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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고장인 경남 남해군에는 금산(701m)이라는 명산이 있습니다. 이 산은 보리암이라는 전국 3대 해수관음 기도도량이 있어 더욱 잘 알려진 산입니다. 물론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된 산이기도 합니다. 금산 이외에도 괴음산(604m), 송등산(617m), 호구산(610m), 관대봉(469m), 응봉산(473m), 설흘산(482m) 등이 있는데 글쓴이는 모두 답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안내산악회에서 연태산과 속금산 그리고 대방산 산행을 간다고 합니다. 연태산에 오르면 남해의 명물인 "창선-삼천포대교"를 조망할 수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을 신청합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전국이 흐리고 비가 오지만 경남지방만은 오후에 태양을 가끔씩 볼 수 있어 안심을 합니다.

서울 사당역에서 출발한 등산버스가 무려 5시간만에 창선도의 단항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들머리에는 짙은 안개가 끼여 있어 주변이 침침합니다. 왼쪽의 등산로를 따라 전망대에 도착했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뿌연 안개뿐입니다. 창선-삼천포대교를 보겠다는 야무진 꿈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입니다.

등산로입구에서 바라본 남해

 연태산 입구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안개   


                                           맑은 날 바라본 창선-삼천포대교 

                                          (자료제공 :
http://cafe.daum.net/kjwoobo/AmSR)


어느 곳이 연태산(338m)인지도 모르게 두 개의 봉우리를 넘고 나니 도로입니다. 일행 중 몇 명은 이곳에서 탈출해 아래쪽의 대방산(468m)만 오르려고 하지만 중간에 탈출하는 것은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해 대사산 방면으로 오릅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까 일행들과 함께 탈출하지 않은 게 후회됩니다. 땀은 비 오듯하지만 바람 한 점 없고, 조망도 전혀 할 수 없으니 발걸음만 무겁습니다.


 안개로 희미한 남해


산성의 흔적이 있는 대사산(261m)을 넘으니 정자가 위치한 율도고개입니다. 이곳에서 탈출하려니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방향을 알 수가 없어 속금산으로 오릅니다. 321봉 인근에서 가까스로 조금 보이던 남해바다는 이내 안개 속으로 다시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속금산(357m)을 넘으며 현지의 이정표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칩니다. 전망바위에 올랐지만 보이는 것은 안개뿐입니다.

 산성의 흔적

 출입금지안내문


 가야할 속금산


 율도고개 정자


 가까스로 보이는 남해


 전망바위 안개

   
303봉을 넘어 산두곡재에 다다릅니다. 길섶에는 경모제(敬慕齊)라는 제실이 보입니다. 산악회에 전화를 걸어 탈출하고 싶다고 말하니 그러지 말고 국사당 가는 길로 오르다가 이정표에서 운대암으로 하산하라고 합니다. 옷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미꾸라지신세가 되었는데 어두 침침해지는 숲길을 홀로 걸으려니 약간은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산두곡재


 제실 경모제


호젓한 숲길이 끝나고 임도로 연결되더니 갈림길에는 다행이 운대암으로 하산하는 반듯한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갈림길에서 내려가니 옥천 저수지입니다. 저수지 옆으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니 운대암 입구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갈림길 이정표

 옥천 저수지


 운대암


운대암 입구

 
배낭을 내려놓은 즉시 약수터에서 철철 흘러 넘치는 물을 바가지로 떠서 머리위로 껴 얹습니다. 오장육부가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등산을 마치고 약수로 샤워를 하기는 처음인 듯 합니다. 약 5시간 동안 산행을 했는데 여느 때와는 달리 엄청 피로합니다. 산행을 하며 전혀 조망을 하지 못한 탓입니다. 설악산 공룡능선은 이보다도 훨씬 어려운 코스이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상적인 풍경에 피로한 줄을 모르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준족들은 대방산(468m)까지 답사했다고 하므로 그 체력에 오직 감탄할 따름입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기분 좋게 떠났지만 귀경길은 마음이 무겁습니다.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을 전혀 즐기지 못하였기에 어차피 다음 기회에 다시 와야 하므로 매우 허탈합니다. 서울에서 남해까지 왕복 약 10시간 버스를 타고 안개만 보다니 이번 산행은 완전히 헛고생을 한 셈입니다. 자연의 변덕 앞에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실감한 하루였습니다.  

 함양휴게소(하행)의 해바라기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0년 8월 14일 (토)
△ 등산 코스 : 단항-전망대-연태산-도로-대사산-율도고개-속금산-전망바위-303봉-산두곡재-국사당이정표-운대암
△ 소요 시간 : 5시간 5분
△ 산행 안내 : 산악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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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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