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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은 쇼핑명소를 꼽으라면 아마도 남대문시장과 인사동일 것입니다. 특히 인사동은 도심에 위치하여 경복궁 등 고궁과 연계해서 관광을 즐길 수 있어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환승객(통과여객)을 위한 단시간의 관광코스를 마련했는데, 경복궁-국립민속박물관-인사동-청계천을 경유하는 4시간 코스의 상품이 인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사동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다른 지역이나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그 차별성을 별로 발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외국인이 한국의 인사동을 방문할 경우 이곳에서 구입한 상품은 몇 가지 종류만이라도 다른 지역에서는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대표성과 희소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매우 안타깝습니다. 글쓴이가 20년 전 스위스 융플라우에 올랐을 때 스위스의 특산품인 휴대용 칼(일반적으로 스위스 군사용 칼이라고 함)을 한 개 구입했습니다. 이 상품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스위스 전역에서 판매되지만 융플라우에서 구입한 칼은 제품에 <융프라우요흐 3,454m>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고, 가격도 조금 비쌌습니다. 그런데도 관광객이 이를 구입하는 것은 이 칼은 오로지 산악열차를 타고 융프라우 꼭대기에 오른 자만이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융프라우요흐가 새겨진 스위스 칼(위)과 일반 제품의 칼 
 


인사동의 경우 또 다른 문제는 상품의 질입니다. 특히 요즈음은 중국제품이 판을 치고 있고, 인사동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경우 몇몇 가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국 및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국가의 제품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 제품도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겠지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으로서는 한국에서 만든 상품(Made in Korea)을 선호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인사동의 한국전통문화공예품 전문점인 <아리랑 명품관>은 일부제품을 제외하고는 판매상품의 90% 이상이 한국산 제품입니다.




<아리랑 명품관> 대표 유재만 씨(63세)는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며, 한 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이태원지역이 옛 명성을 잃은 것도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제품의 수입과 가짜상품이 범람해 상인 스스로 품격을 저하시킨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약 27년 전부터 인사동에 발을 들어놓은 이래 이 지역의 문화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유 대표는 "외국인고객을 우롱하는 호객행위를 없애고 바가지상혼을 근절시키기 위해 정찰제 실시로 우수한 한국제품을 안심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며, 철저한 A/S도 보장"한다고 역설합니다. 이게 바로 그가 한국산을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아리랑 명품관 대표 유재만 씨  






명품관 내 2층에는 한국 재즈의 선구자이자 타악기 명인 흑우(黑雨) 김대환(1933-2004) 선생을 기리는 미각(微刻)박물관이 있습니다. 김대환은 드럼의 명인일 뿐만 아니라 미세서각(微細書刻)의 권위자이며, 서예의 대가이기도 합니다. 미세서각이란 이름그대로 매우 작은 물체에 글씨를 조각하는 것을 말하는데,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정교한 조각을 말합니다. 여수(如水) 김대환은 1990년 쌀 한 톨에 반야심경 283자 전문을 새겨 넣어(기네스 북에 등재) 세계를 놀라게 했던 장인입니다. 현장에 비치된 현미경을 통해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는 생전 이곳에서 작업을 했으며, 지금도 뜻 있는 인사들이 모여 그를 기리기 위한 공연을 가끔 연다고 합니다.



고 김대환 선생


김대환의 글씨


인사동에 나들이를 갈 경우 쌈지길도 물론 명소지만 아리랑 명품관에 들러 한국공예품을 살펴보고, 또 김대환의 작품세계에 관심이 있는 방문자는 2층 미각박물관에서 그의 체취와 혼을 느껴보는 것도 매우 뜻깊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 아리랑 명품관 주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 165번지
▲ 아리랑 명품관 전화 : 02-73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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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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