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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형 역의 김래원


<무사 백동수>이 후속으로 전파를 탄 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이는 명품 드라마 제조기라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면서 시작부터 두 남녀가 파격적인 대화와 베드신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박지형(김래원 분)은 건축사로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나이입니다. 이토록 귀하고 바쁜 몸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애인인 이서연(수애 분)과 밀회를 즐깁니다.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남자가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널 소유할 수 있을지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여자가 화답합니다. "나도 먼저 요구하고 싶었지만 당신이 무안을 줄까봐 참고 있었다." 대충 이런 대화입니다. 두 남녀는 상대의 육체를 탐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커플로 보입니다. 이 정도의 대화를 주고받을 정도면 두 사람은 곧 결혼할 사이여야 합니다. 이들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베드신을 연출합니다. 

그런데 두 번 째 밀회를 위해 남자는 금쪽 같은 시간을 쪼개 3시간을 확보하여 호젓한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여자가 고속도로의 출구를 지나치는 바람에 돌아오느라고 1시간 30분을 늦게 도착합니다. 그러자 남자는 여자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마지막을 이런 식으로 끝내야 하느냐고 불평합니다. 그러면서도 육체관계는 빠뜨리지 않습니다. 여기서 마지막이라는 말이 무엇일까요? 나중에 남자는 여자의 고종사촌오빠인 장재민(이상우 분)에게 노향기(정유미 분)와 결혼식 날짜가 잡혔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남자는 결혼을 약속한 애인을 두고 이서연과 놀아났다는 말입니다. 이서연도 남자에게 이미 결혼할 여자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육체관계를 스스로 원했을 정도로 그녀도 대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박지형과 이서연은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불장난을 저지른 구제불능의 인간들입니다.

 

박지형은 어렸을 때부터 오빠라고 부르며 따르던 노향기와 10년 이상 교제한 후 결혼을 약속하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박지형은 노향기를 전혀 사랑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형은 신혼여행을 위해 보름간의 휴가를 받으라는 처가 쪽의 요구를 업무상 바쁘다는 핑계로 들어주지 않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친구인 장재민으로부터 서연이 5살 때 아버지가 사망하고 6살 때 어머니마저 도망가 고모집에서 고아처럼 자랐는데, 만일 반듯한 집안의 규수였다면 이처럼 노리개로 가지고 놀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난을 받은 후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듯 했습니다. 귀가한 지형은 어머니 강수정(김해숙 분)에게 "결혼을 깬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습니다. 그리고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 그만두게 해 달라. 향기를 전혀 사랑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이런 상태로 결혼하면 평생 사기꾼"이 된다고 덧붙입니다.

아들의 뜬금 없는 말에 기가 막힌 모친은 "네 아버지가 향기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병원의 원장인데, 무슨 소리를 하나! 난 못들은 것으로 할 테니까 당장 정리하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지형의 집안은 향기의 집안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신세를 진 모양입니다. 혹시 나중에 지형의 공부도 향기네 집에서 시켜주었는지 모를 일이로군요. 두 집안의 아버지들은 대학 동기랍니다. 

 

장재민은 서연을 만나 "오르지 못할 나무에 대해 왜 그랬느냐"고 묻었는데, 서연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그냥 그 남자를 훔쳐 갖고 싶었다. 내가 잘 못 했다거나 나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편, 자기만을 사랑한다고 믿고 있는 순진하고 불쌍한 노향기는 지형의 집으로 와서는 취해서 자고 있다는 지형의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다고 요청하여 지형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향기는 지형의 입술에 뽀뽀를 했는데 잠결에 여자의 입술을 느낀 지형은 갑자기 향기에게 진한 키스를 합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린 지형이 바로 눈앞에 향기가 있음을 알고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킵니다. 왜 그러냐는 향기의 대답에 지형은 "자고 있는 사람에게 무슨 짓이냐? 여기는 가족이 있는 집"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향기를 서연으로 착각한 것이며, 향기와는 키스를 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향기로서는 애인과 키스한지도 오래되어 간절히 원하고 있었거든요.

지형으로서는 결혼약속을 깰 수도 없는 처지라 양가 가족의 상견례도 하고 신랑신부 예복도 맞추어 웨딩사진도 찍지만 모든 것이 수동적이기만 합니다. 단 2회가 끝난 현재 지형의 행동은  사리분별도 없는 바람둥이로 보입니다. 아무리 이서연이 자신을 유혹하였다 할지라도 이미 노향기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면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되며 더군다나 결혼식 날짜를 잡아놓고 애인과 헤어지면서 그녀의 육체를 탐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상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10여 년 이상 자신만을 믿고 사랑해온 노향기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결혼한다면 향기가 얼마나 불쌍해질지 그 앞날이 매우 걱정됩니다. 박지형이라는 남자는 두 여자를 농락한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됩니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비호감으로 등극한 박지형을 어떻게 호감으로 바꿀지 모르겠습니다.

한편, 이서연은 건망증이 점점 심해져 치매증상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습니다. 서연은 고속도로에서 출구를 지나친 데 이어 등산약속 망각, 형광펜 이름 기억 못함, 가스 불 위에 얹어 놓은 주전자를 태움, 월요일을 일요일로 착각, 주문한 음식이름을 혼동, 음식값 계산 잊음, 자가용 승용차를 방치해두고 택시를 탐, 출판사에 원고를 안 보내고 보냈다고 하는 등 그 증상이 매우 심각합니다. 맹목적으로 박지형을 사랑한 이서연도 앞으로 어떤 캐릭터가 될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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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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