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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구석구석을 찬찬히 살펴보면 조상들이 남긴 사찰 조형물에서 해학과 유머 그리고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천왕의 발 밑에 깔려 있는 악귀의 모습에서, 약이 오른 용에서, 호랑이에게 담뱃불을 붙이는 토끼에서, 부부의 사랑을 노래한 수미단에서, 부처님의 설법 중에도 떠드는 아라한에서,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불상에서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을 재미있게 불교교리로 표현하였다."

위 글은 권중서가 지은 <사찰의 구석구석 불교미술의 해학>(불광출판사, 2010)의 저자가 서문에서 쓴 글입니다. 저자는 불교미술을 전공한 조계종 전문포교사로 전국의 사찰을 구석구석 살피며 그 속에 감추어진 보석 같은 불교교리를 해설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사찰에 있는 여러 종류의 불상과 사천왕상을 비롯하여 사찰에 숨어 있는 토끼와 거북이, 용, 호랑이, 원숭이, 물고기를 찾아보고, 범종, 석등, 석탑, 부도 등에 대해 그 의미를 쉽게 풀이한 것입니다.



특히 이 책은 강화도 전등사 대웅전 추녀 밑의 목조각상에 대해 원숭이상이라고 단호하게 주장합니다.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소재 전등사는 현존하는 사찰 중 창건연대가 가장 오래된 절입니다. 이 땅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고구려 소수림왕 때인 서기 372년이니 381년에 창건된 전등사는 무려 1600여 년의 세월을 지키고 있지요.  

전등사 대웅보전이 매우 유명하게 된 것은 추녀 밑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조각작품 때문인데요. 후세 사람들은 이를 나부상(裸婦像)이라고도 하고, 다른 이는 원숭이상으로 보기도 합니다. 원숭이상으로 보는 것은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의 사찰에서는 원숭이가 사자나 용과 마찬가지로 불교를 수호하는 짐승으로 모셔지는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전등사 추녀밑 조각상 


전등사 대웅전의 조각상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나부상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그 전설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당시 나라에서 손꼽히는 도편수가 대웅보전 건축을 지휘하고 있었다. 고향에서 멀리 떠나온 그는 공사 도중 사하촌의 한 주막을 드나들며 그곳 주모와 눈이 맞았다. 사랑에 눈이 먼  도편수는 돈이 생길 때마다 주모에게 모조리 건네주었다.

“어서 불사 끝내시구 살림 차려요.”
“좋소. 우리 그림 같은 집 한 채 짓고 오순도순 살아봅시다.” 

도편수는 주모와 함께 살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대웅보전 불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그 주막으로 찾아가 보니 여인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며칠 전에 야반도주를 했수. 찾을 생각일랑 아예 마시우.”

이웃집 여자가 말했다. 도편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여인에 대한 배반감과 분노 때문에 일손이 잡히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도편수는 마음을 다잡고 대웅전 공사를 마무리했다. 공사가 끝나갈 무렵 대웅전의 처마 네 군데에는 벌거벗은 여인이 지붕을 떠받치는 조각이 만들어졌다. 』


그런데 위 책의 저자는 위 조각상에 대해 불교의 경전을 모르는 사람들은 "도편수의 돈을 떼어먹은 술집작부"라고 수군거리지만, 실제로는 대웅전 안에 계신, 전생에 왕이었던 석가모니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한없는 공경의 뜻을 나타내고 있는 원숭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불교에 관한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등장하기에 일반독자들은 다소 생소한 부분도 있겠지만 불자 또는 불교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 및 글쓴이처럼 사찰의 사진을 찍어 소개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찰과 불교를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이 해설서에는 칼라로 찍은 사진이 실려있어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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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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