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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왕 역의 조재현 


백제를 망하게 한 의자왕의 삐뚤어진 질투심

임금과 신하간의 갈등은 드라마의 단골 메뉴입니다. <성웅 이순신>의 경우도 선조와 이순신간의 갈등을 그렸고, 현재 방영중인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은밀히 한글을 창제하려는 세종과 이를 모르는 신하들간의 갈등이 묘사됩니다. 그러나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조재현 분)이 신라와의 국경지대가 무너지는데도 백성들과 군사들의 추앙을 받던 계백장군(이서진 분)을 무려 12년 동안이나 전장(戰場)에서 비켜서게 한 것은 바로 백제를 멸망케 한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대저 군주란 나라의 국토를 보전하고 백성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해야 하거늘 의자왕은 백성들의 영웅으로 변해 가는 충신 계백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결국 나라까지 말아먹은 것입니다.

의자왕이 이렇게 된 것은 성장배경 때문이었습니다. 의자는 신라의 공주인 선화와 아버지 무왕(최종환 분)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입니다. 무왕의 후비인 사택비(오연수 분)는 "백제인 순혈주의"를 주장하면서 위제단이라는 비밀암살조직을 만들어 결국 어머니를 자결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의자는 살아남기 위해 어렸을 때는 바보짓을 하였고 성장해서는 호색한으로 여자와 술만 밝히는 현명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게 된 것은 어머니 선화황후가 숨을 거두며 "누구든 믿지 말라. 비록 아버지라도!"하고 한 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반드시 백제의 황제가 되어 자기의 원한을 갚아 달라는 몸부림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들의 성격을 삐뚤어지게 만든 것입니다.

또 무왕이 아들 의자에게 강한 군주가 되어야 한다고 충고하면서 "계백을 믿지 말라. 그는 너의 공을 가로챘다"고 부추긴 것도 큰 원인입니다. 무왕은 신라와 화친을 맺기 위해 의자를 서라벌에 사신단으로 파견했는데 이를 모르는 계백은 신라의 가잠성을 빼앗아 영웅대접을 받으며 사비로 돌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백성들이 계백을 연호하는 목소리를 들은 무왕은 "계백이 가잠성을 빼앗지 않았더라면 신라와의 화친 성공으로 전쟁을 종식해 백성들의 환호는 의자를 향했을 것"이라며 계백을 견제토록 주문한 것입니다. 물론 당시에 의자는 이를 가볍게 들었지만 은고(송지효 분)를 가운데 두고 갈등이 깊어지면서 의자는 계백을 눈엣가시로  생각하고 그를 전장터에서 멀리 떠나게 만든 것입니다. 계백에 대한 질투심으로 결국은 나라마저 잃게 만든 것입니다.

은고의 예상대로 계백이 대장군직을 사임하고 전장터로 떠나려 하자 의자왕은 짐짓 그 이유를 물어봅니다. 계백은 "대장군직은 비상시국에 잠시 맡았으나 이제는 일개 무장으로서 전장터로 가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의자왕은 이를 수락하면서 두 사람이 이미 약조한대로 흥수(김유석 분)를 복직시킵니다. 그런데 의자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계백을 전장터에서 먼 서남쪽의 고서이현(현재 전남 해남일대)의 성주로 임명합니다. 놀란 성충이 계백을 신라와의 국경지역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의자왕은 "백제에 장수가 계백 하나뿐이더냐? 왜 비겁하게 힘든 일을 계백에게만 계속 시켜야 하나? 그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임금이 내리는 상"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데 계백은 이를 수용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계백의 부하들입니다. 초영(효민 분)을 비롯하여 대수(고윤후 분)와 용수(장희웅 분) 등이 주동이 되어 성문 앞에서 계백장군의 부임지를 바꿔달라는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황후 연태연(한지우 분)과 부여태를 내친 후 은고를 황후로 책봉하기 위해 황후책봉칙서와 황후새수를 전달하는 의식을 거행 중 보고를 받는 의자왕은 반란의 수괴로 계백을 잡아 옥에 가둡니다. 계백은 조정좌평(왕효린 분)에게 잠시만 풀어주면 이들을 해산시키겠다고 해 조정좌평이 이 뜻을 의자왕에게 전했지만 임금은 중죄인을 풀어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자백을 받아 내라고 지시합니다. 급기야 의자왕은 계백을 참수하겠다고 했고 흥수는 계백의 부장들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초영일행은 옥사로 난입하여 계백을 구출해 나가는데 의자왕이 나타납니다. 계백은 왕에게 "신을 죽이고 부하들을 용서하라"고 하자 왕은 칼을 빼들고 계백을 치려 합니다. 이 때 초영이 앞을 가로막으며 의자왕을 쓰러뜨리자 진노한 왕은 일어나 초영을 칼로 찌릅니다. 흥분한 흥수가 나서 모두 죽이라고 소리치자 또 다시 칼을 빼어든 임금에게 드디어 은고가 나섭니다. "이제 그만 하라! 모두가 폐하를 지켜보고 있다!" 이 말에 이성을 되찾은 임금은 계백에게 "당장 사라져라, 다시 나타나면 죽일 것"이라고 일갈합니다. 

 

즉사한 것으로 알았던 초영을 계백이 데려다 간호한 덕분에 깨어난 초영은 가슴에 품었던 연정을 털어놓습니다. 계백이 자신을 위에 옆에 있어주기를 원한 꿈을 이루었다고 좋아합니다. 임금이 바로 앞에서 장검으로 초영을 찔렀는데도 당시의 의술이 얼마나 발달했으면 이리 살릴 수 있었을까 의문이어서 차리리 가벼운 상처만 내었더라면 오히려 더 현실적이었을 겁니다. 그로부터 12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계백은 초막재에서 어린 아들과 딸을 데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계백의 옆을 지키는 여자는 바로 초영입니다. 초영이 은고의 호위무사였던 시절 처음 계백을 만난 후 "계백에게서 짐승의 냄새가 난다"고 했습니다. 이제 초영은 계백과 부부가 되어 평생 그 짐승을 품게 되었군요. 지금까지 드라마 <계백>을 지켜보면서 가장 흐뭇한 장면입니다.

 

지난 12년 동안 계백이 전쟁터에서 사라진 사이에 신라는 백제에 빼앗겼던 40개 성 중 30개를 이미 탈취하는데 성공했고 나머지 성도 곧 되찾을 기세입니다. 신라의 김춘추(이동규 분)는 29대 태종 무열왕에 올라 딸과 사위에 다한 복수로 의자왕의 목을 딸 시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당나라 장손대인을 통해 백제의 황후책봉과 세자책봉을 계속 거절하게 만들어 의자왕을 간접적으로 괴롭히고 있습니다. 조선시대가 아닌 백제 당시에도 이런 사대사상이 있었네요.

성충과 흥수가 백제의 국경이 무너지고 있다고 주청을 올리자 의자왕은 "또 계백을 불러오라는 말이냐"고 역정을 내는 것으로 봐서 왕은 충신의 건의를 계속 묵살해 온 듯 합니다. 이제 좌평으로 오른 임자(이한위 분)가 서라벌로 가 김유신(박성웅 분)을 만난 자리에서 "황후 및 세자책봉을 도와주면 고구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겠다"고 제안했는데, 김유신은 "계백의 목을 벤다면 좋다"고 합니다. 귀국한 임자는 은고에게 묻습니다. "국경이 무너지는데 왜 왕은 계백장군을 부르지 않나?" 은고는 "왕은 과거의 악몽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계백은 이미 백제에서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답변합니다.

그런데 신라의 김유신이 백제의 성을 공격하여 의직장군이 중상을 입었다는 보고를 받은 의자왕은 돌연 "계백을 데려 오라"고 지시합니다. 의자왕이 왜 계백을 데려오라고 한 것일까요? 정말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계백이 신라군과 맞서 싸우도록 한 것일까요? 아니면 임자의 보고를 받은 왕은 황후와 세자책봉을 위해 전쟁을 빌미로 계백을 전장터로 끌어내 영원히 제거하려 함일까요? 그 결과는 오늘밤 마지막 제32회에서 밝혀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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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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