 등산 코스 : 우곡교 간이주차장-헬기장-갈기산-말걸기능선-성인봉-월영봉 삼거리-월영봉(왕복)-소골-우곡교
△ 소요 시간 : 4시간 15분
△ 등산 안내 : 안전산악회    

                                          등산지도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