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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택비 역의 오연수



▲ 사택비의 함정에 초토화된 의자 지원세력

무왕의 후궁이자 사택가문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사택비(오연수 분)가 제갈공명보다도 더 높은 경지의 지략가인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제15회에서 벌인 그녀의 속임수(함정)에 제16회에서 무왕(최종환 분)과 연문진(임현식 분) 그리고 의자(조재현 분) 진영은 초토화되었고, 의자를 살리기 위해 연문진은 계백(이서진 분)의 손에 목이 날아갔으며, 의자는 불가에 출가하여 속세를 떠났습니다. 또 연문진의 편에 섰던 두 귀족인 병관좌병 진국(순동운 분)과 내두좌평 백은(정한헌 분)은 참수당했습니다.

글쓴이는 제15회 시청소감의 제목을 "초읽기에 들어간 사택가문의 몰락"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어전에서 사택적덕(김병기 분)의 심복인 내신좌평 기미(김중기 분)가 부정부패의 원흉으로 사택적덕을 지목하자 이에 책임을 지고 사택적덕이 대좌평에서 물러납니다. 노회한 정객 연문진이 대좌평으로 복귀하여 사택적덕을 취조하자 충격을 받은 사택비가 실신하였고, 계백과 문근(김현성 분)은 위제단 본부를 급습하여 두목만 남기고 모조리 궤멸시킵니다. 그리고 두 귀족이 사병을 동원하여 연문진 편에 서는 등 어느 모로 보아도 사택가문의 몰락은 눈에 보이는 듯 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택비의 호위무사가 된 계백이 왕궁으로 사택비의 방에 이르렀을 때 방안에서 사택비 부녀와 내신좌평의 말을 엿들은 것입니다. "두 귀족과 연문진이 무덤으로 오고 있으며, 내신좌평 기미를 버린 것은 반대세력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속임수"라고. 계백은 비로소 이 모두가 계략임을 알게 된 것이지요. 계백은 급히 은신처의 의자에게 연락해 입궁을 막았고, 웅진으로 떠난 무왕에게 빨리 환궁할 것을 알렸지만, 그가 궁의 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연문진과 두 귀족이 병력을 이끌고 입궁한 후입니다. 연문진 일행은 입궁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사택비가 동원한 병사들에게 찍소리 한번 못한 채 생포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연문진은 "하늘이 우리를 버린다"며 한탄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죄인의 국문장에서 사택비의 수하는 연문진의 집에서 찾아낸 회맹록(會盟錄)을 사택비에게 전합니다. 회맹록은 거사를 도모하면서 맹약을 하고 이름을 기록한 서책입니다. 이제 연문진과 의자는 속절없이 죽을 판입니다. 사택비는 호위무사 계백에게 연문진을 참수 할 것을 지시했는데, 이 상황에서 계백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계백은 연문진의 목에 칼을 들이  대고는 나지막하게 말합니다. "현재 따님은 무사하다. 대좌평 이름은 잊지 않겠다. 먼 훗날은 우리에게 맡기고 부디 편히 가라!"

그런데 이 장면은 사실 좀 억지입니다. 일반적으로 사극에서 대역죄인에게는 사약을 내리거나 참수하더라도 별도로 마련한 장소에서 망나니를 동원하여 처리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번 연문진의 경우 국문장에서 호위무사를 내세워 처단한 것은 호위무사(사택비는 계백의 정체를 모르는 상태)의 충성심을 시험하려는 사택비가 과도한 욕심을 부린 무리수라고 보여집니다. 또한 계백이 연문진에게 이런 말을 속삭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이게 첫 번째 옥의 티입니다.



 

▲ 의형제맹세로 충성스런 무장 3명을 얻은 의자

사택비로서는 비록 의자가 이번 반역에 가담했다고는 하나 무왕이 버티고 있어 의자를 공개적으로 죽이려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 대신 사택비는 의자의 처인 연문진의 딸 연태연(한지우 분)을 찾아 죽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무왕은 의자를 불렀지만 의자는 그럴 수 없다고 반발합니다. 은신처로 돌아온 의자는 계백과 성충(전노민 분) 그리고 흥수(김유석 분) 앞에 무릎을 꿇고 "내가 어떻게 해야 연태연을 살릴 수 있는지 도와달라"고 애원합니다.

궁으로 돌아온 의자는 무왕과 사택비, 사택적덕 그리고 교기(진태현 분)가 있는 앞에서 미암사 주지스님의 출가요청을 허용해 달라는 서찰을 내 놓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겠다. 이제 백제의 왕자는 교기뿐"이라고 말합니다. 상투를 자르고 승복으로 갈아입은 의자는 계백과 성충 그리고 흥수에게 자신의 심정을 담담하게 고백합니다. "지금까지 살고자 하는 맹세를 했지만 오로지 복수에 대한 일념뿐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따라서 나는 백제의 황제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이에 동료들은 처자식을 지키지 못한다면 누구도 지킬 수 없다고 맞받아 칩니다. 의기투합한 네 사람은 손가락에 피를 내어 큰 주발에 담은 후 이를 휘저어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는 의식으로 의형제를 맺습니다. 이렇게 하여 의자는 충성스럽고 용맹스런 신하 세 사람을 얻게 됩니다. 다만 손가락에 피를 내는 장면과 서약을 하는 장면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매우 지루한 느낌을 준 것은 두 번째 옥의 티입니다.

사택비는 팔관지법의 축일을 맞아 평소에 가던 사찰대신 미암사로 갑니다. 의자가 승려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사찰에서는 사택비일행을 반갑게 맞이하는데, 명진스님으로 분한 의자도 서 있습니다. 문제는 임신한 연태연이 출산의 고통에서 신음하고 있는데, 이 사실을 사택비가 눈치챌 까봐 조마조마하군요.


 


▲ 형제간도 알아보지 못하는 머리 나쁜 계백과 문근

마지막으로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을 지적하겠습니다. 계백이 위제단 본부를 습격하여 초토화시켰을 때 도착한 문근(김현성 분)일행도 남조(조상기 분)를 죽이기 위해 함께 싸웠습니다. 부상당한 귀운(안길강 분)이 도망치고 싸움이 끝나자 계백은 문근에게 "누군지 모르나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넵니다. 그러자 문근은 "앞으로는 내 일을 방해하지 말라"고 까칠하게 응수합니다. 이에 계백은 말이 거칠다고 반문하는데 이렇게 말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서로 칼을 빼어들고 힘 겨루기를 합니다. 그런 다음 문근은 "앞으로 또 방해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경고하고는 자리를 떠나 더 이상의 충돌은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두 사람은 형제인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까요? 누구도 복면을 쓰지 않은 맨 얼굴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둘은 비록 의붓형제이기는 하나 문근은 어머니가 자신보다도 계백을 더 잘 챙겨주는 게 항상 불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나타난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계백은 그 당시에 일어났던 모든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고, 문근도 어머니를 해친 남조를 분명히 기억합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대화까지 나누었으면서도 형제임을 알아보지 못한 것은 제작진의 실수라고 판단됩니다. 차라리 싸움이 끝난 후 서로 어디서 많이 본 기억이 난다며 그냥 헤어지는 게 한결 자연스러웠을 것입니다. 이게 세 번째 옥의 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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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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