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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군 대병면 소재 금성산(592m)과 악견산(634m)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오지의 산입니다. 이 산의 남서쪽에는 철쭉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황매산이, 그리고 북쪽으로는 군립공원인 가야산이 버티고 있는 사이에 끼어 있으니 그동안 홀대를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두 산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거나 산 아래에서 올려다본 경관도 매우 아름답지만, 두 산에 올라 서쪽으로 바라보는 합천호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입니다. 부산일보 답사 팀이 다녀간 이후 등산지도를 잘 그려 놓아서 일부 산악회에서는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등산의 바이블이라고 하는 "한국 555산행기"(김형수 저)에도 포함된 산이라 이제부터는 더욱 관심을 끌게 될 것입니다. 


88올림픽고속국도 거창 나들목을 빠져나온 등산버스가 1089번 지방도로를 타고 합천호반으로 들어서자 차내 사람들이 환성을 지릅니다. 도로 양편에 죽 늘어선 벚꽃이 만개했기 때문입니다. 벚꽃하면 흔히 진해를 떠올리지만 이곳 경남서부지역에도 많은 벚꽃단지를 조성해 향후 거창, 합천, 산청 등에서는 지자체합동으로 벚꽃축제를 열 계획이라고 합니다.


거리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합천호의 푸른 물이 잔잔하게 떠 있는 호반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한 마디로 일품입니다. 서울에서 네시간을 시달리며 찾아온 피로를 씻은 듯이  풀어주기에 충분합니다. 드디어 정오가 지난 시각, 금성산 산행들머리인 율정마을에 도착합니다.(12:10). 밤나무가 많아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합천호 수몰민들이 이주해 살고있다고 해서 새터마을로도 불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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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오른쪽으로 들어서니 한 촌노가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느냐고 의아해 합니다. 오지산행이라 오늘 참가한 인원이 30명 미만이지만 현지인이 생각하기엔 숫자가 많게 보인 모양입니다. 서울에서 왔다고 했더니 놀라면서 안쪽으로 올라가면 산으로 가는 길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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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금성산



합천호수 곁에 우뚝 솟은 산이라 부드러운 길도 순시간에 끝나고 바로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능선에 붙은 후에는 주능선을 따라 계속 고도를 높입니다. 양지바른 쪽에는 진달래가 만개한 가운데, 간간이 바라보이는 합천호의 모습은 참으로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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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에 서서 바라본 합천호


등산로는 어느새 험준한 암릉(너덜)지역으로 연결됩니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을 겨우 찾아 두 손과 두 발을 이용하여 오릅니다. 특히 선험자들의 등산리본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조망이 워낙 좋아 불평을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큰 바위를 우측으로 에돌아가니 그기에 금성산(592m) 정상표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표석 옆으로 설치된 철계단을 타고 암봉으로 오르니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터집니다. 서남쪽으로는 철쭉명산 황매산이 우뚝 솟아있고, 동남쪽엔 허굴산(682m)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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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의 너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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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명산 황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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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 정상 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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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쪽의 허굴산



북동쪽엔 잠시 후 가야할 악견산(634m)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가운데, 북서쪽으로는 합천호가 세상살이에 찌든 길손의 마음의 떼를 말끔하게 가시게 해 줄 정도로 코발트빛으로 단장한 채 시원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특히 산불 감시초소 앞 바위 끝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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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악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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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합천호


정상에는 과거 통신수단으로 이용되었음을 알려주는 봉수대 터가 남아 있다는 안내문이 서 있지만 글쓴이는 그 흔적을 발견할 수는 없습니다.


오지 산을 찾아온 등산 베테랑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한 여성등산객이 나누어주는 포도 두 알을 얻어먹습니다. 맛이 꿀맛입니다. 일행 중 누군가 이 여성을 모르면 산꾼으로서 자격이 없단 말을 듣고는 마음속으로 미소짓습니다. 오늘 이렇게 눈 도장을 찍었으니 이제 나도 산꾼의 반열에 오른 것입니다.     


금성산 오름과는 달리 내리막길은 별로 어려운 곳이 없는 평범한 길입니다. 은은한 불경소리 들리는 대원사를 지나(13:40) 차도로 나옵니다. 도로변에는 봉화산 대원사라고 쓴 큰 표석이 세워져 있어 금성산이 봉화산으로 불려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한 구비를 돌아가니 역시 우측으로 등산로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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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


악견산 오르막도 경사가 급하지만 등산로는 예상외로 평범합니다. 진달래가 피어 있는 산길을 오르며 뒤돌아보면 가까이에는 지나온 금성산이, 그리고 저 멀리 황매산이 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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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좌)과 황매산(우)


좌측으로 눈을 돌리면 합천호를 있게 한 합천댐과 주변의 합천관광지가 내려다보입니다. 합천댐은 낙동강유역 종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전기(대구에 공급)와 용수공급(부산·울산·온산·마산·창원·진해 등 낙동강 하류지역) 및 홍수조절을 위해 한국수자원개발공사에서 건설한 콘크리트 중력식 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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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댐


오름 길에 보이던 산성의 흔적은 정상에서도 발견됩니다. 악견산성은 임진왜란 당시 합천의  의병으로 활동했던 의병군이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쌓은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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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견산성의 흔적


한참을 올라가니 바로 며칠 전 식목일 날 발생한 산불로 말미암아 상당히 넓은 구역이 시커멓게 불타 있습니다. 가정에서 태우는 냄새는 고향의 정이 물씬 풍기지만, 산불로 인한 잔해에서는 말로 설명을 할 수 없는 매캐하고 기분 나쁜 냄새가 나는 것도 참 신기한 일입니다. 이런 점에서 자연은 그대로 잘 보존해야지 실수로 불을 내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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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의 흔적


드디어 몇 개의 바위 덩어리가 얽힌 정상에 다다릅니다. 합천호 방향으로 사람들이 쌓아 놓은 돌탑이 있습니다(14:48). 큰 바위사이로 들어서면 그 아래 악견산(634m) 정상표석이 암벽에 기대어져 있고, 그 옆에 악견산 설명문이 보입니다. 이 악견산은 이미 지나온 금성산 및 허굴산과 함께 합천군 대병면의 삼산(三山)이라고 불리어지는 명산입니다. 막상 정상의 암봉에 섰지만 서쪽의 합천호를 제외하고는 잡목으로 인하여 조망을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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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견산 정상의 돌무덤 뒤로 보이는 합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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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북쪽 바위틈새를 힘들여 빠져 나와 북쪽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가다가 하산을 시작합니다. 2∼3차례 급경사 내리막에 로프가 걸려 있기는 하지만 하산하는 데 별로 어려움은 없습니다. 저 멀리 이름 모를 산들이 산 그리메를 그리고 있는 능선에 서면 마음은 한없이 넓어지고 생각은 점점 깊어집니다. 그러면서 사람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 다시금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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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합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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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 본 악견산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는 산에 오르고 내리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힘(권력, 재력)있는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자손만대 그런 힘을 누릴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정상에 오른 순간부터 내리막을 생각해야 하며, 남을 위한 배려에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 홀로 상념에 젖어 천천히 능선을 걸어가고 있노라니 뒤에서 인기척 소리가 납니다. 뒤돌아보니 뜻 밖에도 금성산 정상에서 만났던 등산베테랑 여성입니다. 왜 늦었느냐고 물어보니 대원사에 들러 부처님께 인사도 드리고 또 물을 받느라고 지체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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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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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비켜 주니 사뿐사뿐 내딛는 폼이 거의 날아가는 수준입니다. 사나이 체면에 뒤쳐질 수가 없어 무작정 따라 갑니다. 한참을 뒤좇아 가다가 다리에 무리가 올 것 같아서 그만 뒤쳐지고 맙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진다지요. 산을 즐기려 와서 괜히 고수와 겨루다 탈나면 나만 손해입니다.        


완연한 봄 날씨에 땀이 비 오듯 하지만 숲 속의 상쾌한 공기와 진달래가 반겨주는 등산로는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입니다. 인근 율전(栗田)의 밤나무는 아직까지 봄이 찾아온 줄을 모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주변에 자라고 있는 쑥, 양지꽃, 호제비꽃 그리고 도로에 피어 있는 벚꽃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임을 일깨워 줍니다. 평학마을 주차장에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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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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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제비꽃


비록 3시간 40분간의 비교적 짧은 산행이었지만 두 개의 산을 오르고 내려서인지 다리가 뻐근합니다. 일부 준족 몇 명은 북쪽의 산 하나를 더 답사했는데도 글쓴이와 같은 시각에 하산했습니다. 이들의 빠른 발걸음은 도저히 말릴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오지의 산을 몇 차례 답사했지만 그때마다 실망을 하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정말 가슴 뿌듯한 기분으로 버스에 오릅니다. 금성산과 악견산은 합천호의 풍광과 그 산세의 아름다움, 더불어 많은 인파를 피해 호젓한 산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보석 같은 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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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학마을 도로의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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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 꽃

《산행 개요》

△ 산행 일자 : 2008년 4월 8일(화)
△ 산행 코스 : 율정마을-너덜-금성산-대원사-금성천-악견산-평화마을
△ 산행 시간 : 3시간 40분
△ 안내산악회 : 자이안트 산악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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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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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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