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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중 회장의 고문변호사로부터 구 회장의 주식지분과 모든 권한에 관한 위임장을 건네 받은 김탁구는 1개월 안에 껍데기만 남은 청산공장을 되살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되었지요. 그는 환상의 콤비인 팔봉제과점 양인목(박상면 분) 대장, 허갑수(이한위 분), 고재복(박용진 분)을 특별 채용해 정면돌파를 시도해요.

팔봉팀들이 점검해보니 정말 회사상태는 엉망이에요. 자금지출은 정상적으로 되고 있는 데 밀가루를 비롯한 재료는 오래된 것이거든요. 제빵 전문가들이 아무리 열심히 빵을 만들어도 도대체 맛이 나지 않아요. 빵의 재료가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양인목은 고수답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거래처를 바꾸는 것이라고 조언해요. 김탁구는 거래처를 바꾸기로 결심해요.



청산의 끄나풀인 현장소장으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승재는 회장 집무실로 들어와 탁구에게 서류를 집어던지며 다짜고짜로 큰소리쳐요.

"이게 다 뭐냐? 네 멋대로 거래처를 바꾸겠다는 게 사실이야?"

탁구는 회장 자리에 앉은 채 차분하게 대답합니다.
"네, 사실입니다."
"지금 그 거래처는 회장님 때부터 계속 지속되어 오던 곳이야! 십 년 넘게 우리한테 밀가루를 대 주던 곳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회사와의 가격대비 밀가루품질이 너무 형편없습니다."
"거래를 하다보면 몇 개월 정도 지난 밀가루의 일정부분쯤은 눈감아 주는 게 미덕이라는 것도 모르는 것이냐?"

한승재의 말은 너무나도 상식이 벗어나요. 그냥 그 회사로부터 떡값을 받아먹었음을 자인하는 말투여요.

"먹을거리 앞에서 그런 미덕은 만용입니다. 제가 앞으로 일하게 될 공장에서는 제조된 지 한 달된 밀가루만 쓸 겁니다. 이 납품기준을 엄격하게 지켜주는 회사가 우리공장에 납품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십 년이 넘은 계약관계를 네 마음대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왜 안됩니까? 약속을 어긴 건 그쪽인데 얼마든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탁구는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계속해요.
"아니면, 혹시 그 계약을 파기하면 안 되는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실장님!"

한승재는 탁구를 계속 째려보지만 탁구는 작심한 듯 말을 계속해요.
"제 가격을 주고도 묵은 재료를 받는 건 누군가 중간에서 그 차액을 착복하고 있다는 뜻이죠! 혹시 한 실장님께서도 그기 연루된 건 아니시죠? 그렇지 않고서야 품질도 좋지 않은 회사와의 거래를 계속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얼굴이 푸르락붉으락해진 한 실장은 더욱 큰 소리를 쳐요.
"너 같은 풋내 나는 놈이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야? 회사에는 엄연히 위계질서라는 게 있어!"

이 말에 열 받은 탁구도 목청을 높여요.
"그 위계질서, 한 실장님이 먼저 지켜주십시오. 저는 현재 대리인자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실장님보다 몇 끗발이나 위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그러니 앞으로 좀더 말씀을 가려 하십시오! 제가 요즘 회장님 대리인자격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공부중인데 말입니다. 그기에는 인사권이라는 것도 있더라고요. 그 말은 비서실장님과 제 뜻이 맞지 않을 때 얼마든지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 있다 그런 뜻 아닙니까?"
"김탁구, 너!"
"너, 아니고! 대표입니다. 한 실장님!"

                                                                                     한승재 역의 정성모

이 장면에서 정말 속이 시원하고 통쾌해요. 지금까지 탁구가 한 실장으로부터 당하고만 살아왔는데 드디어 역전의 기회가 왔네요. 빵밖에 모르던 탁구의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어요.

문 밖의 비서진들도 안에서 대화하는 내용을 듣기 위해 출입문에 귀를 기우리고 있어요. 이 때 문이 열리고 화가 난 한승재가 나가자 김탁구가 쑥스러운 얼굴로 나타나 한마디해요.
"어땠어요? 준비한 대로 했는데 괜찮았어요?"

비서 둘은 이구동성으로 맞장구치네요.  
"아주 잘 하셨습니다! 대표님!"

이에 우쭐해진 탁구는 말해요.
"내가 너무 세게 이야기 했나!"
"아닙니다. 그 정도는 눌러 주셨어야 했습니다. 안 그래도 한 실장님이 툭하면 대표님한테 야! 너! 이놈! 저놈! 하는 거 아주 듣기 싫었습니다."
"그래요? 오케이! 그럼 됐어!"


그런데 탁구가 비서와 함께 나눈 멘트가 당당하던 탁구의 카리스마를 그만 죽이고 말았어요. 제작진으로서는 탁구의 천진난만함을 부각시키려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어깨를 짝 펴고 걸어나오기만 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예요. 한실장에게 당당히 맞설 수 있다는 것을 유감 없이 보여준 탁구의 늠름한 모습은 사족(蛇足)이 없더라도 충분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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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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