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 <프레지던트>와 <대물>의 스토리 비교
 
SBS의 수목드라마 <대물>이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때 KBS에서 같은 시간대에 <프레지던트>를 내놓았습니다. 프레지던트는 이제 겨우 2회를 방영했지만 먼저 중요한 대목을 보여준 후 시계바늘을 뒤로 돌려 과거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은 서로 유사합니다. 다만 <대물>은 대통령선거에서 3당 후보(민우당 강태산, 복지당 민동포, 혁신당 서혜림) 간의 대통령선거를 중점적으로 다룬 것임에 비해, <프레지던트>는 집권당인 새물결미래당에서 야당후보와 맞설 당내 후보자를 결정하기 위한 경선(김경모, 신희주, 박을섭, 장일준)을 둘러싸고 벌이는 이전투구를 상세하게 그린 것이 다른 점입니다.

그런데 <프레지던트>는 <대물>과 비교할 때 당내 예비 대선주자들 간의 진흙탕 싸움이 매우 치열하여 대통령행 티켓을 차지하려는 권모술수가 훨씬 복잡하고, 또 초반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대물>에서는 강태산 후보의 부인은 고작해야 남편의 애인인 장세진을 감시하는 일만 하는데 비해, <프레지던트>에서는 후보자 중 한 사람인 장일준(최수종 분)의 부인 조소희(하희라 분)는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야심만만한 인물로 막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점이 다릅니다.

<대물>의 서혜림은 아나운서출신으로 격전지에 파견되었던 남편이 괴한에 납치되어 죽자 국민의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없어야 하겠다는 사명의식으로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남해도지사로 파산직전의 도(道) 재정을 살려냈으며, 대선에서 막판 뒤집기로 대통령이 된 인물입니다. 그녀는 현실 정치권에 전혀 때묻지 않아 사심도 권모술수도 없고, 오로지 정도(正道)만 있을 뿐입니다. 

반면, <프레지던트>의 장일준은 도덕적으로 사생아인 유민기(제이 분)를 두었으며, 그의 어머니 유정혜(김예령 분)도 의문의 가스폭발사고로 죽었습니다. 그리고 정적들의 비리를 찾아내 차례차례 제거해 나가는 네가티브 전략을 구사합니다. 자신의 비리가 적발돼 검찰수사를 받게 되자 의문의 저격을 당합니다. 이 모두는 장일준-조소희 부부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지금까지 단 2회가 방영되었지만 장일준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프레지던트> 장일준 역의 최수종                                       <대물> 서혜림 역의 고현정



▲ <프레지던트>의 다섯 가지 시청포인트


① 결정적인 순간 장일준을 저격한 배후

장일준이 사돈인 대일그룹으로부터 1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제공받았다는 언론보도로 선대본부는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런 사실을 장일준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아내는 친정오빠에게 부탁하여 자금을 동원했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이수명(정한용 분) 대통령까지 나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합니다. 다급해진 조소희는 대학선배인 영부인 최정임(양희경 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안됩니다. 

검찰수사관이 당사(黨舍)로 장일준을 조사하려 들이닥치자 장일준은 당사로 나타나 기자들 앞에 서서 비자금에 대한 진실을 말하려는 순간 어깨에 괴한의 총격을 받고 쓰러집니다. 이후부터 이야기는 3개월 전으로 되돌아간 상태이므로 총상 이후는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장일준을 저격했을 까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블로거 "초록누리"는 그의 아내인 조소희를 의심하고 있고 글쓴이도 이에 공감합니다. 설마 누구도 아내가 총잡이를 고용하여 남편을 저격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며, 저격의 배후는 경쟁자에게 쏠릴 것이므로 유권자의 동정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사가 비자금보다는 저격으로 유턴할 경우 시간을 벌 수 있고, 친정회사도 보호할 수 있습니다.



② 유민기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

유민기는 조그마한 회사(한빛영상)에 근무하는 방송대상 수상경력이 있는 실력파 다큐멘터리 PD입니다. 그가 홀어머니 유정혜를 만나러 바닷가로 가서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후 어머니가 먼저 집에 들어가자마자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어머니가 사망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결과도 가스폭발로 인한 사고사(事故死)로 결론지었습니다.

그런데 시청자 입장에서 장일준과 캠프의 선거본부장인 이치수(강신일 분)의 대화가 마음에 걸립니다. 이치수는 장일준에게 대통령후보로서 주변의 털끝도 정리해야 한다고 충고하였거든요. 장일준에게 숨겨둔 애인과 아들이 버젓이 살아 있다는 것은 큰 약점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측면으로는 조소희도 의심이 갑니다. 정보력이 뛰어난 그녀가 유정혜의 존재를 몰랐을 리가 없고 알았다면 대선에 큰 장애물인 그녀를 그냥 둘 리가 없겠지요. 유민기는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알려고 다짐합니다.

이치수가 국과수의 부검감정결과를 장일준에게 전해주며 "이제 남은 것은 그 시한폭탄(유민기를 지칭)을 어떻게 하면 터지지 않게 할까 내 머릿속엔 그것밖에 없다"고 한 말이 자꾸만 걸립니다. 장일준이 국과수 서류와 현장사진을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것도 아리송합니다. 

유민기는 "장일준이 대통령 출마하는데 엄마가 방해가 되는 거라면"이라는 상상을 하다가 "그가 그랬다면 이제 와서 아비라고 밝힐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머리를 흔듭니다. "그럴 계획이었다면 나까지 없앴을 거"라고 말입니다. 


 

③ 장일준 스스로 민기의 아비라고 밝힌 이유

이 문제는 시청자로서도, 또 유민기로서도 참으로 의문입니다. 장일준은 유정혜가 사망하자 선거과정의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명복으로 유민기 PD를 불러들입니다. 유민기가 장일준을 만난 자리에서 왜 작은 회사에 근무하는 자신을 선택했느냐고 묻자 장일준은 "아들에게는 아버지가 누군지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자넨 나와 유정혜의 아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유민기에게 "내가 자네 아버지란 말이네!"라고 밝힙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아들이 먼저 아버지께 "제가 당신의 아들입니다"라고 밝히면, 아버지는 "넌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오리발을 내미는 게 상식이지요. 그런데 장일준은 자기 스스로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아들에게 내가 네 아비라고 밝힌 것입니다. 이치수는 장일준이 유민기에게 아버지라고 밝히고 아들을 경선캠프에 들어 놓는데 대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격이라며 걱정하지만 장일준은 담담합니다. 무슨 꿍꿍이 속인지 모를 일입니다.

장일준은 유민기에게 "진실을 추구하는 PD로서 나 장일준을 취재해 보라"고 제의했고, 유민기는 "장일준의 진실"을 알고 싶어 캠프에 합류한 것입니다.

박을섭 후보와 비서와의 스캔들이 터져 일파만파로 번지자 옆에서 이를 지켜본 유민기는 장일준에게 묻습니다.
"박을섭 후보의 비서와의 불륜이 이 정도 파장이라면 사생아를 둔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후보님이 말씀하신 진실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선거과정 중 후보님 댁에서 살고 싶은데요? 만일 제가 발견한 후보님의 진실이 올바르지 않은 것이라면 선거 후 공개될 후보님 다큐의 첫 자막은 이렇게 시작될 겁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장일준이 버린 여자 고(故) 유정혜에게 바칩니다.>"

이처럼 유민기는 장일준에게 있어 이치수의 표현대로 시한폭탄입니다. 그런데도 무슨 이유로 그를 캠프로 불러들인 건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유민기로서도 하필 어머니가 의문의 가스폭발사고로 사망한 다음에 대권을 노리는 장일준이 숨겨둔 아들에게 스스로 아버지라고 밝히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장일준은 핏줄인 유민기가 아버지의 파멸을 원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했을까요? 아니면 아들에게 아버지의 떳떳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을까요?   


 

 

④ 거침없는 언변의 소유자 오재희의 막말

장일준 후보 캠프의 미디어 총책을 맡고 있는 오재희(임지은 분)는 거침없는 언변으로 유명합니다. 오재희는 장일준과 함께 야당진영에서 일하는 기수찬(김흥수 분)을 찾아갑니다. 실내수영장 의자에 앉아 비키니 여자들의 몸매를 감상하던 바람둥이 기수찬은 장일준과 오재희가 다가와도 그냥 앉은 채 건방지게 말합니다. 자기는 당선이 확실한 후보가 아니면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장일준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원하는 만큼 보수를 준다고 하자 그는 다시 한번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4대 기관 여론조사결과 지지도 10% 내외로 김경모 후보에 3배 이상 뒤지고 있고, 야당까지 끌어들이면 의원님의 지지도는 반 토막 나서 5.5%,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 거라는 질문에는 2.1%, 제가 2.1% 확률에 인생을 거는 그런 무모한 사람으로 보입니까?"

"지금의 확률이 끝까지 갈 거라고 생각하는 바보도 아니라고 믿네. 김경모 후보나 야당인  한대훈 후보에게 신선함을 못 느낀다는 국민들이 50%가 넘어!"

"불행히도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신선함을 주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그래도 난 국민들에게 꿈을 심어 줄 거야!"

"예, 망상은 자유지요. 어차피 안될 거 꿈이라도 꾸어야지요! 어쨌든 저는 우승마 이외에는 올라탈 생각이 없습니다. 바쁘신 데 가보시죠!" 

이 때 옆에서 얼굴을 찡그리던 오재희의 일갈이 터져 나옵니다.
"새파란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정밀 안하무인이네! 허세 그만 부리고 먼저 인간이 돼, 이 자식아! 너보다 잘난 사람이 오면 벌떡 일어나 예의를 갖출 줄도 알고, 병신 같은 게 백찬기 따위에게 져서 계집질이나 하는 주제에 허세를 떨기는~.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가 안 되는 거야. 새끼야~. 알어?"

오재희의 말을 듣고 있던 기수찬은 이 여자가 선거캠프 홍보팀장이라는 장일준의 말에 "그럼 기자들 사이에서 10%는 더 까먹겠네!"라고 빈정거립니다. 오재희-기수찬은 정말 장군멍군입니다. 나중에는 기수찬이 장일준 캠프의 전략기획실장이 되지요.

이런 일이 있은 후 장일준 가족과 캠프사람들은 성북동 처가로 가서 식사를 합니다. 장일준의 처남인 조상진(최동준 분) 회장이 캠프의 정책팀장인 윤성구(이두일 분)에게 혼자 살지 말고 빨리 재혼하라고 주문하자 윤성구는 좋은 여자 소개시켜 달라고 합니다. 조 회장이 멀리서 찾지 말고 앞에 오재희 팀장이 어떠냐는 말에 오재희는 수저를 탁 놓으며 "죄송한데 밥맛 떨어지는 말씀 좀 삼가 달라"고 대꾸합니다. "전 음식은 안 가려도 남자는 가립니다."

이 말을 듣고 가만있으면 남자가 아니지요. 윤성구는 "회장님도 참, 아무데나 갖다 붙이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 뭐 중국집 스티커도 아니고." 그러자 오재희가 나섭니다. "댁은 가릴 처지가 아닌 줄 아는데~" 이 때 윤성구가 결정타를 날립니다. "그런데 제가 아무리 급해도 상한 음식은 안 먹습니다." "뭐 상한 음식, 이 자식이?" 오재희가 발끈하자 이치수가 나섭니다. 어차피 캠프 내에서는 연애가 금지되어 있다고요. 아, 이들이 주고받는 까칠한 말이 아슬아슬하네요.   


 


⑤ 톡톡 튀는 미래당 박을섭 후보의 스캔들공개

미래당 대통령 후보경선 메니페스토 정책토론회 자리에서 어느 기자가 후보경선 룰에 대해 질문을 하자 고상열(변희봉 분) 대표는 오늘 주제와는 다르다고 넘어가려 합니다. 그러자 신희주(김정난 분) 후보가 "이미 야당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즉 국민참여경선을 선택했으므로 우리도 그런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장일준 후보도 신 후보의 제의에 동의하면서 현재의 경선방식으로는 진정한 참여민주주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하며, 반드시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을 도입해야만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박을섭(이기열 분) 후보는 반대합니다. "아니? 옆집에서 전을 부쳐먹는다고 밥 먹다 말고 밀가루 반죽 할 일 있습니까? 아, 야당 경선이 부러운 분은 거기 가셔서 경선하시지 왜 여기서 남의 집이 좋네 마네 합니까? 우리 미래당은 현재의 룰로 이미 정권교체한 경험이 있는 당입니다."

김경모(홍요섭 분) 후보는 당에서 결정해주면 그에 따르겠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TV토론 회수를 가지고 입씨름을 계속합니다. 신희주 후보가 왜 존경하는 후보님들은 TV토론 회수를 두 번으로 제한하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합니다. 이 말에 박을섭 후보는 "존경하지도 않으면서 존경한다고 말하지 말아요! 두 분다 TV토론 좋아하시는데요. 두 분은 인물이 잘 생겨서 TV 좋아할지 모르지만 솔직히 저는 안 좋아합니다. 그리고 TV에서까지 골치 아프게 정치이야기 하는 거 국민들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 시간에 드라마 보지 누가 TV토론을 봅니까? 두 번이면 족해요!"

이 때만 해도 박을섭은 기자들을 웃기는 유머가 풍부한 정치9단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기자들의 노트북과 휴대폰에 박을섭 후보가 젊은 여자(비서였던 황경미)와 함께 있는 사진과 기사가 공개된 것입니다. 기자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이 뉴스의 진위를 확인하자 박을섭은 말도 안 되는 중상모략이라고 둘러댑니다. 결국 고상열 대표가 토론회를 중단시킵니다.

휴게실로 들어온 후보들 중 김경모 후보가 이게 사실이 아니라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의하자, 박을섭은 신희주 후보에게 이런 야비한 짓을 하지 말라고 윽박지릅니다. 과거 검찰총장 하면서 자신의 뒷조사를 한 사람이 바로 신 후보라는 것입니다. 기가 막힌 사람은 신 후보입니다. 박을섭과 신희주가 험악한 지경에까지 가자 신사적인 김경모와 고 대표가 박을섭을 데리고 나갑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쾌재를 부르고 있는 후보가 있었으니 바로 장일준입니다. 왜냐하면 박을섭 후보의 스캔들공개는 그의 선거캠프에서 저지른 짓이기 때문입니다. 스캔들 한 방으로 박을섭 후보를 물 먹이고 신희주 후보와 싸움을 붙이게 만들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이를 보면 장일준은 <대물>의 강태산(차인표 분)보다도 더욱 상대후보의 비리와 스캔들을 활용하는 흑막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군가 아들 정성민(성민 분)에게 메일로 보내준 김경모 후보의 비리는 나중에 판이 커진 후 이용하려고 비축해둔 상태이거든요. 장일준은 나중에 차례대로 정적들을 하나 하나 제거해 나갈 것입니다.  


 

《관련 참고자료》 장일준-유민기 부자의 대화록


장일준이 유민기에게 스스로 아버지라고 밝힌 다음 두 사람의 대화록을 보면 정말 유민기가 얼마나 시한폭탄인지 알게 되고, 왜 장일준이 그를 캠프로 불러들인 것인지 의문이 들 것입니다.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를 위해 대화 내용을 소개합니다.   

 
먼저 자신이 아버지라고 밝힌 장일준이 말문을 엽니다. 
"자네 어머니에 대한 소식은 들었네! 그녀는 정말 따뜻하고 아름다운 여자였네! 그 바닷가 색깔처럼 맑은 여자였지! 1982년이었어! 난 감옥에서 형을 잃고 나와 떠돌아 다니던 시절, 삶에 아무런 희망이 없던 시절이었지. 세상은 깜깜하고 내 앞길은 더 어두웠어. 그 때 전국을 떠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에 간 곳이 가의도야. 그곳에서 정혜를 만났네. 내 나이 스물 둘, 정혜는 스물이었지. 우린 서로에게 운명처럼 이끌려 사랑을 했네. 너무나도 짧은 사랑이었어. 그리곤 자네가 태어난 거야! 충격이 큰 것은 짐작하네! 나머진 다음에 하도록 하지."   

유민기는 장일준과의 단독 식사자리에서 왜 어머니와 결혼하지 않았는지 묻습니다.
"내가 말 했잖아! 그건 너무 짧은 사랑이었다고. 그 때는 정상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그런 저가 태어난 것도 몰랐습니까?"

"나중에 알았다."
"나중에 언제 말입니까?"

"독일에서 돌아 왔을 때 내 누님한테 들었다. 내가 독일에 있을 때 내 누님을 찾아간 적이 있었던 모양이야."
"그럼 그땐 이미 결혼을 하셨군요. 아무리 그래도 한번쯤은 찾아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의원님 자식을 낳은 사람인데 양심에 걸리지도 않았어요? 제 어머니 얼굴은 기억하십니까? 보세요! 이 여자가 당신을 평생 잊지 못하고 섬에 갇혀 살았던 여자입니다. 왜 결혼하기 전에 찾지 않았습니까? 의원님 자식까지 낳았으면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 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나는 감옥에서 내 형을 잃었다. 설마 사형 당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죽고 말았어! 형은 24살이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젊은이를 국가가 죽인 거지. 그 충격 때문에 방황하던 시절에 네 어머니를 만났지만 그기에 안주할 수는 없었다. 내게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그럼, 어머니의 인생은 뭡니까? 한평생 의원님을 잊지 못하고 살았으면서 자식한테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려주지도 못하고 그렇게 눈감은 제 어머니 인생은 뭡니까?"

"솔직히 말해 네 어머니는 착한 여자였지만 영리한 여자는 아니었다."
"뭐라고요?"

"영원한 사랑이란 감동적일지 몰라도 그건 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었어! 너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네 어머니가 널 낳은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러니까, 의원님한테 우리 어머니는 뭐였습니까? 도피 중에 만난 노리개였어요? 잠깐 즐기고 난 후 생각하지도 말아야 할 그런 대상이었습니까?"

"흥분하지 말라! 우리는 단지 갈 길이 달랐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래 전에 네 어머니를 잊었다.  네 어머니도 그랬어야 했어!"
"예, 그랬었겠지요! 재벌가의 외동딸을 만났는데 어머니를 기억하면 안됐었겠지요! 그런 분이 이제 와서 왜 절 찾으셨어요? 그냥 끝까지 모른 채 살지 이제와서 밝힌 이유가 도대체 뭐냔 말입니다!"

"내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너는 내게 남겨진 빚이고, 그리고 내가 말한 데로 아들한테는 아버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지!"
"필요 없습니다. 저한테 처음부터 아버지란 존재는 없었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영원히 없을 겁니다. 그러니 헛소리 그만 하시죠!"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