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의 천년고찰인 도피안사

통일신라 경문왕 5년(865년) 도선국사가 높이 91cm의 철조비로사(자)나불좌상을 제조한 후 철원에 있는 안양사(安養寺)에 봉안하기 위하여 여러 승려들과 같이 가다가 잠시 쉬고 있을 때 이 불상이 갑자기 없어져 그 부근 일대를 찾다가 현 위치에 그 불상이 앉아있음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 조그마한 암자를 지어 이 불상을 모셨다 한다.

당시 철조불상이 영원한 안식처인 피안(彼岸 : 열반의 세계)에 이르렀다 하여 절 이름이 도피안사(到彼岸寺)로 명명되었다. 내가 이 절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복잡한 현실을 도피하여 속세를 떠난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줄로 생각하였으나 그게 아닌 것이다.   

절내에는 국보 제63호인 철조비로사나불좌상과 보물 제223호로 지정된 높이 4.1m의 화강암 재료로 된 3층 석탑이 보존되어 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증·개축되었으나 6·25전쟁 때 다시 소실되어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그러나 통일신라시대의 철조불상과 석탑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 후 다시 재건사업을 벌였으며 현재도 중창불사를 추진 중에 있다.

87번 국도를 타고 철원을 지나가면 오른쪽 나지막한 언덕에 도피안사가 자리잡고 있다. 철원팔경에 포함된 사찰답게 참으로 조용하다. 그러나 다소 어수선한 기운이 감돈다. 오른쪽의 높은 기중기가 불사의 건설을 마무리하고 안내도에 나와 있는 것처럼 계획된 가람이 모두 조성된다면 한층 더 차분한 분위기가 살아날 것 같다. 사찰 안내도 옆에는 사천왕문이 위치한다. 여의주와 석탑, 칼 등을 든 사천왕상이 익살스런 표정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내도

 여의주와 석탑을 든 사천왕상

 악기와 칼을 든 사천왕상

또 하나의 문을 통과하니 종각이다. 그 뒤의 법당 앞에는 통일신라시대에 건조된 3층 석탑이 서 있다. 2층 기단에 3층의 탑신으로 구성되어 있는 일반적인 형식의 석탑이나 기단부나 옥개받침 등 세부표현에서 특이한 양식을 보여준다. 이 석탑 틈에 신기하게도 황금개구리가  살고있어 공양이나 예불 때에는 머리를 내밀고 부처를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를 "금의 보살"이라고 부르며 몇 년 전 SBS-TV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방문객이 적어서인지 매어둔 개 한 마리가 길손을 보고 마구 짖어 산사의 고요한 정적을 깬다.

 사천왕문 뒤로 보이는 산사

 범종각

삼층석탑과 대적광전

 보물로 지정된 3층석탑

본 법당의 이름은 대적광전이다. 이 법당이 유명한 것은 바로 국보 제63호인 철조비로사나불좌상을 모시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불상의 등 쪽에 양각되어 있는 백여 자의 명문으로 제작시기와 제작자 등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다음에는 특이한 손 모양이다. 양손을 가슴까지 올려 오른손으로 왼손의 검지를 감아쥔 모습은 바로 비로사나불상의 수인(手印)이다. 양손이 하나가 되듯이 중생과 부처, 미혹함과 깨달음이 모두 하나라는 의미를 지닌다.

 대적광전

 국보인 철불을 모신 대적광전

 철불의 모습

 그동안 황금색으로 덧칠되어 있다가 최근에 본래의 모습으로 보존처리를 한 철조비로사나불좌상

 대적광전의 풍경

또 이 불상이 1,500여 명에 달하는 일반 신도들의 발원에 의하여 조성되었다는 사실은 9세기 이후 신라불교가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대중화되는 신앙형태의 한 양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불상의 얼굴에 눈·코·입 등이 조그마하게 처리되고 은근한 미소까지 띠고 있어 이상적인 부처의 얼굴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도피안사는 철원팔경의 하나이기도 하다. 전에는 민간인출입통제구역이었으나 현재는 누구나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으므로 행여나 지나가는 기회가 있다면 선인들이 남긴 국보와 보물을 감상하는 것도 매우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된다.   (2007.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