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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군자 역의 배우 최명길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국민드라마 <제빠왕 김탁구>의 황금콤비였던 강은경(극본)과 이정섭(연출)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광의 재인>이 3회만에 두 자릿수의 시청률(11.8%)을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제1회에서 거대상사의 대표 윤일구(안내상 분)의 운전기사였던 김인배(이기영 분)가 부사장인 서재명(손창민 분)이 일으킨 교통사고로 인해 허무하게 사망하자 김인배는 교통사고의 원인은 자신의 운전부주의 때문이었다며 서재명을 변호하고 나서 참으로 무서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서재명은 물에 빠진 김인배를 구출해 주기는 하였지만 김인배가 서재명을 변호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윤일구를 죽인 공범자가 되었고, 국수집을 차려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진 김인배는 다른 교통사고를 당한 후 구사일생으로 생존한 윤일구의 딸인 윤재인(박민영 분)을 수녀원(소망의  집)으로 보내 버린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드라마는 막장입니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 양심이 살아 있었던 김인배는 교통사고후유증으로 기억력을 상실한 윤재인을 수녀에게 맡기면서 "네 이름은 윤재인"이라고 몇 차례나 강조했고 그 후 아버지를 자처하면서 재인에게 꾸준히 편지를 보냈음이 밝혀지면서 뭔가 극의 흐름이 바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서재명이 김인배에게 "윤재인이 평생 다른 이름으로 살게 하라"고 신신당부한 사실을 거부한 것이지요.

그로부터 17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재인은 병원의 간호조무사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면서 살아가는 명랑하고 예쁜 아가씨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거지 예언자(전성환 분)가 나타나 열쇠가 매달린 목걸이를 주며 이게 재인에게 가족을 찾아주고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후 수녀가 찾아와서는 돌아가신 원장수녀님의 유품에서 나온 편지를 전해주었는데 바로 꿈에도 그리던 아버지가 보낸 편지라고 합니다. 발신인은 김인배입니다. 마침 재인은 한날 한시에 다른 야구경기를 하다가 중상을 입고 입원한 김영광과 서인구가 병실에서 서로 싸우는 것을 목격하고는 물을 뿌려 싸움을 말렸는데, 서인구는 병원이사장 서재명의 아들이기에 호랑이 간호부장(최란 분)은 재인에게 1주일 근신처분을 내려 출근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편지의 주소를 들고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재인이 영광국수집으로 들어가니 웬 깡패 같은 놈 둘이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고 행패를 부리는 중입니다. 재인은 핸드백으로 두 녀석의 면상을 후려쳤지만 건강한 남자의 완력을 당할 수가 없지요. 재인은 식당 밖으로 뛰어 나와 도망가다가 시장을 보고 오는 김인배의 모친 오순녀(정혜선 분) 및 그의 처 박군자(최명길 분)와 충돌합니다. 서로 승강이를 하고 있는 데 두 건달 놈이 나타나 김인배와 재인에게 시비를 겁니다. 이 때 돌발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가정주부인 박군자가 두 건달들을 "말라 비틀어진 멸치대가리 같은 놈들"이라며 들고 있던 무(우)단으로 이들을 후려쳤던 것입니다. 그 중 한 놈이 오늘 초상을 치자고 다그치자 박군자는 "네 놈이 매운 쪽파 박군자를 잘 모른다"며 한 놈에게 연속으로 주먹을 날려 그를 코피 터지게 만든 것입니다. 박군자의 영웅같은 행동을 경이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재인이 다른 건달의 머리채를 쥐고 끌면서 완전히 난투극이 벌어진 것이지요.

 

결국 경찰이 출동하여 이들은 모두 치안센터(파출소)로 끌려갑니다. 경찰이 조서를 꾸미기 위해 재인의 이름을 묻자 그녀는 윤재인이라고 대답했는데, 놀란 김인배가 재인의 이름을 다시 확인합니다. 이 때 재인은 "네, 아버지!"라고 대답했는데 이 장면에서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김인배의 처 박군자입니다. 영락없이 남편이 몰래 숨겨 둔 딸이 나타난 꼴이거든요. 박군자가 머릴 싸매고 몸져눕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김인배는 재인에게 "예쁘게 자라 주어서 고맙다. 난 네 아버지가 아니다. 너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다"라고 진실을 말하지만 재인은 "아버지가 절 버렸을 적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가슴아팠나. 딱 한번만 아버지 얼굴을 보고 싶었다"며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 때 벌떡 일어난 박군자는 재인에게 "너 오늘 여기에 안 온 거다"라며 가라고 합니다. 그녀는 이토록 뜬금 없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난 19살에 시집와서 온갖 고생하며 한눈 팔지 않고 가족을 위해 살았다. 나에게 어찌 그럴 수 있나? 그런 날 배신해? 저런 년을 낳은 년이 그리도 좋더냐?"고 악을 씁니다. 두 여자의 통곡에 가슴이 짠합니다.

 

이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던 김인배의 모친은 나가려는 재인을 불러 밥이라고 한 그릇 먹고 가라고 합니다. 모친으로서는 어찌 어찌되었던 재인이 아들의 숨겨둔 딸이라면 소중한 피붙이이기 때문입니다. 재인이 마지못해 밥상머리에 앉자 이번에는 김인배의 딸 특히 작은 딸 김진주(남보라 분)가 발끈합니다. 망설이는 재인에게 김인배도 식사를 하라고 합니다. 재인이 밥한 술을 떠먹자 방에서 나온 박군자가 재인의 밥과 국을 빼앗아 먹습니다. 심술을 부리는 마귀할멈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래도 재인은 가족과 밥상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라며 감격해 합니다.

이 때 귀가한 김영광이 방안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듣고는 방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영광은 재인에게 "너 누구보고 아버지라고 하나? 이 게 무슨 상황이냐? 재인이 내 여동생이라고?"소리칩니다. 영광은 아버지에게 "내 아버지가 맞나? 처음부터 데리고 와서 (재인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든지, 아니면 끝까지 숨겨 (어머니에게) 좋은 남편으로 남아야지 이게 무어냐? 그녀는 수혈을 해서 내 생명을 살린 은인이다"라고 절규합니다.

밖으로 나온 재인은 하염없이 눈물을 흐립니다. 17년 동안이나 기다려 찾은 아버지. 그러나 방금 당한 아버지와 그 가족의 모습은 그녀가 바라던 게 아니었습니다. 영광이가 나타나 미안하다며 아버지 대신 사과하지만 그녀는 울음을 그치지 못합니다. 그 울음이 정말 가슴을 미어지게 만듭니다. 김인배도 장대비를 맞으며 한숨짓습니다. "난 그 아이를 버렸는데, 그 아이는 내 아들을 살렸다. 내가 어떻게 속죄해야 하나!" 그는 서재명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 아이, 윤일구 사장의 딸이 살아있다.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아야겠다"고 통보합니다. 이 말은 서재명이 가로챈 거대상사를 윤재인에 돌려주겠다는 선언입니다. 앞으로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충돌이 있을지 기대반 우려반입니다.

 

영광은 재인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서며 "얘를 하룻밤 재워달라. 26년 만에 처음 아버지 집에 찾아왔다. 아버지 딸 덕분에 엄마 아들 살았다"고 했습니다. 박군자는 재인에게 "너 사람 꼬드기는 기술을 가지고 있구나. 네 어미로부터 배웠나. 거짓말하지 마라. 드라마 찍어라!"고 악담을 합니다. 재인으로서는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수모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재인은 "영광을 살린 게 사실이라면 어쩔 것이냐? 얼굴도 모르는 우리 엄마 욕한 걸 사과해라"고 대듭니다. 화가 치민 박군자가 재인의 뺨을 때리자 영광은 재인을 데리고 나갑니다.

영광의 엄마 박군자 역의 배우 최명길은 <미스 리플리>에서 도도하고 우아한 이화 부회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영광의 재인>에서 최명길은 전 드라마의 이미지와는 180도로 바뀌어 완전히 왈가닥 여자로 분한 것입니다. 배우는 역시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야 인기 배우 반열에 드나 봅니다. 앞으로도 최명길은 더욱 악착같이 재인을 미워하는  박군자로서의 캐릭터를 잘 살려주기 바랍니다. 왜 김인배가 즉시 윤재인의 정체를 바로 밝히지 않고 질질 끄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곧 밝히고 나면 박군자의 캐릭터는 빛을 잃을 것이기에 이런 게 드라마라고 생각하며 그냥 이해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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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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