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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결혼식에 참석하기 싫은 하객을 위하여

며칠 전 조간신문을 뒤적이다가 매우 뜻밖의 칼럼을 발견했는데요. 바로 결혼청첩을 할 때 은행계좌번호기재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이었어요. 참 쌩뚱맞은 주장이다 싶었는데 읽어보고는 일부 공감되는 점도 있었지만 실효성이 의문입니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더니 금년 5월은 유난히도 결혼청첩장이 쏟아집니다. 이번 5월은 혹시나 무슨 길일을 포함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에요. 요즘 주말에 청첩장을 받으면 글쓴이는 먼저 수첩을 확인합니다. 매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 중에서 하루는 반드시 등산을 가야하므로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산행계획이 있는 경우 낭패이기 때문입니다. 종종 결혼식이 같은 시간대에 이루어져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물론 청첩장을 받았다고 하여 반드시 식장으로 가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혼주(婚主)의 은행계좌번호를 알고 있는 경우 인터넷뱅킹을 통해 매우 신속하고 저렴하게 축의금을 송금하면 되지만 이는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입니다. 그렇지만 정식으로 청첩장을 접수한 경우에는 상대방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고 있으므로 <우체국의 경조금배달서비스>를 통해 역시 간편하게 경조금을 송금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경조카드도 함께 배달되므로 매우 편리한 제도(요금 2,000원)입니다.

문제는 동문회 또는 직장의 상조회 등에서 문자메시지나 전화로 경조사 연락을 받은 경우입니다. 이때에는 상대방의 주소와 은행계좌번호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평소 동창회 등 회원명부를 잘 관리했더라도 주소를 모를 경우가 많습니다. 또 때로는 혼주 측에서 동창회에 은행계좌번호를 알려주기를 꺼려합니다. 꼭 참석하지 않아도 좋으니 축의금만 내라고 강요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상대방에게 전화를 하여 주소 또는 은행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기도 쑥스러운 일입니다. 그럴 때 차일피일하다가 그만 축하하는 시기를 놓쳐 참으로 난감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요즘 결혼식에 가면 축의금내면서 혼주의 눈 도장 찍은 후 서둘러 밥을 먹고 나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진심으로 새로운 부부의 탄생을 축하해주려는 취지보다는 때로는 의무감에서 또 때로는 체면 때문에 참석한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따라서 하객이 형식적으로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보다는 실리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호텔 결혼식의 경우 축의금보다 비싼 밥을 먹고 나와야 하는 보통사람들의 심경도 결코 편하지 않습니다.

위 칼럼에서 은행계좌번호 기록을 의무화하자는 제안은 바쁜 생활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주는 동시에 지금까지 간과되었던 축의금에 대한 세원(稅源)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불로소득을 없애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의무화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또 설령 의무화되더라도 축의금을 직접 내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 은행계좌를 거치지 않을 수도 있기에 실효성이 의문입니다.

이런 것을 법으로 다스리기보다는 우리 국민 모두가 생각의 틀을 바꾸는 것입니다. 결혼청첩장에 "은행계좌번호를 기재하는 행위는 축의금을 반드시 내라는 강요행위가 아니라 혼주의 입장에서 축의금을 내려는 하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정보제공"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글쓴이의 경험에 의하면 경조사문자메시지를 받은 경우 은행계좌번호가 적혀 있을 때가 제일 고마웠습니다.



밥 먹는 결혼식문화, 계속 고집해야 하나? 

또 한가지는 결혼식 문화입니다. 과거 혼주는 하객들에게 식사대신 답례로 간단한 기념품(수건, 우산 등)을 제공했는데 어느 날부터 가정의례준칙이란 공룡이 등장하여 이를 폐지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혼주는 하객들에게 기념품 대신 식사를 제공하게 되었고 이 밥값이 기념품 가격의 몇 배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밥값을 보면 호텔결혼식은 적어도 10만원, 일반 예식장도 3만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특급호텔의 경우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꽃비용이 1천만 원을 초과한답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혼주는 일가친척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에게 식사제공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지난 몇 십 년 간 관행처럼 내려온 식사제공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를 법으로 강제할 수도 없는 일이니 소위 지도층에서 솔선수범하는 일입니다. 밥 먹는 결혼식 문화, 이제는 바꿀 때도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 위 사진은 KBS 일일연속극 <다함께 차차차>에서 극중 결혼한 박한별과 이중문 커플

                                                           [다음 메인에 잠시 게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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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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