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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가 20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역시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막판에 엄청난 반전을 숨겨두고 있었네요. 이런 반전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가져오지만 한편으로는 시청자의 예측가능성을 엉망으로 만들기에 우롱 당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 밝혀진 홍 기자-유정혜의 살인 배후

지난번 장일준(최수종 분)을 저격한 배후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부인인 조소희(하희라 분)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이치수(강신일 분) 본부장이었습니다. 이로 미루어 홍윤희 기자를 살해한 배후도 조소희-장일준이 아니라 제3의 인물일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역시 이 예측은 맞았습니다. 조소희가 장롱에서 권총을 꺼내들고 창고로 가서 유민기(제이 분)에게 총을 겨눌 때만 해도 이 배후는 영락없는 조소희였습니다. 장일준이 말리려는 순간 총소리가 났고 세 사람 모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3인의 뒤에 이외의 인물이 총을 겨누고 있습니다. 바로 살인을 저지른 행동대장 황철호 팀장입니다. 이번의 총소리는 그가 유민기를 향해 쏜 것입니다. 즉 조소희는 총을 쏘지 않은 것이지요.

이때 장일준의 장인 조태호(신충식 분) 대일그룹 명예회장이 장일준에게 전화를 걸어 두 명을 죽인 배후가 바로 자신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장일준을 처음 본 순간부터 대통령이 되려는 꿈을 믿었고 그 꿈을 실현시키는데 장애가 될만한 혹을 미리 제거할 필요가 있었으며 이게 자기의 마지막사업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사위에게 이 나라를 강하게 만들라며, 자신의 업보는 자기가 안고 가겠답니다. 따라서 장일준에게는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만 달려가도록 당부하고는 전화를 끊습니다.

위 두 사람의 살인배후가 조태호 회장임은 충격이지만 그래도 조소희가 아닌 것은 천만 다행입니다. 아무리 정치권이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썩은 곳이지만 앞으로 대통령부인이 되고자 하는 인물이 살인교사를 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장일준은 장인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느끼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간호원은 이미 30분전 퇴원했다고 합니다.

한편 조태호는 황철호 팀장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공항으로 가느냐는 황 팀장의 말에 그는 강원도 별장으로 가자고 합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조 회장은 피로회복제라며 음료수 병을 황 팀장에게 건네줍니다. 그런데 그 음료수에는 수면제가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 때 조태호는 지옥에 가서 죽은 사람에게 사죄하겠다고 장일준에게 전화를 합니다. 졸음을 느낀 황 팀장은 운전대를 놓았고 자동차는 결국 언덕 아래로 추락하여 화염에 휩싸입니다. 살인의 행동대장이었던 황 팀장도 조 회장과 함께 이렇게 생을 마감합니다.



▲ 조태호 추모열기 속에 막판 역전한 장일준 후보  

장일준은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자기대신 감옥에 간 이치수 본부장의 질타가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죽은 형의 목소리도 들리는 듯 합니다. 또한 장인이 남긴 말도 뇌리에 박혔습니다. 아들 유민기마저 죽은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말라고 합니다. 



1) 장일준이 유민기를 캠프에 부른 이유  

유민기는 장일준의 숨겨둔 아들입니다. 대통령후보에게 숨겨둔 아들이 있음은 정말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핵폭탄의 뇌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일준이 유민기를 곁에 부른 것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답니다. 자신이 대통령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날 첫사랑이었던 유정혜가 의문의 가스폭발사고로 죽자 그는 누군가 고의로 그녀를 살해했음을 직감했습니다. 장일준은 아들에게 정혜는 정말 좋은 여자였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먼저 떠나라고 제의했다며 그녀를 회상합니다.  




2) 부부간의 앙금을 푼 조소히-장일준

조소희는 담담한 마음으로 장일준에게 그 여자를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는지 묻습니다. 장일준은 변명대신 그렇다고 합니다. 다만 그녀는 싸우는 여자가 아니어서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손잡고 함께 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대신 조소희 당신은 내 야망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여자로서 그는 넘치도록 사랑했다고 말합니다. 조소희는 마지막 순간 정말 유민기를 총으로 쏠 수도 있었다며 그 동안 아팠던 속내를 드러냅니다. 지금까지 상대방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마음의 앙금을 푸는 모양새입니다. 유민기도 조소희에게 집에서 칩거하지 말고 캠프로 나와 장 후보를 도우라고 권유합니다. 내가 밉지 않느냐는 조소희의 질문에 유민기는 "상대를 증오하지만 용서하라고 배웠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네요.      



3) 해프닝으로 끝난 장일준 저격 자작극 뉴스

장일준에 대한 뿌리깊은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백찬기(김규철 분)는 장일준 저격사건이 자작극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를 폭로하려 했지만 청와대도 한대훈 후보도 이는 말도 안 되는 저질행위라고 만류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장일준을 흠집 내려는 백찬기는 단독으로 이 사실을 언론에 흘렸지만 여론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장일준 캠프의 공보팀장인 오재희(임지은 분)는 이번 자작극 뉴스는 상대후보에 대한 비겁한 중상모략이며, 이런 음해와 모략보다는 정책선거를 하자고 받아칩니다. 대일그룹 조태호 명예회장이 사망한 뒤라서 이번의 폭로는 그냥 흐지부지되고 맙니다. 오히려 백찬기는 한대훈(정동환 분) 후보에게 바가지로 욕을 먹고는 쫓겨납니다.      





4) 실패한 이수명 대통령의 야당후보 지원작전

청와대를 찾아간 백찬기에게 이수명(정한용 분) 대통령은 장일준을 제지할 비책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게 뭔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선거 3일을 앞두고 마지막 TV토론에서 사회자와 패널(질문자)을 조종한 것입니다. 공정성을 유지해야 할 사회자와 질문자는 한대훈 후보에게는 덕담을 하는 대신 장일준 후보에게는 곤란한 질문을 한 후 해명할 답변도 듣지 않고 그냥 말을 잘라버립니다. 삼척동자라도 이번 TV토론이 편파적이었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장 후보를 낙방시키려는 이수명 대통령의 꼼수가 오히려 유권자의 반발을 사서 장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합니다.


 

▲ 모두가 떠난 상처뿐인 영광 안은 외로운 대통령

드디어 투표가 끝나고 출구조사결과 장일준은 오차범위내인 4.2% 차이로 한대훈에게 뒤집니다. 개표가 진행될수록 몇 차례 역전을 거듭하던 득표율은 장일준에게 막판 몰표가 쏟아져 결국 당선됩니다.

이제는 정권인수위원회를 구성할 차례입니다. 대선 캠프에서 대통령 만들기에 고생한 사람들은 당연히 인수위로 가야합니다. 그런데 제일 먼저 오재희-윤성구(이두일 분)가 합류를 거절합니다. 두 사람은 장일준에게 캠프의 제1계명을 위반했다며 서로 연애를 했기에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합니다. 사실 백찬기와 이혼한 오재희는 윤성구와는 사사건건 충돌하는 앙숙이었습니다. 그런데 싸우면서 정이 든다는 말은 빈말이 아닙니다. 둘은 어느 새 상대를 아끼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막판 선거 와중에서도 오재희는 윤성구에게 기습키스를 합니다. 왜 좋아한다고 말을 못하냐며, 꼭 여자가 먼저 이야기해야 하느냐고 한방 먹입니다.

다음은 선거전략가 기수찬(김흥수 분) 입니다. 그는 자신은 야전에 적합한 인물이기에 청와대에서 근무할 체질은 아니라며 인수위 합류를 거절한 것입니다. 특히 그는 사람 죽는 거 보는 선거는 더 이상 보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제는 유민기 차례입니다. 그는 선거가 끝났기에 제작한 다큐 CD를 장일준 당선자에게 전해주고는 처음으로 장일준을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그의 아들 성민은 지난번 유민기가 자신의 이복형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이치수 본부장은 비자금 사건의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 있습니다. 이제 그의 곁에는 아내 조소희와 양녀 장인영(왕지혜 분)밖에는 없습니다. 상처뿐인 영광입니다. 대통령 자리에 앉은 그의 모습이 참으로 쓸쓸해 보입니다.



▲ 프레지던트 종영, 우리 정치권이 반성할 점

주인공 장일준은 처음부터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하는 형국이었습니다. 초반 지지율은 새물결미래당의 대통령후보 4명 중 김경모, 신희주, 박을섭에 이에 꼴찌였습니다. 그런데 이를 하나 하나 무너뜨리고 드디어 대권을 쟁취했습니다. 이 와중에서 수많은 사건이 발생합니다.

대부분은 장일준이 몰랐지만 그래도 주변인물이 저지른 사건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은 있을 것입니다. 선대본부장 이치수는 장일준을 저격하여 동정심을 불러일으켰고, 아내 조소희는 친정으로부터 비자금을 제공받아 선거지금으로 사용했으며, 장인 조태호는 장일준의 첫사랑 유정혜와 이를 폭로하려는 홍윤희 기자를 살인교사 했습니다. 한 가지라도 밝혀지는 날 장일준의 정치생명은 끝입니다. 또 장일준은 국민과 당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비리는 측근이 저질렀지만 장일준은 권모술수와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입니다. 솔직히 이런 사람은 현실적으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되어서는 아니 됩니다.

<프레지던트>는 잘 만든 드라마입니다. 그렇지만 시청률은 한 자리 숫자에 머물고 맙니다. 타이밍 상으로 <대물>이 흥행한 막판에 선을 보여 중복된 데다가 현실정치보다도 더욱 심한 이전투구로 정치권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을 식상하게 한 것도 시청률 부진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직 대통령의 과도한 선거개입과 부패정치인인 처남을 차기정부의 국무총리로 만들려는 그릇된 집착도 정말 꼴볼견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이 드라마처럼 더러운 정치대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정치를 펼치기 바랍니다.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이런 소망이 연목구어(緣木求魚)는 아니겠지요?  드라마를 만든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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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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