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지난 3일 밤 만해도 다음날 이토록 많은 눈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물론 기상청에서 5cm이하의 강설을 예보한 탓도 있을 것입니다. 4일 아침 뉴스도 보지 않고 7시 20분 경 아파트를 내려오니 눈이 내리고 있어 다시 16층으로 올라왔습니다.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가니 구두가 눈에 푹 빠지고 맙니다. 이미 많은 눈이 내렸지만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 없는 길에 발이 푹푹 빠집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올라가 목이 비교적 긴 등산화로 바꿔 신었습니다. 이런 겨울철 긴 부츠를 신는 여성이 부러웠습니다.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에서 전동차에 올랐습니다. 평소 비교적 한가한 가운데 칸에서 승차했는데도 겨우 몸을 밀어 넣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눈 때문에 사람들이 지하철로 몰린 것으로만 생각했지 교통대란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신도림역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사람들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아침 출근시간대에는 신도림역의 4번 홈에서 대림과 사당방면으로 가는 열차가 별도로 출발하는데 이날은 폭설로 인한 전동차사정으로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하는 수 없이 일반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평소 2-3분 간격으로 오던 열차가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습니다. 지하철당국은 새벽에 내린 기습폭우로 인하여 열차운행이 지연된다는 안내방송을 계속합니다. 승강장이 사람들로 꽉 메워졌을 때 전동차가 도착했지만 글쓴이는 타기가 불가능하여 그냥 보내고 말았습니다. 곧이어 도착한 열차에 어렵사리 몸을 실었지만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도 또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대림을 지나 구로디지털역에서 내렸습니다. 겨우 두 역을 왔는데도 완전히 파김치가 된 기분입니다. 이제 안양종합운동장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도로에 눈이 쌓여 차량도 엉금엉금 기어다닙니다. 그래서인지 내가 기다리는 버스는 약 30분 후에 도착합니다. 다행이 자리를 잡고 않았는데 평소 40분 걸리던 길이 1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한 시각은 9시 40분입니다. 평소보다 약 50분 늦었습니다.

이날 뉴스를 보니 수도권지역에 교통대란으로 거의 모든 길이 마비되었다고 합니다. 기상관측이래 최고인 25.8cm의 폭설이 내렸다는 것입니다. 사무실의 팀장 한 명은 성남 분당에서 자동차를 가지고 출근하다가 남서울CC 인근 도로에 차를 내버려두고 대중교통으로 갈아타고 12시 20분에 출근했습니다. 분당에 거주하는 어느 일간지 기자는 시청 앞 회사에 출근하는데 7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고 했습니다. 또 혹한에 폭설상황을 시시각각으로 전해주는 TV기자는 온몸에 눈을 하얗게 뒤집어 쓴 채 생방송을 진행해 일약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교통대란을 겪었지만 나는 한마디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불평하기보다는 오히려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출근할 수 있는 일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글쓴이는 2008년 11개월 동안 백수생활을 한 적이 있기에 일자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만일 직장이 없었더라면 이런 교통대란을 겪을 필요가 없겠지요.

지난 연말 노동법처리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으로 인하여 어느 노동단체는 금년 봄 단계적인 파업을 벌인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그런데 왜 국회에서 노사정 합의사항대로 입법을 하지 않았는지 무식한 국민으로서는 그 진의를 잘 모르겠습니다. 파업은 노동자로서는 사용자를 크게 압박할 수 있는 카드이지만 결국 기업의 성장과 고용에 지장을 준다면 함부로 꺼내어서는 안됩니다. 출근대란을 겪으면서도 고통보다 행복을 느낀 것은 바로 일자리 덕분입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