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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나는 한 개의 소포를 받았다. 물품을 주문한 적이 없기에 의아하게 생각하며 발신인을 보니 S사장이다. 개봉해 보니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책이 들어있다. 고향후배의 소개로 만난 S사장은 중소기업을 운영중인데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보낸 것이다.

그동안 광고를 보고 이 책의 이름을 알았다. 나는 정말 도발적인 제목을 붙인 이 책의 저자와 내용이 궁금하던 터였다. 그의 아내가 이를 보았다면 불같이 화를 낼 것이기에 참으로 간 큰 저자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뉘앙스는 전혀 다르다. 저자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단다. 아주 가끔."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가 지었다. 작가는 이 책이 왜 우리의 삶이 재미없는지, 행복하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지,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은 어디서 오는지, 아니 도대체 희망이 있기나 한지 등에 대한 문화심리학적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사람은 죽을 때 "껄, 껄, 껄"하며 죽는다고 한다. 첫 번째 껄은 "보다 베풀고 살 껄"이다. 두 번째 껄은 "보다 용서하고 살 껄"이다. 세 번째 껄은 "아, 보다 재미있게 살 껄"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누구나 죽는 순간 후회한다는 뜻이겠지.

사람은 후회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후회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지는데, 자신이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다.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최근"에 일어난 일과 관련되어 있는 반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오래 전" 일어난 일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는 반면,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바로 끝난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해야할까 말까를 망설인다면 일단 먼저 저지르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나이키의 구호는 옳단다. "Just do it!"




삶이 재미없는 한국 남성들에게 나타나는 병적인 현상은 김혜수 같은 큰 가슴을 좋아하고 , 마라톤에 빠지며, 폭탄주를 즐기고, 스포츠마사지와 안마시술소 같은 피부를 자극하는 서비스산업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의 소제목도 참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어느 날부터 김혜수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입 꽁지가 내려간 만큼 우리는 불행해 진다." "아침형 인간? 이건 정말 아니다." 등이다. 또 독일의 통일은 동독 대변인의 동독인 여행자유화 조치를 잘 못 발표한 실수에서 비롯되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밝힌다.

사람은 감탄하기 위해서 산다고 한다. 서양사람들은 감탄을 잘 하는 데 우리는 세상이 각박해 져서 감탄에 인색하다고 한다. 기껏 한다는 감탄이 "죽인다!"란다. 사실 블로깅을 하면서 나도 "죽여준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였는데 이 책을 보니 도둑이 제발 저리는 기분이다.

이 책은 우선 재미있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깊이가 있다. 이외수의 "하악하악"을 읽은 이후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 이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 6월에 책이 나온 후 딱 두 달만(7월 27일 기준)에 27쇄를 발행하였으니 말이다. 내가 S사장의 배려로 이 책을 읽은 것은 정말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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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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