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어룡산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주흘산과 성주봉
 


경북 문경은 명산의 고장입니다. 문경명산 가이드(
http://sanbut.com/noname4.htm)에 올라 있는 산만 따져도 59개에 이릅니다. 오늘 답사하는 작약산과 어룡산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작약산(芍藥山, 774m)은 문경시 가은읍과 상주시 은척면의 경계에 위치한 산으로 작약의 꽃봉오리 같이 아름답다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어룡산(魚龍山, 617m)은 경북팔경 중 제1경인 진남교반을 사이에 두고 오정산(804.9m)과 마주보고 있는 산입니다.

산행들머리는 작약산 남쪽의 윗수예마을입니다. 마을회관에서 발걸음을 옮기자 가옥의 대부분이 사람이 살지 않는 빈 가옥이군요. 농촌의 이농현상을 실감합니다. 아카시아향기를 물씬 맡으며 포근한 길을 걸어가노라니 어느 듯 작약산 상봉(770m)입니다. 상봉에서는 반드시 약 50m 거리에 위치한 거북바위를 꼭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거북바위에 올라야 북동쪽으로  희양산을 비롯한 문경의 명산 줄기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예리마을회관

 

 마을의 빈 집

 아카시아

 작약산 표석

 

 거북바위

 희양산(좌측)과 주흘산(우측 끝)

 

상봉으로 되돌아와 동쪽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 둥굴레와 은방울꽃을 보며 부지런히 가노라니 또 작약산(774m)이라는 정상표석이 나타납니다. 등산지도엔 이곳을 작약산 시루봉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둥굴레

 은방울꽃

 작약산(시루봉) 표석

  

잘 정비된 헬기장을 지나 숲 사이로 지나온 시루봉을 돌아보니 뾰족한 암봉이로군요. 이제 등산로는 북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돌탑이 놓여진 640봉(은점봉)을 지나 내려서니 임도인데, 이곳에는 6.25전사자 유해발굴 기념지역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가야할 어룡산 일대는 6.25발발 후 국군6사단과 수도사단이 북한군 제2군단을 상대로 7회에 걸쳐 탈환작전을 펼치며 낙동강 방어전선을 구축하였던 격전지로 국군이 많이 희생된 곳이랍니다. 지난해 유해발굴사업을 벌여 75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하네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등산로 주변 곳곳에 유해발굴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헬기장

 지나온 시루봉

 은점봉 돌탑

 임도의 전사자 유해발굴 안내문

 유해발굴흔적 

 

다시 숲 속으로 진입하여 조금 더 가니 조봉(674m)입니다. 조봉에는 산불감시초소만 있을 뿐 아무런 이정표가 없습니다. 일행 중에서 등산매니아인 P씨가 이정표를 만들어와서 나무에 걸어놓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조봉에서 어룡산으로 가는 길은 지도상으로 거리는 가까워 보이지만 길이 희미하여 찾아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산불감시초소



 
문제는 임도에 도착하였을 때입니다. 선두그룹은 임도에서 약간 오르막인 우측으로 방향을 꺾었다가 다시 북쪽의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숲 속 길이라는 게 과거 심마니나 약초꾼이 다닌 길인 듯 매우 희미합니다. 때로는 길 없는 길을 가기도 하고 또 때로는 희미한 길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글쓴이가 제일 싫어하는 알바가 시작된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숲 속이라 가야할 능선이 잘 안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모두들 나름대로 나침반과 등산지도를 꺼내 방향을 확인했지만 어룡산 가는 길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 때 등산객 1명이 테이블릿 PC를 꺼내 현 위치를 확인하고는 북쪽으로 내려섭니다. 그런데 북쪽으로 능선이 아니라 자꾸만 고도를 낮춥니다. 분명히 길이 잘 못 되었음을 인식한 사람들은 그제야 뒤로 돌아서서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오릅니다. 그러고는 아까 통과했던 임도로 다시 나옵니다.

 임도에서 우측으로 가는 등산객(실제로는 좌측으로 가야함)

 

임도에서 이번에는 반대로 좌측으로 걷습니다. 조금 걸어가니 어룡산으로 오르는 분명한 사잇길이 보입니다. 이정표는 없지만 육감으로 확신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지적할 게 있습니다. 처음에 임도에서 좌측으로 갔으면 고생하지 않았을 것을 우측으로 가는 바람에 무려 1시간 20분을 알바했습니다. 아는 길을 가는 것보다 알바를 하다보면 심리적이 부담도 있어 더욱 피로합니다. 비록 조봉에서 어룡산으로 종주를 하는 등산객의 숫자가 적다고 할지라도 관할 문경시에서 임도에 어룡산으로 가는 이정표만 하나 세워두었더라면 이방인이 이렇게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외지 방문객에 대한 관할행정당국의 배려가 무척 아쉽습니다.

어룡산(617m)에 오르니 북쪽으로 중부내륙고속도로 너머 문경의 지붕이라는 주흘산과 희양산 다음으로 암산이라는 성주봉과 운달산이 한 눈에 조망됩니다. 바로 옆에는 뇌정산(991m)이 우뚝합니다. 거침없는 조망에 알바하면서 힘들었던 마음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입니다.

 어룡산

 주흘산과 성주봉 조망

 뇌정산

 오른쪽이 오정산(?)


이제는 하산할 차례입니다. 하산길은 길도 분명하고 위험한 구간도 없습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야생화 백선을 자주 만납니다.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고 내려오니 고모산성휴게소입니다. 오늘 산에서 7시간 반 이상을 보냈습니다. 사실 글쓴이는 발가락 티눈이 악화되어 장시간 산행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당초 산악회에서는 4시간 산행이라고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아도 거리가 멀어 도저히 4시간에는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작약산과 어룡산은 미답의 산이라 그냥 용기를 내었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1시간 20분 알바까지 했으니 아픈 발가락 때문에 더욱 힘든 산행이 된 것입니다.

 백선

 고모산성 휴게소
 


원래 작약산과 어룡산은 각각 별도로 올라야 할 산입니다. 등산로로 그렇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준족들은 작약산-조봉-어룡산을 연결하는 이 정도의 산행은 누워서 떡 먹기로 생각합니다. 여하튼 이들 산의 종주는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가이드가 반드시 필요하며, 어느 정도 체력에 자신이 있어야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이번처럼 작약산에서 시작해 조봉을 거치는 경우 중간에 탈출로가 없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1년 5월 29일 (일)
▲ 등산 코스 : 윗수예마을 마을회관-작약산 상봉-거북바위(왕복)-작약산(시루봉)-헬기장-은점봉-임도
                    -조봉-임도-어룡산-고모산성휴게소

▲ 등산 시간 : 7시간 35분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