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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혜공주 역의 홍수현

언젠가 어느 블로거가 <공주의 남자> 등장인물 중 가장 불행한 커플은 제1주인공인 김승유(박시후 분)-이세령(문채원 분)이 아니라 경혜공주(홍수현 분)-정종(이민우 분) 커플이라고 지적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이번 제22회를 시청한 후 이 지적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정종이 순간적인 실수(거사용 격문을 가지고 있다가 신면에게 발각된 일)로 참형을 당해 경혜의 곁을 영영 떠나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들 부부의 애절한 사별은 참으로 애통하였고, 지아비를 저승으로 보내야 하는 아녀자의 오열은 산천초목마저 울게 만들었습니다.

신면(송종호 분)은 부하가 끌고 온 세령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승유에게 빨리 나오라고 소리치지만 세령은 승유가 이미 떠났다고 힘주어 말하는데 경혜와 정종이 세령을 막아섭니다. 이런 틈을 이용해 승유는 화살을 신면의 가슴에 명중시키지만 보통 때는 한발의 화살에도 픽픽 쓰러지는 인물들이 왜 주인공일 경우에는 이다지도 강한지 신면도 약간 비틀거리기만 했을 뿐 말짱합니다. 드디어 승유가 모습을 드러내자 송자번(진성 분)이 나섰지만 정종이 자번을 막아 승유와 세령은 현장을 벗어나 도망갑니다. 신면은 정종에게 "여인의 치맛폭에 쌓여 목숨을 구걸한 놈"라고 모욕을 주자 정종도 참을 수가 없어 몸싸움을 하다가 그만 정종의 소매에 감추어둔 거사용 격문(檄文)이 땅바닥에 떨어진 것입니다. 이 격문은 거사진행상황을 알리기 위해 승유가 정종에게 보여준 것인데, 정종은 경혜에게 이를 보여주고 안심시키기 위해 감추어둔 것입니다.

 

거사를 위한 금성대군의 직인이 찍힌 격문이 발견되자 이의 파장은 컸습니다. 신면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수양(김영철 분)은 대역죄인인 정종을 내일 능지처참하고 주모자인 금성대군과 역모의 빌미를 제공한 노산군(단종)에게 사약을 내리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옥사를 찾은 신면은 정종에게 "김승유가 널 구하려 올 테니 반드시 승유를 죽이겠다"고 다짐하고는 한성부를 찾아온 경혜에게 신면은 "김승유 거처를 알려주면 부마(정종)를 살릴 수 있다"고 회유합니다.

경혜가 옥사로 나타나자 정종은 "내가 헛것을 본 줄 알았다"며 감격해 합니다. 경혜가 신면을 만났다고 말하자 정종은 "내 처형일은 바로 내일이며, 수양이 날 절대로 살려주지 않을 것이다. 내 죽음은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합니다. 기가 막힌 경혜는 정종의 손을 잡고 임신한 자신의 배에 갖다대며 "살고 싶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그러나 정종은 "죽도록 살고  싶지만 승유마저 죽으면 수양에 대적할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된다"며 경혜에게 "내 참형일을 절대로 알려주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초희(추소영 분)의 발고로 목숨을 건진 조석주(김뢰하 분)는 빙옥관을 폐쇄하고 안전장소로 대피해 있었는데요. 승유가 빙옥관을 찾았을 때 남아있던 왕노걸(윤종하 분)이 그를 안전가옥으로 안내합니다. 경혜도 안전가옥에 합류합니다. 경혜는 세령에게 내일이 부마의 처형일임을 알립니다. 그렇지만 가련한 두 여인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경혜는 세령에게 "신 판관이 기다리고 있으니 김승유가 가서는 아니 된다. 가도 헛걸음이 될 것이다. 부마를 살릴 방법이 없다. 둘 다 없으면 네 아비에 대적할 자가 없다"고 합니다. 잠시 후 경혜는 승유에게 거짓말을 합니다. "오늘밤은 군사들의 경계가 매우 삼엄하다. 수일 내 정종이 기회를 보고 연통을 준다고 했다. 뱃속의 아기를 위해서라도 부마가 살아날 희망을 갖게 되었다"며 승유가 돌발행동을 못하게 안심시킵니다.

혼자 남은 경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오열합니다. 지아비의 죽음이 바로 내일인데 아무런 손도 쓸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슬펐고, 결혼 후 착한 그를 남편으로 인정하지 아니하고 홀대한 게 너무나도 가슴아픕니다. 그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오로지 경혜와 단종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쳐 왔는데 이리 허무하게 보내야 하다니 아녀자로서 억장이 무너집니다. 경혜의 오열에 산천초목도 슬피 울었습니다. 배우 홍수현의 표정과 눈물 연기는 완전히 경혜공주에  빙의되었을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다음날 화장을 곱게 하고 다시 옥사를 찾은 경혜는 마지막으로 정종을 "서방님"이라고 불러봅니다. 그러나 정종은 형장엔 제발 나오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경혜는 뱃속의 아이 때문에 생사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겠답니다. 정종은 "끝까지 마마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아이의 이름을 지은 서찰을 건넵니다. 이들 부부의 생전의 대화는 이걸로 끝이 났습니다.


처형장으로 끌려가던 정종은 신면에게 "승유는 오늘이 내 처형일 인줄 모른다. 난 널 미워했지만 싫어한 적은 없다. 승유나 너나 모두 가엾다"고 했습니다. 사실 가장 가엾은 사람은 졸지에 부마가 되어 제대로 사랑한번 받아보지 못한 채(물론 최근에야 경혜로부터 지아비대접을 받았지만) 죽마고우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정종이지만요. 이게 모든 짐을 홀가분하게 내려놓은 인간의 참 모습이겠지요.

처형장에는 수양뿐만 아니라 대신들도 참관했는데 수양이 하는 말을 한번 들어볼까요? "역모에 뜻을 품은 자의 최후를 똑똑히 보여주고 싶다고." 자신이 계유정난을 일으켜 성공한 것은 역모가 아니고 정종이 자신을 죽이려 하다가 실패한 것은 역모이니 이에 경각심을 주겠답니다. 시쳇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은 세조를 두고 생겨난 말인 듯 합니다.

처형직전 최후진술에서 정종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호통을 칩니다. "수양은 똑똑히 들어라. 비록 내 육신은 갈가리 찢겨 죽으나 혼백은 살아남아 네놈을 꿈속에서도 괴롭힐 것이다. 네 놈 후손 또한 내내 고통을 당하리라."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수양의 장남 숭(권현상 분)은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고 차남 황도 8대 예종에 올랐다가 1년 만에 죽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종은 형장을 찾은 경혜을 보고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날립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 수양을 조롱하고 경혜에게는 남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며 이승을 하직합니다. 그는 능지처참되어 대역죄인으로 목은 높이 효수되고 말았습니다.

 

김종서의 부관이었던 박흥수로부터 정종이 처형장으로 끌려갔다는 소식을 들은 승유가 급히 달려 왔을 때는 형장에 피만 흥건히 고여 있을 뿐 이미 상황은 종료된 이후입니다. 괴로워하는 승유에게 경혜는 "김 직강(승유의 관직)을 살리려 한 부마의 뜻을 저버리지 말고 시신을 수습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효수된 대역죄인의 수급을 수습하는 것도 반역이지만 승유와 그의 동지들은 단숨에 지키는 군사들을 해치우고 정종의 수급을 수습해 묻어줍니다. 짧지만 한 많은 인생을 살아온 정종은 이렇게 하여 한줌의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신면으로서도 당연히 승유가 정종의 수급을 가지려 올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을 텐 데도 별도의 조치가 없었던 것은 친구의 마지막을 편하게 보내주려는 자비심이었을까요? 정종이 처형되자 신면은 충복인 송자번 앞에서 과음을 하며 "넌 사는 게 어떠냐? 난 사는 게 지겹다. 기어이 정종을 죽였다"고 반미치광이가 된 모습을 보여주었거든요. 권력의 화신으로 변한 신면에게도 친구를 죽인 후 이런 인간적인 면모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군요.

정종이 참형을 당한 후 대신들의 건의에 따라 수양은 노산군(단종)과 금성대군에게는 사약을 내리고, 경혜를 관비(官婢)로 삼습니다. 식음을 전폐한 경혜에게 몸종 은금은 "밥을 먹어야 아이를 지킬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밥을 한 숟갈 떠보지만 이게 목구멍으로 넘어 갈 리가 없지요. 이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도 눈물을 흘립니다. 경혜는 세령에게 "네 아비는 찢어 죽이고 싶지만 너에겐 원망이 없으니 울지 말라"고 오히려 위로합니다.

격문이 발각됨으로 인해 한바탕 평지풍파가 지나갔습니다. 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광주부사는 압송되었고 총통위에는 일체 사람들의 접근이 금지되었습니다. 지치고 허탈한 승유는 세령에게 "아버지 복수도, 그대에 대한 연정도 모두 버리고 달아나고 싶다"고 하면서도 "이제 수양을 대적할 자는 나뿐이기에 무조건 싸우겠다"고 합니다. 승유로서는 여기서 물러설 수가 없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스승 이개와 친구 정종의 원수를 갚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승유는 박흥수에게 도성은 얼굴이 알려져 곤란하니 근거지를 옮겨 후일을 도모하자고 했고 박흥수는 함길도로 가자고 합니다. 함길도는 김종서 장군의 본거지이며 수양의 핍박을 받은 이시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이시애의 난>은 조선 세조13년(1467)  회령부사였던 이시애를 중심으로 함경도 일대에서 일어난 반란이데 아직도 먼 훗날의 일이로군요. 어쨌든 김승유의 이야기는 이시애의 난으로 마무리를 지으려나 봅니다.

수양의 처 윤씨부인이 수양에게 사찰에서 세령을 보았다며 딸을 용서하라고 간청하자 수양은 "제 발로 걸어온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세령을 이용해 승유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밖에서 이 말을 엿들은 몸종 여리(민지 분)가 세령에게 이를 알립니다. 한편 승유가 연모하는 여인이 수양의 딸임을 알게 된 박흥수와 지지자들은 이를 매우 걱정합니다. 이 말을 엿들은 세령은 승유에게 말을 타고 싶다고 간청해 호젓한 곳으로 달립니다. 비를 맞은 후 외딴 집의 방에 들어온 두 남녀가 할 일이 무엇일까요? 세령은 승유에게 함길도로 가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승유는 세령의 적삼을 벗기고는 등에 입술을 갖다 댑니다. 세령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집니다. 세령은 경혜공주가 정종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계기로 사후에도 끈끈한 혈육의 정이 있음을 느꼈을 것입니다. 세령으로서도 사랑하는 님의 아이를 갖고 싶었을 테지요. 승유와 세령이 만리장성을 쌓을지는 다음주 마지막 방송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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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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