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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택비 역의 오연수

역사는 백제가 멸망한 해를 668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계백>을 보면 백제는 망할 수밖에 없는 나라로 보여집니다. 지금 극이 진행되는 시기는 612년인데, 이 때부터 임금(30대 무왕)의 장인인 외척 사택적덕(김병기 분)은 커다란 세를 규합하여 임금의 발목을 움켜잡아 아무런 결정도 못하는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고, 둘째 왕비 사택비(오연수 분)는 백제인순혈주의를 내세워 신라공주로서 무왕에게 시집온 첫째 왕비 선화왕후(신은정 분)와 그 아들 의자를 죽이려고 위제단이라는 살인특공대까지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사택비 일파는 무왕(최종환 분)의 절친한 친구이자 선화-의자 모자의 호위무사인 무진(차인표 분)에게 신라의 세작(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우고는 옥에 가두고, 선화-의자를 신라로 축출하는 만행을 벌입니다. 복면을 하고 옥사에 들어와 신하인 무진을 탈옥시킨 이는 다름 아닌 무왕입니다. 일국의 왕이 간수들을 처치하고 신하를 구하는 이런 나라가 왕권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탈옥한 무진과 함께 마차를 타고 도망가다가 목적지가 신라임을 알게 된 선화왕후는 자결을 함으로써 한 많은 생을 마무리합니다. 이후 무진의 아들 계백이 아무리 출중하고 애국심이 뛰어난 무장이라고 할지라도 조정의 대신들이 임금에게 등을 돌린 이 나라가 온전할 리가 없겠지요. 이 모두가 사택비의 오만과 투기심의 결과입니다.

 

▲ 복면을 한 채 신하를 구하는 임금

조용하게 무진을 부른 사택비는 자신이 정을 준 남자는 오로지 무진뿐이었다며 지금까지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하지만 무진은 이미 잊은 지 오래되었기에 못 들은 것으로 하겠다며 돌아섭니다. 사택비는 이를 갈며 반드시 무진을 자기의 옆에 두되 평생 후회하도록 만들겠다며 복수를 다짐합니다.

사택비의 수하인 장군 하나가 스님을 세작혐의로 체포했는데 그는 고구려에서 온 세작(간첩)이라고 자백합니다. 그런데 수하는 이 세작에게 답변만 잘 하면 목숨을 살려 주겠다고 회유합니다. 이리하여 그는 졸지에 고구려 세작에서 신라의 세작으로 둔갑하고 맙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사태는 엄청 커졌습니다. 선화왕후는 자신과 의자를 위해 신라세작과 내통한 것이 되었고, 무진은 이를 중간에 연결시켜준 공범으로 둔갑한 것입니다.

선화왕후와 왕자 의자는 각 방으로 격리되었고, 무진은 옥사에 갇혀 모진 고문을 당하며 온갖 고초를 겪습니다. 태형을 가하며 공범을 밝히라는 사택비의 심복에게 무진은 "사택적덕과 사택비가 공범"이라고 일갈합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무왕은 장인인 사택적덕에게 무릎을 꿇고는 무엇을 원하는지 애원합니다. 도대체 일국의 왕이 대신들의 수장에게 휘둘리다니 참으로 한심하고 놀라운 일입니다. 임금이 이번 사태는 모함이라고 하자 사택적덕은 "사군부에서 오래도록 조사한 사안이며, 공명정대한 좌평 왕효린(김진호 분)이 잘 처리할 것"이라고 합니다. 임금은 불쌍한 선화왕후를 죽이지 말라고 호소합니다.

가증스런 사택비는 옥사로 무진을 찾아옵니다. 그녀는 "신라세작이 죽었으므로 이제 증언을 번복할 수 없다. 난 당신을 살리려 왔다. 이번 일은 선화왕후가 시킨 일이라고 자백하라. 당신의 선택에 따라 태어날 당신 아이는 젖 한번 물지 못할 수도 있다"고 협박합니다.

한편, 정사암회의에서는 선화왕후를 참(斬)하기로 결정합니다. 회의의 결정내용을 궁금해하는 무왕에게 사택비는 참하기로 했다며, 선화 모자를 살리는 길은 둘을 신라국경으로 보내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선화모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무왕도 이에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택비는 선화모자를 마차에 태운 채 궁에서 쫓아냅니다. 잠시 후 복면의 사내가 옥졸들을 제압하고 감금된 무진의 옥사로 가서 문을 엽니다. 글쓴이는 무진을 죽이기 위해 위제단이 출몰한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지만, 놀랍게도 복면의 사나이는 바로 무왕입니다. 이토록 한심한 나라가 세상에 있을까요?

신하인 무진과 왕비인 선화공주 그리고 왕자인 의자를 살리려는 임금의 심정은 이해되지만 임금이 복면을 하고 신하를 구한다는 설정이 너무나도 황당하여 하는 말입니다. 차라리 임금이 심복을 시켜 탈옥토록 조치했더라면 좀더 나은 모양새가 되었을 것입니다. 탈옥한 무진은 집으로 가서 만삭의 아내를 말에 태우고는 선화왕후의 마차를 따라잡습니다.


 


▲ 여자의 투기심이 낳은 비극-선화왕후의 자결과 의자의 복수심 

그런데 사택적덕은 딸 사택비에에 왜 선화와 의자를 살려주었느냐고 못마땅해 하는데, 사택비는 그들은 영원히 백제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며 안심시킵니다. 다음 순간 사택비는 무진이 파옥하여 도망갔다고 하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위제단을 동원해 함께 뒤쫓습니다. 무진 이 앞에 나타난 사택비에게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극언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사택비는 무진의 뺨을 때립니다. 이들의 대화를 들은 선화왕후는 밖으로 나와 "난 신라에서 태어났지만 영원한 백제사람"이라며 신라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죽겠다면서 단도를 꺼내 자결하고 맙니다. 한 많은 한 여인의 삶은 이렇게 비극으로 끝납니다.

선화는 죽기 전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보관하라며 팔찌 비슷한 물건을 급히 의자에게 건네주었는데 선화를 가매장하고 무진이 떠나려하자 어린 의자는 자기는 즉시 아버지가 있는 궁으로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그는 그 이유로 3가지로 말합니다. 첫째 나중에 어머니 시신을 잘 모셔야 하고, 둘째 반드시 백제의 황제에 오를 것이며, 셋째 오늘의 사태를 저지른 자들을 도륙내겠다는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이와 같은 모진 결심을 한 의자가 나중에 왕이 되었을 때 왜 향락에만 빠졌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의자는 어머니가 전해준 증표를 무진에게 건네주며 후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후 헤어집니다. 무진은 아내와 함께 필사적으로 도망가지만 여러 명의 위제단 패거리에게 포위당합니다. 아물 무예가 출중한 무진이지만 옥사에서 온갖 고초를 겪은 후라 살수들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바위벼랑 위에서 싸우다 위제단 두목인 귀운(안길강 분)으로부터 팔에 부상을 당한 무진은 급한 김에 아내를 안고는 바위벼랑으로 뛰어 내립니다.

그런데 이들의 생사여부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웅은 위급상황에서는 언제나 강이 흐르는 천길 낭떠러지로 뛰어 내리지만 모두 살아났거든요. <동이>에서 동이의 수호천사였던 차천수(배수빈 빈)도, <광개토태왕>에서 후연의 책사 풍발의 기습공격을 받은 담덕왕자(이태곤 분)도 모두 무사(?) 했습니다. 무진의 아내는 비록 만삭의 몸이지만 이런 곳에서 뛰어내리고도 유산도 하지 않은 채 계백을 낳을 것입니다. 드라마는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 그냥 이런 장면은 패스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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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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