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고준영 역의 성유리                                          하인주 역의 서현진 


MBC 주말드라마 <신들의 만찬>이 32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아리랑의 제5대 명장은  과거를 아우르는 요리를 만든 고준영(성유리 분)대신 미래지향적인 요리를 선보인 하인주(서현진 분)에게 돌아갔습니다. 물론 고준영도 경합의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 들였지요. 다만 하인주가 고준영을 대상으로 저질렀던 모든 악행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하인주의 고백으로 이를 깨끗하게 처리한 것은 권선징악에 대한 전통을 무시한 처사였습니다. 최재하(주상욱 분)의 노력으로 유람선에서 고준영을 구해준 인물이 하인주의 생모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백설희(김보연 분)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여 아들 김도윤(이상우 분)과 화해하였습니다. 김도윤은 고준영을 식당으로 데리고 가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요리를 만들어 프로포즈하였지만 준영은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제인(이민지 분)으로부터 요리사 해밀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최재하는 유럽의 농무관으로 떠난 이후입니다. 이들의 삼각러브라인은 이렇게 미완성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로부터 1년 후 김도윤-하준영(친부인 하영범의 성을 따라 개명) 러브라인은 결국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리랑 주방장 임도식(박상면 분)을 짝사랑하는 부주방장 노영심(서이숙 분)의 러브라인도 드디어 성공하여 요리사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제30회가 방영된 이후 전국 시청률 20.4%(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를 기록하여 단 한번 마의 20% 벽을 깨기도 하였지만 평균적으로는 10% 후반에 머물렀습니다. 초반에 <바보들의 만찬>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31회까지 벌려 놓은 많은 일들을 32회에서 비교적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지었지만 뒷맛은 그리 개운하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가 시청률 20%벽을 넘지 못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 음식 이야기보다 출생의 비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주객이 전도

이야기의 시작은 성도희의 남편 하영범(정동환 분)의 불륜이었습니다. 하영범은 아내가 일에 미쳐 가정을 소홀히 한다는 이유로 댄서와 사랑에 빠졌고, 이혼요청을 받은 성도희가 충격으로 자결을 시도한 게 발단입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어린 하인주는 피를 흘리는 어머니를 목격하고는 놀라 유람선의 갑판위로 올라갔고, 결국 바다에 빠진 후 구조되어 고준영으로 살아왔습니다. 딸이 없어진 것을 안 성도희는 부두에서 우는 송연우를 만나 하인주로 착각한 것이 출생의 비밀이 발생한 원인이었습니다.

정신이 나간 아내를 위해 남편은 송연우를 하인주로 받아들였고,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가족들이 귀국할 때 아들 하인우는 도저히 이해 못할 가족관계에 불만을 품고 홀로 미국에 남아 생활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시청자들은 몇 차례의 요리대결보다는 하영범-성도희 부부가 언제 고준영을 친딸로 알게 될 것인지(또 고준영이 언제 하영범-성도희를 친부모로 알게 될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주객이 전도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제대로 된 음식이야기는 마지막 32회에서 보여준 듯 했습니다.

 

  

▲ 친딸을 기억 못하고 구박만 한 생모 성도희의 이상한 기억상실

성도희는 선노인(정혜선 분)의 뒤를 이어 아리랑 4대 명장에 오른 요리의 대가로 행동이나 사고(思考)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그런데 송연우를 하인주로 믿고 조금도 딸을 의심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선노인마저도 하인주를 보며 어렸을 적 모습과 많이 다르다고 했고, 고준영을 처음 본 사람들은 대부분 준영이 성도희의 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요리솜씨와 외모가 닮았다고 했지만 유독 성도희만은 전혀 의심을 하지 못하고 선노인의 배려로 아리랑에 들어온 고준영을 구박하기만 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기억상실은 정말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특이합니다.   


 


▲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 고준영을 골탕먹인 하인주의 거듭된 악행

얼떨결에 성도희-하영범의 딸이 된 하인주는 오빠 인우의 일기장에서 인주의 특징을 기록해 그대로 행동하는 등 진실이 탄로나 쫓겨나지 않으려고 실로 눈물겨운 노력을 다하여 성도희의 뒤를 이어 아리랑 5대 명장 후계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고준영이 나타나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게 되자 여러 차례 고준영을 골탕먹였습니다.

사나래 백설희 회장이 아리랑에 심은 스파이 오수진(오나나 분)을 통해 아리랑주방 식재료보관 냉장고 전원코드를 뽑은 사실을 고준영에게 뒤집어 씌웠고, 세계적인 요리사 해밀의 신체특징을 기록한 주의사항을 지워 고준영이 버섯을 넣은 음식을 요리해 해밀을 쓰러지게 만들었으며, 사나래 백설희와 공모하여 아리랑 육수제조비법을 고준영이 누설한 것처럼 속였고, 경합을 앞두고 독초인 천남성가루를 고준영의 음식재료에 집어넣어 손을 마비시켰으며, 성도희가 보는 앞에서 뜨거운 국물을 스스로 손에 붓고는 고준영의 짓으로 위장하는 등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하인주를 이런 너저분한 캐릭터로 만든 제작진에게 크게 실망했습니다.    


 

 

▲ 병풍으로 전락한 최재하의 우유부단한 처신

원래 최재하와 하인주(현 고준영)는 어렸을 때부터 오빠-동생하면서 오누이처럼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뒤바뀌는 사건을 치른 후 성도희 가족은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귀국했습니다. 그 후 최재하는 하인주를 진짜 하인주로 알고 나중에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 때 고준영이 나타났습니다. 최재하는 자연스럽게 준영에게 마음이 쏠렸고 둘은 매우 좋아하는 사이가 되었으며 선노인과 성도희가 권하는 인주와의 약혼도 거부했습니다. 그렇다면 끝까지 고준영을 지켜야 하는데, 우유부단한 자세로 고준영이 김도윤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틈을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또 농림수산식품부 팀장인 최재하는 아리랑의 발전방안에 관해 한 두 번 브리핑만 하였을 뿐 사나래 백설희 회장의 꼼수를 제대로 견제하지도 못한 어정쩡한 캐릭터로 전락했습니다. 

 

 

▲ 얼굴마스크 하나 착용했다고 아무도 해밀을 알아보지 못하는 주변사람들 

김도윤은 아리랑의 막내로 주방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세계적인 요리사로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식행사에 나타나 신비의 셰프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국내에서도 마스크를 낀 채 두 번이나 푸드 쇼를 개최했지만 주변의 모든 사람들 심지어 어머니 백설희조차도 그 해밀이 아들인 김도윤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처음부터 김도윤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코와 눈만 가린 가면무도회 같은 마스크를 썼다고 그를 알아보지 못한 것은 개나 소도 웃을 일입니다.

 
 

▲ 김도윤의 어머니에 대한 뚜렷한 명분 없는 복수심

김도윤이 성공한 요리사 해밀이라는 신분을 감춘 채 어머니 백설희를 골탕먹이며 복수하려는 것은 어머니가 일에 빠져 장애자인 쌍둥이형(김지윤)을 죽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나이에 쌍둥이형의 죽음에 대해 이토록 애통해 하며 성인이 되어서도 이를 문제삼아 어머니에게 복수하려는 그 복수심의 동기를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청자로서는 사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고준영이 김도윤을 좋아하게 된 이유 불분명 

고준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최재하에게 사랑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김도윤이 백설희의 아들임이 밝혀진 후 어머니가 고준영을 이용해 성도희와 아리랑을 망하게 하려한다는 사실을 준영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준영이가 여러모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그녀의 곁을 지켜준 사람은 최재하가 아니라 김도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고준영이 최재하를 멀리하고 김도윤과 가깝게 되는 과정이 큰 동기부여 없이 구렁이 담 넘어 가듯 두루뭉실하게 처리되고 말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막판에 백설희로부터 김도윤의 첫사랑이 자신임을 알게된 고준영이 1년 후 재결합하여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것은 다소 예상 밖입니다.


☞ 지금까지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졸필을 읽어준 독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