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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접시꽃이 피는 계절이 다가왔다. 
길섶이나 화단에 피어 있는 접시꽃을 발견하면
반갑기 그지없다. 

접시꽃을 보면 시인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이 떠오른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노래한 이 시는
그냥 읽기만 해도 사나이들의 심금을 우린다.

둥글고 넓은 접시모양의 꽃이 핀다고 하여
이름지어진 접시꽃과 도종환의 시를 살펴보련다.





▲ 접시꽃 개요

접시꽃(Alcea rosea)은 아욱과에 속하는 초본식물로
아시아가 원산지이며 2m까지 자란다.
심장 모양인 잎은 크고 솜털이 났으며,
가장자리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톱니가 있다.
꽃은 7월에서 9월 초순 사이에 핀다.

접시꽃은 주로 울타리나 담을 따라서 심는데
멋진 꽃 때문에 널리 재배되고 있다.
꽃은 둥글고 넓은 접시 모양이다.

꽃 색깔은 다양해서 흰색, 노란색,
분홍빛이 섞인 붉은 색, 자주색 따위를 띤다.
여러 접시꽃 변종은 대부분 여러해살이식물로
심은 지 2년째 되는 해에 꽃이 핀다.
관상용으로 많이 심으며, 꽃·뿌리는 약용으로 쓴다.




▲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접시꽃 당신>은 1986년 실천문학사에서 펴낸
시인 도종환의 두 번째 시집이다.
이는 시집의 제목이면서 동시에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시집은 그가 결혼 2년 만에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지은 시라는 게 알려지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시가 다소 길지만 한 구절 한 구절
구구절절한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접시꽃 당신>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도종환이 사랑하는 아내를 묻은 다음 쓴 시가 바로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란 시이다.

접시꽃과는 직접 관련은 없지만 
접시꽃의 시인 도종환이 아내를 묻고 지은 시란 점이서
연관지어 읽기를 바란다.
 
특히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라는 대목에서는 정말 아내에게 잘 해주어야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도종환

견우 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땅에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게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하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되어
다시 만나자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님아 밭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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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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