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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시청률이 무려 35.3%로 수목극의 왕자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에는 주인공 김탁구(윤시윤 분)가 단순히 빵의 장인이 되는 시시한 스토리인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불륜, 출생의 비밀, 살인방조, 납치와 폭력, 사랑과 복수 같은 이야기가 이어져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바람개비 문신의 사나이 조진구(박성웅 분)로부터 달아나다 절벽에서 떨어져 생사여부가 불분명했던 김탁구의 어머니 김미순(전미선 분)이 거성그룹의 새로운 주치의가 된 닥터 윤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는 구일중(전광렬 분)의 모친 산소와 집에 왔다가 떠나는 모습은 아마도 드라마이기에 가능할 것입니다. 이 장면은 흡사 MBC 월화드라마 <동이>에서 동이의 고향오빠인 차천수가 동이의 아버지 최효원 및 오라비 최동주와 함께 벼랑바위에서 관군과 맞서 싸우다가 떨어졌지만 나중에 버젓이 살아 돌아와 포도청의 군관이 되어 동이를 보호하는 수호천사가 되는 것과 유사한 맥락입니다.


여러 등장인물 중에서 글쓴이가 주목하는 사람은 신유경(유진 분)입니다. KBS 홈페이지를 보면 신유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극도의 가난과 끊임없는 폭력에 시달리며 자라다가 탁구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웃는 법을 배운다. 탁구가 거성家의 장남으로 들어가면서 가슴 아픈 이별을 겪지만, 12년 만에 탁구와 재회하면서 탁구와의 사랑을 키워나가는데.. 그러나 그 역시 돈과 권력 앞에 아무 의미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탁구를 배신하고 돈과 출세를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야심으로 가득 찬 여자가 되어버린다. 진심으로 탁구를 사랑하지만 끊임없이 탁구를 이용하면서 탁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기 시작하는데..』

유치장에서 풀려난 신유경이 김탁구와 처음으로 사랑의 키스를 할 때만 해도 시청자는 물론 신유경 자신도 탁구를 배신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12부에서 유경에게 변심의 조짐이 보였습니다. 


운동권 학생으로 세상을 바꾸려다 지명 수배된 유경은 탁구의 도움으로 팔봉제과점에 숨어들지만 먼저 잡힌 구일중의 차녀 구자림(최윤영 분)의 실토로 경찰에게 체포되고 맙니다. 이 와중에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한 탁구는 곧 풀려났지요.

자신이 유치장에서 파김치가 되어 꼬꾸라져 있을 때 그녀를 석방시켜준 인물은 놀랍게도 어린 시절 겁쟁이였던 구마준(서태조로 위장)이었습니다. 그것도 그녀가 사는 유일한 희망인 김탁구에게 앞으로 2년 간 자신을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니 정말 기가 막힙니다. 탁구보다도 훨씬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마준이 탁구에세 그런 약속을 강요했다는 게 의심스럽습니다. 마준은 친부인 한승재(정성모 분) 비서실장에게 연락해 유경을 석방토록 조치한 것입니다. 

석방된 유경은 팔봉제과점으로 다시 가지 못하고 원래 거쳐했던 허름한 골방으로 찾아듭니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방에 들어선 마준은 도대체 이런 곳에서 유경이 사는 것이 안쓰럽습니다. 나가자는 마준에게 유경이 쏘아붙입니다. "없는 사람한테서 빼앗고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 너도 알잖아! 이제 탁구한테 아무 것도 없는 거! 아무도 안 남은 거!" 마준도 호락호락 유경의 말만 들어줄 애송이가 아닙니다. "아무 것도 없는 그 자식한테 왜 목을 매는데?" 그러자 유경은 말은 마준을 벼랑 끝으로 내몹니다. "나에게는 탁구 밖에 없으니까! 아버지가 못해준 것을 그 애는 해주었으니까. 내가 유일하게 마음놓고 웃어도 되는 단 한 사람이니까! 그 애가 나에게는 전부니까!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으니 그만 가라!"   


마준은 유경의 팔을 잡고는 탁구가 못해준 것을 전부 해 주겠다고 다짐하네요. 악을 쓰는 유경에게 "넌, 내 여자야! 신유경, 너 내 여자 해!"라고 선언합니다. 마준이 유경의 마음을 탁구에게서 때어놓으려고 안간힘을 쓰는군요.

마준이 나간 후 유경은 지나간 일들을 회상합니다. 특히 마준이 한 말이 머리에 맴돕니다.
"잘 생각해! 너도 너 인생 이렇게 냄새나고 초라한 누더기 같은 집에서 끝내고 싶지 않을 거야. 내가 널 끌어올려 주겠다고. 이런 구질구질한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게 해 주겠다고."
 
유치장에서 취조에 비협조적인 그녀에게 경찰관이 한 말도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마, 정 억울하고 답답하면 네가 바뀌면 돼! 네가 가진 자가 되고 있는 자가 되면 세상도 너를 따라 자연히 바뀌게 되어 있어. 세상 이치가 그래."

유경이 이런 생각을 떠올린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을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서 빈 털털이인 탁구에 대해 다른 생각을 품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런 와중에 유경은 지난날의 악몽을 떠올리며 꿈에서 깨어났는데, 마준이 방으로 들어오자 영양실조로 쓰러집니다. 마준은 병원의 특실로 그녀를 입원시킵니다.


닥터 윤으로부터 특실에 입원한 여자가 마준의 여자친구라는 말을 들은 마준의 생모 서인숙(전인화 분)은 이 여자가 차녀 자림을 운동권클럽에 가입토록 해서 유치장 신세를 지게 한 유경임을 알아차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유경이 병실에서 마준의 전화를 받고 있는데,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담담하게 "너무 호화로운 병원에 와서 부담스럽다"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아마도 마준의 말에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 이 때 병실로 들어온 서인숙은 전화를 가로채고는 유경에게 표독스럽게 쏘아붙입니다.

"네가 자림이 초청을 받고 창립파티에 왔고, 그 날 그기서 우리 마준이를 만났고, 지금까지 그 사이가 죽 이어져 왔다 그거지? 내 딸을 운동권에 들게 해서 그런 곤욕을 치르게 하고,  내 아들 상대로는 단물 빼 먹듯이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었던 거니? 머리가 좋다고 하더니만 역시 용의주도하구먼." 듣고 있던 유경이 말씀이 좀 지나치다고 응수하네요.

"그래 어디까지 진도가 나간 거니? 우리 마준이 하고? 돈으로 해결할 정도로 진행된 사이니? 아니면 오늘 내 충고로 끝내도 되는 사이니? 나는 그동안 마준이 곁에 너 같이 꼬여드는 애들 수없이 치렀다. 그리고 항상 비슷한 패턴으로 끝냈지. 그래, 넌 얼마를 원하니?"


기가 막힌 유경은 무슨 말인지 이미 충분히 알아들었으니 그만 하라면서 팔목의 링게르 주사기를 확 뽑아버리고는 밖으로 나가 집으로 갑니다. 집 앞의 자림이가 반갑게 유경을 맞아주지만 그냥 무시하고 지나칩니다. 자림이가 너무 무서워서 그랬다면서 용서를 빌자 "괜찮아, 있는 집 애들 다 그렇지! 친구나 의리 이런 것은 안중에도 없잖아!"라고 대꾸합니다. 오히려 놀란 것은 자림입니다. 유경이가 앞으로 두 번 다시 보지 말자는 말도 마음에 걸립니다. 자림은 유경의 갑작스런 변화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경찰관과 마준의 말에 돈의 위력을 실감했던 유경은 마준 어머니의 독설에 충격을 받고 자림에게 화풀이를 한 것입니다. 이제 유경도 마준을 그 전의 마준으로 대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마준이 아무리 그녀를 유혹해도 결코 그를 사랑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2년 후 마준과 탁구의 빵 대결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유경이 서인숙에게 당한 모욕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복수해 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입니다. 또한 정체를 알 수 없는 탁구 엄마의 재등장도 긴장감을 높입니다. 결국 유경은 거성가의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마준-탁구의 경쟁구도에서 태풍의 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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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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