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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일일연속극 <다함께 차차차>는 드라마 초기부터 지금까지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으며 줄거리 늘리기라는 비판이 많이 있음에도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리뷰를 작성해 왔습니다.

<선덕여왕>이나 <아이리스> 같은 드라마는 기라성 같은 분들이 주옥같은 솜씨로 많은 리뷰와 비평을 쏟아내어 비전문가가 감히 끼어 들 여지가 없지만, <다함께 차차차>의 경우  리뷰를 작성하는 분이 별로 없기 때문에 글쓴이는 읽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서툰 솜씨로 얼렁뚱땅 글을 써 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제121회를 보고는 정말 울화통이 터졌습니다. 시청자를 우롱하는 수준이 드디어 도를 지나쳤기 때문입니다.



▲ 끝이 보이지 않는 양파껍질 벗기기
 
15년 전 해상사고로 기억을 잃은 강신욱 회장은 얼마 전 기억을 되찾았습니다. 남편인 강신욱이 한수현의 아버지인 한태수라는 것은 그의 부인인 나은혜 사장이 제일 먼저 알았고, 그 다음에는 은혜의 딸인 강나윤이가 알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그 사실을 숨깁니다. 나중에 마케팅 팀장인 이철도 알지만 그도 나윤과 결혼하기 위해 또 은혜의 부탁으로 이 사실을 일단 덮어둡니다.

                              신욱의 부인인 나은혜


이런 와중에 기억을 되찾은 신욱은 방황하게 되고, 나중에는 신욱의 형수인 오동자도 신욱이 서방님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지만 동자는 아들인 한진우와 강나윤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인륜을 저버리고 시어머니인 박정녀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가증스러움을 보여줍니다. 

                               진우의 어머니 오동자


진우는 나은혜 사장이 나윤과의 결혼을 서두르는 반면, 자신에게 호감을 품고 있던 강신욱 회장이 반대한다는 말을 듣고는 이철을 만난 결과 강 회장이 자신의 삼촌임을 알게 됩니다. 이제 진우네 가족 중에서 강신욱이 한태수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태수의 아내 하윤정, 그의 딸 한수현, 그리고 노모인 박정녀 3명뿐입니다.  

그런데 나머지 3명에게 알려지는 과정도 지금처럼 질질 끌 것을 예상했지만 121회를 보고는 너무나도 시청자를 우롱한다는 생각에 분노마저 치밀었습니다.
      

                             오동자와 시어머니 

 

▲ 너무나도 냉정한 수현과 강 회장 부녀(父女)의 상봉

이철의 말을 들은 진우는 강 회장을 찾아가 삼촌과 조카임을 확인하고는 서로 얼싸 안고 울었습니다. 그 다음 둘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 때 만화작가와의 약속으로 카페를 찾은 수현은 사촌 오빠인 진우가 강 회장을 "작은 아버지"라고 부르는 현장을 목격합니다. 오빠의 작은 아버지라면 바로 수현의 아버지인 것입니다. 놀란 수현은 작가의 등장으로 신욱과 진우에게 의례적인 인사만 하고 먼저 자리를 떱니다.

                              신욱과 진우의 대화를 들은 수현


꿈에 그리던 딸을 눈앞에 두고도 딸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신욱은 수현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와서 그녀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수현과 윤정 모녀의 사진을 쳐다봅니다. 이 때 외출했던 수현이 들어와 신욱을 봅니다.

                              수현의 사무실에 들른 신욱

                          수현의 책상에서 모녀의 사진을 보는 신욱

 

수현은 무의식적으로 아빠를 부릅니다.

"아빠! 많이 보고싶었어요!"

깜짝 놀란 쪽은 바로 신욱입니다. 아까 진우와 한 말을 수현이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나온 수현의 말은 정말 믿기 어렵습니다.

"나정이가요!"

                                 한수현


나정은 신우가 은혜와 재혼하여 낳은 딸이고 유독 수현을 친언니처럼 잘 따릅니다. 따지고 보면 수현과 나정은 배다른 자매입니다. 요즘 강 회장은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집을 나가 호텔에서 생활합니다. 나정이는 집나간 아빠를 보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현은 아빠라고 부른 후 "나정이가요" 라는 말을 교묘하게 덧붙임으로서 말하는 주체를 나정이로 바꿔버린 것입니다.

"나정이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보고 싶은 아빠 기다리는 거 그게 얼마나 가슴아픈 건지 전 너무 잘 알아요!"

수현은 나정이의 이름을 빌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와 제작진이 아무리 줄거리를 늘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하여도 이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적어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 한 후 두 부녀가 처음으로 함께 있는 곳이라면 "아빠!" "수현아!"를 부르며 서로 얼싸 안고 그동안의 회포를 풀어야 도리입니다. 그 이후에 신욱은 조카인 진우에게 말했듯이 딸에게 당분간 이 사실을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강신욱

 
"회장님 뵈면요, 저 아빠 생각 많이 나요! 너무 어렸을 때라 아빠 얼굴 잘 기억나지 않으면서도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서 내가 아는 아빠 얼굴이랑 회장님 모습이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회장님 뵐 때마다 이상하게 아빠생각이 많이 났었어요! 왜 그럴까 생각 많이 했었는데…"

                                아버지와 딸의 만남

 
신욱이 조카 진우를 만나고서는 안아주며 눈물을 흘렸으면서도 딸인 수현을 만나 이처럼 냉혈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도대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딸의 진심 어린 그리고 원망에 찬 하소연을 들은 신욱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처음부터 이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알량한 후기를 써온 내 스스로가 원망스럽습니다.

"난 그냥 한 PD한테 잘해주고 싶었고, 또 내가 한 PD를 특별하게 생각한 게 오히려 한 PD를 힘들게 한 것 같구먼!"

                                신욱이 나간 뒤에 울음을 터뜨린 수현



▲ 드러난 장유숙 이사의 정체

유니콘제과와 나은혜 사장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아는 척 하던 장 이사는 이철을 만난 자리에서 비로소 그녀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장 이사는 나은혜 사장의 부친인 나기태 회장에게 배신당한 사람의 딸입니다.

                              장유숙 이사


 
그녀는 현재 남부럽지 않은 부와 명예를 획득했지만 나은혜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고 있습니다. 나은혜를 굴복시켜 아버지대신 자기 앞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은혜에게 이용당한 이철에게 접근했다고 실토합니다. 이 둘은 이미 유니콘제과를 말아먹을 작전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이철 본부장


이런 줄도 모르고 나윤과 진우의 결혼을 서두르는 은혜와 복잡한 심경정리에 혼란을 겪고 있는 신욱이 매우 안쓰럽습니다.



▲ 결혼식 비용을 미리 받아 챙기는 오동자

오동자의 그릇된 행보는 이제 재론할 기운마저 없습니다. 그녀는 한 술 더 떠서 은혜와 만난 자리에서 나윤과 진우의 결혼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고 다짐하는 용기까지 보여줍니다. 이어서 동자는 은혜가 결혼준비자금에 보태 쓰라고 건네는 봉투를 뻔뻔스럽게도 받아 챙깁니다. 아들의 결혼을 빌미로 한 밑천 챙기려는 천민자본주의의 근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나은혜와 오동자

                                 은혜로부터 거액을 건네 받는 동자

 

▲ 시청자들이 예상하는 드라마의 결말

0 하윤정과 이준우는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삽니다.
0 한수현과 민경헌도 결혼하여 단란한 가정을 이룹니다.
0 강신욱은 노모를 모시고 은혜와 나정과 함께 생활합니다.
0 한진우는 나윤과 결혼하며, 위기에 빠진 유니콘 제과를 구하고 경영자가 됩니다.
0 이철과 장 이사는 유니콘제과를 함정에 빠뜨린 죄로 철창에서 콩밥을 먹습니다.

                                민경헌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하는 수현

                                한진우와 강나윤

                          결혼할 하윤정과 이준우

 
이렇게 되면 지난 몇 개월 동안 <다함께 질질질>하던 드라마가 이름 그대로 <다함께 차차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또는 비슷한) 결말을 보기 위해 시청자는 앞으로 또 얼마나 작가의 농간에 놀아나야 하는지 생각만 하여도 뒷골이 쑤십니다.      


                                                             [다음 메인에 게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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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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