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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틱구>가 드디어 종영되었습니다. 마지막 30회를 남겨두고 결말이 어떻게 될까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일부 시청자의 예상처럼 구마준(주원 분)이 위기에 처한 김탁구(윤시윤 분)를 구하고 죽는 일도 없었고, 또 주인공 탁구가 죽는 일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전혀 예상치 못한 극적인 반전은 없었다는 말입니다. 물론 거성가의 맏딸 구자경(최자혜 분)이 대표이사로 오른 것은 반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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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구는 청산공장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후 이사들의 열화 같은 지지로 대표이사로 추대되었지만 이를 사양하고는 자신의 본업인 팔봉빵집으로 돌아가 평소의 소원대로 어머니 김미순(전미선 분)을 모기고 살게 되었으며, 서툴지만 양미순(이영아 분)에게 사랑고백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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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경은 김탁구를 도운 인연으로 이사회에서 김탁구와 구마준의 도움을 받아 구일중(전광렬 분) 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가 되어 평소 경영자의 꿈을 실현하였으며, 드라마 초반 남아선호사상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부각시켜 막장논란을 빚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여성을 최고의 CEO에 오르게 하여 성차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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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준은 사랑하는 신유경(유진 분)을 괴롭힌 어머니 서인숙(전인화 분)과 생부 한승재(정성모 분)에게 복수를 하자고 덤벼들었지요. 구마준은 한승재의 비밀장부를 사법당국에 전달하여 그가 쇠고랑을 차게 만들었고, 복수를 멈출 수 없다는 신유경을 설득해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구마준은 그 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김탁구와 화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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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재는 끝까지 김탁구를 괴롭힙니다. 그런데 심복 비서를 시켜 김탁구를 옥상으로 데리고 온 후 수하를 뿌리치고 그가 직접 김탁구를 죽이려 한 것은 다소 억지설정처럼 보였습니다. 나이가 많은 한승재가 청년인 탁구를 완력으로 직접 상대한다는 게 이치에도 맞지 않지만 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 구마준을 거성가의 후계자로 만들려는 그릇된 집착이 불러온 무리수였습니다. 그는 결국 현장에 나타난 탁구의 수호천사 조진구의 일격에 쓰러졌고, 옥상의 벽에 매달린 탁구는 조진구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구치소를 면회간 구마준이 한승재를 끝까지 아저씨라고 부른 일입니다. 마준은 한승재에게 단 한번만이라도 존경을 받을 만한 일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울먹였습니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쓰러진 할머니를 방치하여 죽게 만든 일, 어머니인 서인숙과 합세하여 신유경을 괴롭힌 일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때문입니다. 그래도 생부인데 앞으로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아버지"라고 부를 줄 알았거든요. 한승재도 통한의 눈물을 흘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6)
거성가의 안주인인 서인숙은 사랑했던 남편 구일중으로부터도 외면을 당하고, 며느리인 신유경으로부터 안주인자리를 물러나라는 모욕을 당했습니다. 다만 한가지 위안은 아들 구마준으로부터 문제의 팔찌를 되돌려 받으며 더 이상 괴롭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일입니다. 아무도 말벗이 되어 줄 사람이 없는 황량한 집에서 그녀는 앞으로 그림자처럼 외롭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7)
구일중 회장은 중병에 걸린 조진구(박성웅 분)의 여동생 치료비를 부담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조진구가 한승재의 돈을 받고도 그를 배반한 게 이상하다는 의문이 풀린 순간입니다. 이제 회사는 아이들에게 맡겨두고 조용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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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구는 한 때의 잘못으로 탁구와 탁구 어머니에게 진 빚을 평생 가슴이 품고 살았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조진구가 탁구 어머니 김미순을 해치려 한 것은 아니었지요. 그는 구일중의 부탁으로 위험에 처한 그녀를 안전하게 탁구와 떼어놓으려 한 것이었으니까요. 사실 조진구가 신유경의 아버지로부터 김미순을 구해 안전한 장소로 데리고 가던 중 놀란 김미순이 도망가다가 벼랑에 떨어진 것은 일종의 사고였기 때문입니다. 그 후 조진구는 여러 차례 친형처럼 탁구를 도왔고, 마지막 순간에는 구일중 회장의 부탁으로 한승재를 감시하였으며, 탁구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그는 김미순에게 다시금 사죄하며 과거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빌었습니다. 참으로 듬직하고 멋진 사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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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양미순은 팔봉선생의 외손녀이자 대장 양인목(박상면 분)의 딸입니다. 일찍이 탁구에게 사랑을 고백했지만 무뚝뚝한 그는 이를 장난으로 치부했습니다. 사실 탁구로서는 첫사랑인 신유경을 구마준에게 빼앗긴 상처가 가시지 않았으며, 연일 발생하는 사건을 푸닥거리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이제 양미순은 탁구로부터 어설픈 사랑고백을 들었으니 세상을 얻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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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재의 치졸한 계략으로 영업정지를 당했던 팔봉제과점은 영업정지가 풀렸습니다. 빵에 쇳가루를 집어넣어 모함을 한 사실을 당시 모함에 가담했던 한승재의 수하 한 명이 죄를 자백했답니다. 이 뉴스가 신문에 크게 날 정도는 아닐텐데 마지막 장면에서 가가호호에 신문을 던지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혹시나 외톨이가 되어 우울증에 걸린 서인숙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전한 게 아닐까요?     


(11)
구마준은 이사회를 마치고 김탁구와 헤어지면서 자신과 탁구는 형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둘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습니다. 구마준의 부모는 한승재-서인숙이고, 김탁구의 부모는 구일중-김미순이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구마준이 실제로 구일중의 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래서는 스토리 전개가 안 되는 것입니다. 구마준의 말을 농담으로 알아들은 탁구가 이를 무시한 것은 다행입니다. 지금 이 순간 이 특급비밀을 탁구가 알아서 아무런 실익이 없거든요. 
 


(12)
위에서 극적인 반전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하나는 있었습니다. 바로 구일중 회장 비서실 직원 차준환 대리입니다. 그는 사표를 내고 탁구처럼 빵을 배우겠다며 팔봉제과점의 문하생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구마준이 떠나간 자리를 대신 매운 셈이지요.


(13)
얽히고 설킨 이야기가 권선징악적 차원에서 잘 마무리된 듯 합니다. 다만 문제는 구마준입니다. 그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지만 그동안 그가 팔봉제과점에서  저지른 여러 비행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은 것은 지나친 온정주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그에 대한 응징을 받는 게 공정한 사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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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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