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 깨방정 숙종과 궁녀 동이
 
일반적으로 사극 드라마는 권모술수가 판치고 모함이 심하여 시청자로서 웃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MBC 월화드라마 <동이>를 보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장면이 더러 나옵니다. 웃음을 선사하는 주인공은 전혀 예상치 못하게 깨방정 숙종과 동이의 만남에서 이루어집니다. 어린애 같지만 총명한 동이를 그냥 좋아하는 숙종과 천비출신으로서 감히 바로 쳐다볼 수도 없는 하늘처럼 높은 임금을 존경하는 동이가 서로 만나 임금과 궁녀가 아니라 점점 사내와 여인의 길을 걷게 되는 명 장면에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그런데 지난 22회에서 숙종이 동이를 여인으로 생각하게 되는 실마리가 주어졌습니다. 골치 아픈 숙종이 대전내관(상선영감)에게 동이를 데려오라고 하자 내관이 "침소로 말입니까?"하고 반문한 것입니다. 무심코 "그래!"라고 대답한 임금은 스스로 놀라 "자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그건 아닐세!"라고 부정합니다. 임금이 야심한 시각에 집무실에서 궁녀를 데려오라는 어명을 내리면 내관은 당연히 그리 생각할 것입니다. "침소? 사람을 어떻게 보고?" 대전내관의 말에 숙종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독백을 했는데, 아마도 이날의 해프닝은 앞으로 동이가 숙빈최씨가 되는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날 밤 숙종은 동이에게 서책을 건네주며 "너의 영민함에 걸맞는 학식까지 갖추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웃으며 담소를 나눠 숙종이 "앞으로 널 후궁으로 책봉할 테니 공부를 열심히 하라"라는 무언의 언질로 보였습니다. 이 모습을 본 희빈은 내일이면 동이를 죽이겠다고 이를 악다뭅니다. 처소로 돌아온 동이도 임금의 말을 상기하며 흐뭇한 웃음을 짓습니다.

       



▲ 장악원 부제조 영감 오태풍과 그 가족

오태풍(이계인 분)은 남인의 우두머리로 장희재-장희빈 남매와 손잡은 악의 축인 우의정 오태석(정동환 분)의 동생입니다. 그는 다혈질의 행동파로 매사에 실수가 많아 실세인 형도 그에게 큰 벼슬은 주지 않습니다. 그는 장악원 부제조 영감으로 보임되었지만 일에 대해서는 매우 무지한 반면 허구한날 기생집을 출입하며 주색잡기에만 빠져 있습니다. 장희빈에 대한 후궁책봉식을 앞두고 숙종이 그를 불러 준비를 잘 하라고 당부하였을 때 성은이 망극하여 입이 옆으로 찢어졌습니다.


그의 아들 오호양(여호민 분)은 장악원 부책임자로 숙부인 오태석의 권세만 믿고 언제나 오만방자합니다. 아비를 닮아 역시 주색에 골몰합니다. 그는 일찍이 장희재에게 접근하여 그를 형님으로 부르며 호시탐탐 큰 벼슬할 궁리만 하면서 동이와 장악원 악공들을 괴롭힙니다.

오태풍의 처 박씨부인(이숙 분)은 장희빈의 모(최란 분)와는 앙숙관계였습니다. 시숙인 오태풍이 판서와 정승을 하는 동안 희빈 모는 그냥 궁녀의 어미일 뿐이었거든요. 그런데 희빈이 후궁으로 책봉되고 이제는 중전이 될 찰나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희빈 모에게 바리바리 뇌물을 바칩니다. 새로 장만한 가마마저 빼앗기자 아니꼬워 죽을 지경입니다. 그렇지만 박씨부인은 이리저리 재물을 융통하여 건네는데도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희빈 모는 박씨부인을 홀대합니다. 그녀는 속이 뒤집히지만 현실의 권세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이들 3명의 가족이 등장할 때마다 때로는 허풍에, 또는 그 간사함에 쓴웃음이 저절로 나옵니다.


▲ 장악원 콤비 황주식과 영달

장악원 직장인 황주식(이희도 분)과 악공 영달(이광수 분)은 동이가 장악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인연을 맺었는데요. 황주식은 처음에는 동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고, 영달은 처음부터 동이의 열혈 팬이었습니다.

민정시찰을 나갔던 숙종이 신분을 감추고 한성부 판관으로 행세하며 동이와 황주식 및 영달을 만나 돼지껍데기를 안주 삼아 술잔을 주고받으며 회포를 풀었는데, 나중에 궁궐에서 자신들과 술을 마셨던 판관이 지엄한 숙종임을 알고는 까무라쳤는데요. 특히 숙종은 희빈의 후궁책봉식에 황주식과 영달을 별도로 불렀고, 임금을 능멸한 죄로 큰 벌을 받으리라 생각한 그들에게 숙종은 돼지껍데기는 아니지만 맛있는 어식(御食)을 내렸다며 말을 걸기도 했습니다. 이 때 두 사람의 표정은 그야말로 일품이었어요.

최근에도 숙종은 동이 및 이들과 함께 임금으로서가 아니라 판관으로서 주막에서 다시 술을 마신 적도 있습니다. 힘든 전하를 위로하기 위함이었지요. 오태풍은 대전내관이 찾아와 황주식과 영달을 찾자 비로소 이 두 사람이 임금과 특별한 관계임을 알고는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정말 꼴볼견입니다.



황주식 역의 배우 이희도는 드라마 <명가>에서 최 부자집 마름으로 못된 짓을 하다가 도망가서 돈으로 벼슬을 구한 다음 최부자를 욕보이는 악역을 천연덕스럽게 잘 소화했고, 영달역의 이광수는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광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앞으로도 이들이 <동이>에서 어떤 웃음을 선사할지 지켜보렵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